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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위험에 가장 취약…인권 사각지대 놓인 중년 여성노동자

입력 2023-03-08 20:25 수정 2023-03-0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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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늘(8일), 여성노동자 3000명이 '하루 파업'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차별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 오늘의 외침 속에는 성폭력 위험에 가장 취약한 중년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도 담겨 있습니다.

조해언 기자입니다.

[기자]

매일 버스 마흔다섯대를 청소하는 마흔아홉 살 홍혜숙 씨.

2021년부터 1년 넘게 중간 관리자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홍혜숙/청소노동자 : (음료수를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여기(허리)를 훑는다거나, '너한테 좋은 냄새 난다'고 킁킁거리면서…]

비정규직이라 항의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홍혜숙/청소노동자 : 자기가 말 잘못하면 너는 여기 못 다닌다는 식으로 항상…]

지난해 초 재계약이 이뤄지고 강경대응을 하자 또 다른 괴롭힘이 이어졌습니다.

[홍혜숙/청소노동자 : 나쁜 X, 지독한 X이라 하고 말 섞지 말라고 고립시켜버리더라고요.]

홍씨가 신고해 회사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관리자는 성추행 등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손으로 쓴 진술서를 들고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법의 보호를 받는 것도 중년 여성 노동자에겐 어려웠습니다.

[홍혜숙/청소노동자 : 무료 변호사가 '(진술서를) 이렇게 쓰면 사람 하나 인생 망치는 건데 안 된다' 그러시더라고요.]

증거를 더 모아와야 한다는 말만 듣고 돌아섰습니다.

고민 끝에 가족에게 털어놓고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9호선역의 청소 노동자 4명도 본사 출신 중간 관리자에게 3년 넘게 성추행에 시달렸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오랜 기간 괴롭힘에도 법적 절차 등을 몰라, 증거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년 여성의 직장 내 성폭력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최근 지하철 청소노동자의 성폭력 실태를 조사했더니 86%가 성적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A씨/지하철 청소노동자 : 첫 번째는 잘릴까 봐, 그리고 두 번째 주위에 알려지면 창피하잖아요. 세 번째는 참고 살아온 세대다 보니…]

(영상디자인 : 신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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