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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 내린 '몰래 묻은' 쓰레기…폭염까지 덮쳐 '망연자실'

입력 2023-08-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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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번 폭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지역들은 농사 망치지 않으려면 서둘러 복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폭염 속에선 당연히 위험합니다. 그런데 경북 영주에선 산만 무너진 게 아니고, 폐기물까지 쏟아져 내렸습니다. 누군가 산 밑에 폐기물을 몰래 묻은 겁니다. 폐기물에 뒤덮힌 과수원을 보며, 이거 다 언제 치우나 농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윤두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과나무 밭 한 켠에 타이어가 쌓여있습니다.

비닐들이 나무를 감았습니다.

폭우로 쏟아진 토사를 치우는데 이런 폐기물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내려 온 건지 산을 거슬러 올라가 봤습니다.

계곡 끝, 절반이 깎인 비탈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박혀 있습니다.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쓰레기 더미가 한가득입니다.

제 눈에 보이는 냉장고만 몇 대인지 모르겠고요.

침대며 싱크대, 그리고 자동차시트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쌓여있습니다.

이 토지 전 주인, 도랑을 메우느라 타이어를 가져다 놨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는 폐기물을 묻은 사람을 찾아 복구 비용을 물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산 밑 흙에 묻힌 폐기물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걸 치우지 못하면 올해 농사를 망친다는 겁니다.

[전영배/피해 과수원 농민 :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밭은?} 저희들은 대책이 없어요. 관에서는 포크레인은 지금 공급을 못 해준다 하고…]

뜨거운 볕은 쏟아지고 사람이 손으로 치우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온열질환 때문에 대낮엔 작업할 수 없고 조명 없는 밤엔 역시 치울 수가 없습니다.

벌써 나무는 마르고, 열매는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영배/피해 과수원 농민 : 이게 포기, 포기 상태예요. 숨을 못 쉰답니다. 뿌리가 많이 묻혀 가지고 나중에 결국 고사를 한다는데…]

이대로면 내년을 기약하기도 어렵습니다.

[전영배/피해 과수원 농민 : 수확을 해야 우리도 먹고사는데 이런 식으로 해서 부모님 모시고 어떻게 살겠어요.]

폭염에 비양심까지, 농민들 마음은 더 타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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