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1일) 밀착카메라는 열어도, 닫아도 문제인 고층 건물 옥상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화재에 대비하려면 열려있어야 하는데, 범죄나 투신 사고를 우려해서 문이 닫혀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김도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파트 화단 시설물 위에 꽃다발이 놓여있습니다.
집단 폭행 뒤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중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사고 직후 가져다 놓은 꽃다발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학생들이 평소 열려있는 비상 계단으로 옥상에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아파트 옥상입니다.
옥상으로 향하는 출입문은 평소에도 이렇게 굳게 잠겨있는데요.
해당 학생들은 이 건물 바로 옆 옥외 비상계단을 통해서 옥상으로 올라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옥상에서 물건을 던져 행인이 다치거나 범죄, 투신 사고 등 건물 옥상 관련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습니다.
소방법에 따라 5층 이상의 건물은 화재 등 비상시에 대비해 옥상 출입문은 항상 열려있어야 합니다.
공동주택은 고층 건물일수록 옥상이 중요한 피난 시설이어서 상시 개방이 원칙입니다.
취재진은 옥상 출입문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5층 이상 아파트 등 10여곳을 점검해봤습니다.
상시개방 원칙을 지키는 곳은 한 두 곳 뿐이었고 대부분 옥상문을 잠가두고 있습니다.
자동개폐장치가 있지만 고장났거나, 자물쇠를 채워놓기도 합니다.
인근의 또 다른 아파트 옥상 출입문입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이렇게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는데요.
자세히 살펴봤더니 누군가 도구로 이 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옥상문을 잠가두고는 열쇠를 관리사무소에서 보관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초소 : 옥상에 못 올라가게 잠가놨어요. 특별한 상황이 있을 때만 따고 들어가서 할 수 있게 해놨어요. (열쇠는) 관리소에 있을 거야 아마.]
비상시를 대비해 꼭대기층 주민들에게 옥상문 열쇠를 나눠주는 곳도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옥상층 계단에 쇠창살을 설치해 옥상 진입을 막아둔 곳도 있었습니다.
화재 등 위급상황에서 문이 제때 열리지 않으면 대피 속도가 늦어져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범죄예방과 화재대피를 놓고 경찰과 소방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 경찰에선 닫으라 그래요. (소방에서는?) 열고. 우리는 그래서 어디에 따라야 할지 몰라요. 안 닫아놓으면 맨날 사고 나서 안 돼요.]
정부가 2016년 3월 이후 신축 아파트에 대해서 옥상문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는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정경숙/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 소장 : 대부분 다 옥상 문을 잠그고 있는 상태예요.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입주민의 안전과 화재 시 위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옥상문 개폐문제를 놓고 주민들 사이 의견도 엇갈립니다.
[아파트 주민 : 애들이 올라가서 그렇게 안 좋은 일이 있으니까. 닫아놔야 하는데 만약에 비상시에는 옥상 올라가야 하니까. 그게 어떻게 답을 할 수가 없네.]
주민들 협의로 자동개폐기 장치를 다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설치율은 저조합니다.
옥상 문을 잠근 것이 적발되면 과태료 200만 원 처분 대상이지만 정작 관리 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 : 옥상을 잠가놨느냐 아니면 열어놨느냐. 이런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별도로 하는 것은 없습니다.]
비상시를 위해서 이 문은 규정상 열어둬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아파트는 잠가둡니다.
범죄 예방이냐 화재 대피냐, 법과 현실사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박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