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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바닷물로 김장"…광주·전남, 도시도 섬도 메말랐다

입력 2023-01-02 20:59 수정 2023-01-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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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주와 전남 지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시에선 설거지할 물을 아끼려고 웬만하면 그릇 하나에 다 담아 쓰기도 하고, 섬 지역에서는 바닷물로 김장을 하는 일까지 있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광주 전남에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율이 현저히 낮아…]

광주 방림동의 한 아파트에선 매일 저녁 7시, 이렇게 물을 아껴 써 달라는 호소 방송이 나옵니다.

이런 대단지 아파트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요.

이 집에선 변기 안에 물병을 넣어 놓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엌에선 냄비로 받아둔 물만 사용합니다.

[김종석/광주광역시 방림동 : (그릇) 하나에다 반찬 다 넣고 국 넣고 밥 먹어. 그거 하나 씻는데 물이 얼마나 들어가겠어.]

가뭄이 시작된 건 지난해 6월, 물을 아껴달란 방송이 나온 건 11월부터입니다.

광주의 주요 수원지인 화순 동복호입니다.

이쪽에는 부유물들을 걸러내는 차단막이 있는데요.

원래 물에 둥둥 떠있어야 하지만 물이 메말라서 바닥에 거의 붙어있습니다.

물이 거의 흐르지 않으면서 올 여름부턴 이렇게 풀도 무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말 40cm나 내린 눈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댐이 만들어질 때 물에 잠겼던 수몰 마을의 다리입니다.

물이 메마르면서 모습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광주 전남 지역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최악의 겨울 가뭄을 맞게 된 원인은 '기후위기'입니다.

지난 여름 전국적으로 내린 폭우도, 역대급 태풍도 이 곳만 비켜 갔습니다.

관계 기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낮은 저수율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수자원공사는 "장마가 오면 저수량을 회복될 것"이라며 상황을 낙관했습니다.

현재 주요 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은 각각 27%와 29%로 지난 겨울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섬 지역은 더 심각합니다.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일주일에 이틀만 물이 나옵니다.

[김복자/전남 완도군 소안면 : 아따 못 살아. 머리가 돌아버리려고 해. {씻을 물도 없죠.} 난 요강을 한쪽에다 놔두고…]

[김정심/전남 완도군 소안면 : 이러다 다 코로나 걸리겠어. 깨끗이 씻지를 못하니. 물이 적으니까.]

소안도 주민들의 주 수입원인 김 양식업도 위기입니다.

염분을 조절하려면 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익수/전남 완도군 비서리마을 이장 : 지하 암반수를 끄집어올려서 하니까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거든요. 이게 계속 비가 안 온다고 그러면은 그 물도 고갈되겠죠.]

김장철엔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졌습니다.

[강현숙/전남 완도군 소안면 : 어르신들이 뭘 막 끌고 지나가셔. 물 받으러 가시나 했더니 김장하시려고 바닷물 뜨러 가시더라고요.]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세상.

하지만 이곳엔 지난 두 달 동안 샤워 한 번 편히 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고된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이 불편함은 개인의 몫이 돼버렸습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강아람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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