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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쓰면 채우는데 800년…한반도 지하수가 사라져가고 있다

입력 2023-09-28 21:28 수정 2023-09-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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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변화로 가뭄이 일상처럼 반복되면서 지하수를 끌어 쓰는 일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하수가 무한정 있는 게 아닌데다, 쓴 만큼 채우는데 길면 8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자연히 지하수가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해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이 많은 곳 '제주도' 지하수가 사라져간다는 신호는 역설적으로 물이 많은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장희여/제주 한림읍 귀덕리 주민 : 결혼한 지 한 52년, 53년이니까. 나 와서 한 15년 동안은 물이 많이 나오고 빨래도 하고 했지.]

강과 하천이 없는 제주, 주민들은 지하수에 의존해 왔습니다.

[장희여/제주 한림읍 귀덕리 주민 : 여기 물통도 있었는데 물통은 없어졌고.]

그런 지하수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겁니다.

주민들은 땅 위로 솟는 지하수를 용천수로 불렀습니다.

이젠 마을 어디서도 용천수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영수/제주 애월읍 상귀리 주민 : 지금은 물이 이제 흐르지 않는 상태고 제사를 지낼 때 이 물(옹성물)을 떴거든요.]

1025개의 용천수 가운데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은 500여 개 입니다.

제주에 주민과 관광객이 늘면서 물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만큼 제주 지역 전체 지하수 수위도 낮아졌습니다.

[이영웅/제주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개발이라든지 지하수를 많이 뽑아서 사용을 했을 경우에는 급격하게 지하수 수위가 떨어져서 어떨 때는 해수면하고 거의 같아지거나…]

지난 2012년부터 환경부가 조사를 시작했는데 대략만 알 뿐 정확히 얼마나 줄었는지 파악조차 안됩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지하수는 우리도 모르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제공 제주환경운동연합]
[영상그래픽 김지혜]

[앵커]

이미 다른 나라에는 지하수가 바닥난 곳들이 있습니다.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지하수를 끌어 쓰기만 했던 미국 서부 지역은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아 농장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이해선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대표적인 농산물 생산 중심지 '센트럴 밸리' 마데라 지역 비가 거의 내리지 않지만 이곳을 풍요롭게 한 건 무한정 쏟아지던 지하수였습니다.

3대째 10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온 농장주 피스토레시.

할아버지, 아버지는 상상도 못했던 현실이 갑자기 펼쳐졌습니다.

[랄프 피스토레시/'마데라' 지역 농장 운영 : 이 파이프들은 원래 지하수를 펌핑하기 위해 사용하던 파이프들이에요. 최근에 이 우물에 (고갈) 문제가 생겨서 이걸 다 빼내야 했어요.]

100년 넘게 퍼내온 지하수가 더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옆에 또 우물을 파고 전동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지금 나오는 물로는 농장을 살려 내기 역부족이지만 그렇다고 더 깊게 팔 수도 없습니다.

지난 2014년 시작한 주정부 규제 때문입니다.

4대째 이곳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나카타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써야할 물의 절반도 퍼내지 못합니다.

[마크 나카타/'마데라' 지역 농장 운영 : 마데라 지역 농부들은 1년에 지하수 270만리터만 쓸 수 있는데 보통 여기 농부들은 (땅이 넓기 때문에) 600만리터는 써야하거든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

지난 몇 년 시위도 해보고 버텨도 봤지만 결국 문 닫는 농장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마크 나카타/'마데라' 지역 농장 운영 : 지난 2년 동안 1200만평이 넘는 농장들이 폐업을 했고 이대로 지속되면 농업과 연결된 다른 사업들도 문 닫는 거예요.]

물이 덜 필요한 작물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농사를 포기해야 합니다.

[토마스 하터/UC 데이비스 수자원학과 교수 : {이게 다 관정인가요?} 다 우물이에요. (이 지역에) 우물 2만3천여 개가 있어요. 채우는 지하수보다 더 꺼내 쓰면, 지금처럼 물이 많이 필요한 농사를 더 짓지는 못할 겁니다.]

지하수는 무한 자원이 아니었고 꺼내 쓰면 없어지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화면출처 News Channel 3-12]
[영상디자인 김관후]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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