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건 농가의 가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23만 마리가량이 폐사했고, 이미 지칠대로 지친 가축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배승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방이 뚫려 있는 축삽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덥습니다.
그런데 소들은 한데 모여 있습니다.
대형 선풍기 밑에서 더위를 피하는 겁니다.
이곳에선 소 울음소리도 잘 나지 않습니다.
송아지부터 출산 임박한 어미소까지 우두커니 서서 바람만 맞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 경계할 힘도 없는 겁니다.
[김모 씨/번식우 사육 농가 : 태양열 내려오지요. 몸은 만삭이지요. 파리는 스트레스 주지요. 그렇게 되면 유산할 가능성이 많죠. 자기가 죽을 판인데 (사람 보고) 울지도 않지요.]
좁은 우리 안, 돼지들이 다닥다닥 붙어 누워 숨을 헐떡입니다.
열을 식히려 지붕 위에 물을 뿌리지만 역부족입니다.
사정이 조금 나은 곳들도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닭 7만 마리를 키우는 농장입니다.
입구에선 비바람이 치는 것 같습니다.
환기 시설로 공기의 흐름을 빠르게 했고 여기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겁니다.
바깥보다 7도 가량 낮다지만 양계장 안은 그래도 31도입니다.
[고득기/양계장 대표 : 지금보다 더 온도가 올라가고, 온도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많이 죽습니다.]
4500마리 돼지를 지키기 위해 축사를 고쳐 에어컨을 달았습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포도당입니다.
이 농장에서 하루 2번 사료와 함께 이 포도당을 특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기세만 월 2천 만원, 영양제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방준훈/돼지농장 대표 : (한전에서) 전력사용량을 줄여달라고… 마을 전체 사용량보다 저희가 더 많습니다.]
폐사 만은 막겠다는 마음으로 버티지만, 길어지는 폭염에 동물도 사람도 매일 한계를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