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겨울 방학 맞아서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네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어려운 상황을 겪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 노동청이나 관련 단체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참고 그냥 일한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깝습니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부당한 상황에 처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일하는 청소년들의 실태를 이자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도로를 가로지르고
횡단보도, 행인 사이로…
배달 오토바이의 아찔한 주행
[청소년 배달원 : 도로가 많이 얼어있으면…미끄러워요]
쏟아지는 주문
9시간 동안 27곳 배달
[청소년 배달원 : 강제배차도 다른 기사들이 못가면 제가… (막내가 주로 가요?) 네.]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휴대전화
10대 청소년이 배달 일을 하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배달을 최대한 많이 하려다 보면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열여덟 살 유모 군은 최근 음식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다 택시와 부딪혔습니다.
시간에 쫓겨 오토바이를 급하게 몰다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나이가 어리단 이유로 원치 않은 배차를 받았습니다.
[유모 군/청소년 배달원 : '나갈 인원이 너밖에 없다'면서 저한테 강제배차를 넣어주신 거예요.]
가게 두 곳의 음식을 배달하기까지 거리는 30km, 강변북로보다 긴 거리를 25분 만에 달려야 했습니다.
산재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고 책임이 유군에게 있고 시간 내에 배달하지 못할 거리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결국 유군은 오토바이 수리비와 병원비 등 50만 원이 넘는 돈을 혼자 부담했습니다.
[유모 군/청소년 배달원 : 사장님은 '아무것도 안 도와준다, 너 알아서 해결해' 이런 식이었어요.]
지난 9년간 배달을 하다 숨진 10대 청소년은 86명, 부상자는 4500명에 달합니다.
일하는 청소년들은 노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청소년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시선 탓에 그동안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권혁진/일하는청소년연대 준비위원장 : 첫 노동이 나의 평생 노동의 경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청소년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을까…]
(영상디자인 : 박지혜·최수진·정수임 /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