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의심스러운 010 >
휴대전화 번호 010. 그 010이 맞습니다.
유선전화나 국제전화를 걸면 앞번호가 다르게 뜨죠.
그래서 어디서 걸려온 전화인지 대략 알 수가 있는데요.
경찰이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범죄를 위해 해외 발신번호를 '010'으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대량으로 설치한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영상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기자]
한 건물 옥상 창고 안에 전자 장비가 설치돼 있죠.
바닥에 붉은색 불빛이 깜박이는데요. 이게 바로 중계기입니다.
이 장비만 있으면 해외발신 번호나 인터넷 전화 070을 앞자리를 010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휴대전화로 건 것처럼 말이죠.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앵커]
아니 그게 가능한 거예요? 국번을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다고요?
[기자]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 일당은 이런 중계기를 건물 옥상과 고속도로 휴게소, 도심 하천 갈대밭 등에 숨겼는데요.
경찰이 확인한 것만 전국 44곳에 375대였습니다.
국내 총책인 30대 남성 등 모두 14명인데요.
외국 조직의 의뢰를 받고 기계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조립해 팔았습니다.
직접 중계기를 설치하고 위치추적기까지 붙여서 관리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용주/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3계장 : (외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위치추적기를 달아 놓은 이유는 중계기를 정확하게 설치했는지, 그 다음에 적발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앵커]
사실 전화번호만 이상해도 바로 끊거나 할 수 있겠는데, 모르는 번호여도 010으로 시작하면 의심이 좀 덜 들 수도 있잖아요.
[기자]
바로 그런 점을 노렸습니다.
이들이 깔아 놓은 중계기는 중국에 있는 콜센터를 통해서 모두 1,600여 개의 휴대전화 전화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전화금융사기에 악용됐는데,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82명이고 금액은 46억이나 됩니다.
[캐스터]
아니 도울 사람이 없어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을 돕습니까.
[기자]
경찰은 이 일당 14명을 지난 3월부터 차례로 붙잡고 휴대전화와 중계기 부품 등 750대를 압수했습니다.
중국에서 부품을 보내준 해외 총책이 따로 있었는데요.
신원을 특정해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습니다.
[앵커]
아까 그 중계기 모습 다시 보여주세요. 이렇게 생긴 겁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 건물 옥상이나 지하실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의심스러운 통신 장비가 있다면 꼭 좀 신고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