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유기동물 분양센터인 '리본(Re Born)' 입양센터에서 분양견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임현동 기자〉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논의가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2020년 기준 300만 가구(통계청, 인구총조사)를 넘기면서 도입 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앞서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들이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에 대한 공약을 내놓으며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관심을 방증합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관련 정책과 그에 따른 조세 지출을 늘리면서 보유세 도입에 대한 찬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지난 24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찬반 입장을 대변한 이진홍 건국대 교수(반려동물 법률상담센터장)와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의 발언을 놓고 사실 관계를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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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반려동물 관련 정책 비용 부담이 커진다?
지난 24일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 〈사진=유튜브 캡처〉
“보유세를 (도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공공동물보호센터 운영이나 배변 처리 등 사회적 비용으로 들어가는 재정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진홍 건국대 교수, 24일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첫번째 논거는 국가 재정 부담입니다.
재정 규모가 갈수록 커져 수익자 부담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정부와 국회 논리도 비슷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국감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 동물복지에 드는 재정을 충당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별도 재원 마련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부터 확인해 봤습니다.
매년 발표된 농림축산검역본부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등록 수는 2018년 130만 4000마리에서 2023년엔 328만 6216마리로 5년 사이 2.5배로 늘었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2021~2022년 반려동물 양육 가정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연평균 39만 마리, 20%씩 증가한 셈입니다.
그만큼 정부의 관련 지출도 늘었습니다.
유실·유기동물 구조와 보호가 목적인 동물보호센터 예산은 2018년 200억 4000만원에서 2023년 373억 8512만원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2015년 동물보호센터 예산이 97억 원이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8년 만에 거의 4배가 됐습니다.
2018년 31곳이던 지자체 운영 동물보호센터도 2023년 기준 71곳이 됐습니다.
반려동물 수가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점에서 국민이 낸 세금의 반려동물 정책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보유세 부담에 초기에는 유기동물 수가 늘어나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줄어들 것입니다. 선진국에서 실제 통계로도 보유세 도입 이후 유기동물이 줄었다는 통계 조사가 있습니다.” (이진홍 교수) 이진홍 교수는 보유세로 인해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강화돼 장기적으로 유기 동물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통계도 있다고 했지만 보유세 도입 후 유기동물이 줄었다는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 교수에게 주장의 근거를 묻자 ”확실치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히려 보유세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의 유실·유기동물 수는 2018년 12만 1077마리에서 2023년 11만 3100마리로 소폭(6.5%) 줄었습니다.
반대 측에선 보유세가 시행될 경우 갑자기 유기동물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역시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보유세 도입이 유기동물 수를 줄이거나 갑자기 증가시킬 것이란 주장의 사실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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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보유세를 목적세로 하자는 것은 위헌이다?
보유세를 걷으면 동물 보호나 유기동물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제도를 도입하자는 측의 주장입니다.
이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특정 용도에 사용하는 목적세의 성격으로 써야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교수가 방송에서 “보유세를 목적세로 하자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이 교수는 '부가가치세'를 목적세로 쓰는 게 위헌적이란 의미였다고 정정했습니다.
보유세 도입을 반대하는 측이 반려동물 구입 비용에 이미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는데 이 세금을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자 부가세는 보통세이기 때문에 특정 목적으로 쓸 수 없다고 반박했다는 겁니다.
보유세의 성격에 대해 법조계에선 추후 입법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법무법인 더함의 정순문 변호사는 “우리나라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있고, 보유세를 목적세로 할지 보통세로 할지는 입법적으로 어떻게 정할 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유세의 도입 취지와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인 김도희 변호사는 “보유세를 양육자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측면에서 부담금 형태로 가는 방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의 조세적 성격에 대한 공방은 현재로선 판단 유보입니다.
보유세 도입 반대 측은 해외 사례를 근거로 조세 실효성이 적고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에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몇 개가 되지 않고요... 약 56%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독일에서도 실효성이 없어서 애견세를 폐지하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 24일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 실제 외국 상황은 어떨까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심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시행하거나 매년 등록비를 내는 나라는 OECD 전체 38개국 중 17개 국가였습니다.
전체의 44%로 절반에 가까운 나라가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라트비아가 2023년 보유세를 처음 징수하기로 하는 등 유럽에서 시행 중인 14개국 중 5개국이 2000년 대 이후 보유세를 시행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유기동물 수가 급증해 보유세 도입이 검토됐고 2012년 시행됐습니다.
슬로베니아는 2005년 도입했는데 양육자에 책임을 강조하고 유기동물 문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근 보유세 폐지 움직임이 진행중인 나라는 38개국 중 네덜란드 1개국이 유일합니다.
네덜란드 언론에 따르면 지자체 342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보유세 징수를 하지 않고 있고, 헤이그시도 올해부터 보유세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세 형평성과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로빈 스미트 네덜란드 동물당(PvdD) 대표는 지난해 헤이그시의회에서 “개에만 세금을 부과하고 고양이나 카나리아에 부과하지 않는 것은 자의적이다. 징수된 세금은 지자체의 일반 기금으로 사용됐으며 헤이그의 세금이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 폐지 움직임이 높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이 회장은 JTBC에 “독일의 애견세 폐지 움직임은 13만 명이 보유세 폐지 청원을 올린 사실로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확인 결과 청원자 수는 1만 3925명이었습니다.
독일 전체 견주가 56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0.3%만 보유세 폐지 청원을 한 셈입니다.
독일의 반려동물 보유세는 베를린을 기준으로 한 마리에 연간 120유로(약 17만원), 두 마리일 경우 180유로(약 26만원)입니다.
정리하면 외국에서도 반려동물 보유세 폐지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폐지하는 방향의 국가도 있으나 도입하는 국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북 상주시 유기동물 보호소 〈사진 출처=경북도청〉
“유기동물의 개념은 사람이 키우다가 버리는 경우를 말하는데 유기견 중 80% 이상이 시골 마당에서 경비 목적으로 기르는 믹스견입니다” (이기재 회장) 이 회장은 반려동물 양육자에게 유기동물 보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반려동물을 버려서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 키우던 개가 주인도 모르게 교배하고 새끼를 낳아 유기동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건데, 유기 동물의 80% 이상이 믹스견이라는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확인 결과 이 주장은 유기견 조사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기견 발생 건을 전수 조사한 '2021 유실ㆍ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유기견 중 품종견은 21.8%. 비품종견(믹스견ㆍ혼종) 비율이 78.2%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도(道) 지역에서 발생한 유기견의 82.1%가 비품종견이었고, 이들 중 절반 이상(54%)은 생후 1년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저연령 유기동물의 증가는 마당개의 유실 증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농촌 지역에서 발견된 저연령 비품종견은 의도치 않은 교배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농촌 지역 유기견 중 43~82%는 버려진 것이 아닌 것으로 추정 가능합니다.
“반려인들이 사료나 용품을 살 때 세금을 내는데 또 보유세를 내라는 것은 완전한 이중 과세입니다.” (이기재 회장) 부가가치세를 내는데 보유세를 또 내는 건 이중과세이기 때문에 보유세를 도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법 전문가들의 설명은 정반대입니다.
법무법인 선경의 권유림 변호사는 ”재산세를 내는데 종합부동산세를 또 걷는다고 이중과세 비판이 많았는데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이 나왔죠. 보통세(재산세)와 목적세(종합부동산세)는 세금의 종류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인 건데 부가세(보통세)와 보유세(목적세)도 마찬가지여서 이중과세라고 봐선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순문 변호사 역시 ”반려동물 보유세와 반려용품 구입시 과세되는 부가세는 과세 대상이 전혀 다르다“며 ”반려용품은 구입이라는 경제적 사실이 과세 대상이고, 보유세는 보유 자체가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이 둘은 이중과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금의 목적, 과세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부가세와 보유세는 이중과세가 될 수는 없다는 결론입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 지원 : 이채리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