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자체가 한 해 쓰는 예산은 310조 원이 넘습니다. 다 세금인만큼 당연히 계획을 치밀하게 잘 짜야 할텐데, 지방의회가 예산안 심사하는 과정을 보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믿기가 힘듭니다. 지방의회 10곳 중 8곳은 예산안 표결을 할 때 의원이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유미 기자입니다.
[기자]
[문희상/국회의장 (지난해 12월 8일 본회의) :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에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표결 현황판에 의원별 투표 내용이 표시됩니다.
국회는 예산뿐 아니라 법안도 '기록 표결', 즉 표결 실명제가 원칙입니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달랐습니다.
대구시의회는 예산안 표결을 하면서 '이의 유무'만 물었습니다.
[배지숙/대구시의회 의장 (지난해 12월 14일 본회의) : 이의가 없으십니까. 이의가 없으므로 의사일정 제33항(예산안)은 수정안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전국 지자체 예산은 31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러나 지방의회 대다수는 예산안 표결 때 '이의 유무'만을 묻거나 '무기명 투표'를 관행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달리 의회 규칙으로 표결 방식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표결 실명제를 원칙으로 하는 기초의회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역 의회 가운데도 대구나 강원도는 기록 표결 원칙이 없습니다.
지방의회 10곳 중 8곳은 표결 기록을 남기지 않는 셈입니다.
무기명 투표는 의원 수당을 '셀프 인상'할 때도 활용됩니다.
강원도 평창 등 의정비 인상률 상위 10곳은 모두 표결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기록 표결' 원칙이 있더라도 무기명 투표를 밀어붙여 논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김선화/안양시의회 의장 (지난해 10월 26일 본회의) : 찬성하시는 의원 기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정회를 선포합니다.]
[(속개 후) 무기명으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짜고 왔어. 아까 부결이 됐잖아요.]
이 때문에 지방의회도 국회처럼 '기록 표결'을 원칙으로 두는 법안이 발의됩니다.
[김민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방의회가 표결을 함에 있어서 투명하게 표결해야 하고요. 책임성을 부여받는 그런 일이 있어야, 시민으로부터 사랑받지 않을까…]
(영상디자인 : 곽세미·김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