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틀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는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였습니다. 앞서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김 군,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다가 추락해 사망한 수리기사, 그리고 제철소에서 냉각기 교체작업 중 유독 가스에 질식돼 숨진 4명의 직원도 역시 하청업체 노동자였죠. 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이들의 외침이 무색하게 국내 5대 발전사들의 인명 사고 중 90% 이상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곰팡이 슬어있는 천장, 치우지 못한 택배 박스들.
좁은 방 머리맡에는 해야 할 일들을 눌러쓴 종이만 남았습니다.
그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방입니다.
김 씨는 심장질환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던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항상 화목한 가정이라고 말하던 김 씨였습니다.
[김씨 어머니 : 일자리 없어서 그런 데까지 갔는데…그렇게 열악한지는 나도 몰랐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피켓을 든 지 열흘 만에 숨진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성훈/동료 직원 : 나 이거(피켓) 들고 찍고 이제 정규직 되고 하면 그때 더 인정받겠죠 라는 거예요.]
태안화력발전소 10기의 운영은 모두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습니다.
김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영을 맡고 있는데 사모펀드 지분이 절반 이상인 회사입니다.
수익에 집중하다보니 안전에는 신경을 덜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2016년 현장 근무 인력 3명이 줄었고 2인 1조 근무는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석탄 처리 업무를 재하청 주기도 했습니다.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인명사고 346건 중 97%가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씨와 함께 일했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사고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