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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지역화폐법 개정안 지자체 자치권 침해한다?

입력 2024-10-18 17:58 수정 2024-10-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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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이유 중 앞서 '부익부 빈익빈 발생' 팩트체크에 이어 두 번째 팩트체크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지역화폐 개정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자료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자료사진=연합뉴스〉

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한다?

 

"첫째,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합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스스로 결정해서 집행하는 자치 사무입니다. 그러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고 있는 53개 지자체는 이 법률안으로 인해 상품권 발행을 강제 받게 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지난달 30일 국무회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청을 의결하며 밝힌 정부의 입장입니다.

개정안은 정부의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의무조항으로 만들었습니다. (개정안 제3조의2)
 
지역사랑상품권 개정안

지역사랑상품권 개정안

아울러 같은 조 제8항에서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재정지원을 정부의 의무로 정한 제15조의 제4항에선 해마다 지자체로부터 관련 예산을 신청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 개정안

지역사랑상품권 개정안


정부는 이런 조항들이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강제하고, 스스로 결정해서 추진해야 할 자치 사무를 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행안부 쪽의 설명을 더 들어봤습니다.

재정 여력에 따라 자율적으로 편성해야 할 상품권 발행을 강제로 발행해야 하고, 기존의 지자체의 재정 문제와 관련한 다른 법률과도 충돌한다고 설명합니다.

대표적으로 지방재정법 제20조에서 '지자체의 관할구역 자치사무에 필요한 경비는 그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입니다.
지방재정법

지방재정법


또 관련 개정안에 따라 상품권 사업을 중앙 정부의 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방자치권과 관련한 조문을 찾아봤습니다.

헌법은 제11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헌법


같은 조 제2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에 대해 헌법을 가르치고 있는 법률가에게 문의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고유한 권한이 아니라 헌법 영역 내에서 국가로부터 나오는 권력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학계에서도 대부분 인정된 학설이라며 지역적 사무에 대해 자치입법권이 우선한다는 주장은 소수라고 말합니다.

즉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규정은 헌법에 의한 것이며 조직화된 국가의 한 부분으로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자치 사무의 범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입법자인 국회의 권한이란 취지입니다.(헌법 제40조)
헌법

헌법


정부의 설명대로면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일이 지자체의 고유한 자치사무라는 취지로 이를 법률로 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헌법이 정한 자치권의 본질상 이런 논리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실 설명에 따르면 상품권 예산 신청이 의무조항이지만, 발행을 원하지 않는 지자체의 경우 신청 금액을 써내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예산 신청 범위에 따른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상품권 발행을 강제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것도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② 정부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

 

"둘째,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큽니다. 이 법률안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을 신청하면 예산 요구서에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안 시행만으로 정부가 재정 지원 의무를 지게 됨에 따라 헌법상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한덕수 총리, 국무회의 발언)


관련 헌법 조문을 확인해봤습니다.

헌법 제54조 제2항은 정부에게 예산편성권을 부여해 일차적으로 예산을 기획하는 것을 정부의 업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만 보면 정부의 주장이 사실로 보입니다.

그러나 해당 조문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헌법 제3장 국회에 관해 규정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헌법

헌법

같은 조의 제1항이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의 심의 확정권을 국회에 준 겁니다.

제55조에서 제56조까지도 모두 정부의 예산에 대해 국회가 의결하거나 승인하는 등의 요건을 정해두었습니다.
 
헌법

헌법

특히 제57조에선 '국회가 정부의 동의없이 제출한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국회가 선심성 예산 항목을 신설할 수 없도록 하는 견제 장치도 마련한 것입니다.

다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업무를 보겠습니다.
 
지역화폐 〈출처 : 경남 사천 및 제주〉

지역화폐 〈출처 : 경남 사천 및 제주〉

상품권 발행 업무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도 아니고 법률의 내용을 개정해 새로운 지방자치사무를 규정하는 것으로 국회의 넓은 입법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입법자인 국회는 특정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재량권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회의 입법권 영역으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헌법이 부여한 예산편성권을 침해했다는 건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 지원 : 이채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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