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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1년 전 불탄 시장…'복구' 제자리 '불씨' 여전

입력 2020-01-2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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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전 강원도 원주의 한 시장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건물 한 개 동이 폐허가 됐는데요. 지금도 그때 모습 그대로입니다. 왜 복구하지 못하는지, 위험한 요소들은 사라진 건지 밀착카메라가 확인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이 북적입니다.

먹거리를 사러 온 손님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비교적 한산해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건물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가 돼 있습니다.

각종 현수막들이 붙어 있는데, 가게를 이전해서 오픈했다는 문구들이 눈에 띕니다.

위에는 '피해상인은 갈 곳이 없다'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곳은 지난해 큰불이 났던 강원도 원주의 중앙시장입니다.

그런데 건물 위층을 보면 아직도 불에 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가림막은 시장 골목으로도 이어집니다.

1년째 제자리인 탓에 가림막을 아예 물품 진열대로 활용하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건물 2층으로 올라와 봤습니다.

이 안쪽이 화재가 났던 나동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비닐로 임시 가림막을 설치해둔 상태고 여기 통행로가 아니라고도 적어뒀습니다.

이 안쪽을 살짝 보실까요.

건물 벽면이랑 천장이 그을음으로 완전히 까매진 모습을 볼 수가 있고요, 아래 있는 전선도 녹아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당시 불은 1층에 있는 한 신발가게에서 시작됐습니다.

가게에서 사용하던 전기난로가 과열돼 불이 난 겁니다.

[백귀현/중앙시장상인번영회장 : 시장 특성상 미로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서 이 안쪽으로
번지기 시작한 거예요.]

40여 개 점포가 불에 탔고 총 50억여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상인 : 장사를 접고 아무것도 못하는 분들이 있고. 젊은 사람들이 옥상에 올라가서 임시점포라고 해줘서 해결될 때를 기다리는 건데. 해결이 안 되니까. 옥상에서 장사 안 돼요. 어려움이 많아요.]

이후 정밀 안전 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폐쇄됐지만, 복구 방식을 놓고 합의하지 못해 아직 제자리입니다.

이처럼 전통시장에서 한 번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번지기 쉽습니다.

화재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시장 안을 돌아다녀 봤습니다.

가게에서 내놓은 물건 때문에 소화전 문을 한 번에 열기 쉽지 않습니다.

불이 난 원인이었던 전기난로는 점포마다 있고, 석유난로도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방화모래 같은 긴급소화장비는 없습니다.

소방차가 서야 할 도로에는 노점이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백귀현/중앙시장상인번영회장 : 밀지도 못할 정도로 무게가 무거워요. 밑에 바퀴가 달려서 소방차가 들어오거나 하면 밀 수 있고 옆으로 치울 수 있고 이런 방법으로 하든지 논의를 해보려고요.]

다른 시장들도 살펴봤습니다.

소화기 앞엔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고, 낡은 전선이 어지럽게 얽힌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상인 : 전깃줄 썩은 거도 많아.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정리를 안 해줘서.]

불이 금방 붙는 스티로폼이나 목재도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습니다.

스프링클러는 없습니다.

[상인 : 없어요, 스프링클러. 원래는 해야 되는 거죠. 원래 하고. 다 마쳐야 되는데. 그런데 전혀 신경 안 써요.]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대형 화재의 위험이 큰 화재경계구역 10곳 중 6곳 이상이 시장입니다.

때마다 안전 점검은 이뤄지고는 있지만, 캠페인 수준이고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번 불이 나면 이전으로 되돌리기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고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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