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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래와 나' 촬영감독 "자연 다큐, 누군가 영원히 해야할 일"

입력 2024-09-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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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자연 다큐는 누군가는 영원히 해야할 일이에요. 자연을 알아야 공존하니까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와 TV 부문 예술상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은 가장 시선을 끈 작품이자 수상자였다. 히트 드라마, 예능, 영화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고래와 나'의 선전은 놀라우면서도 당연한 결과였기 때문. 김동식, 임완호 감독은 심사 과정에서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SBS에서 4부작으로 방송된 '고래와 나'는 말 그대로 고래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고래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내면서, 동시에 고래가 죽어나가고 있는 환경 오염 문제를 매섭게 꼬집는다. 죽은 고래의 몸 속에서 인간이 배출한 쓰레기가 발견되는 장면,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 인간이 버린 비닐을 먹으려던 고래의 모습 등은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슬프기도 하다.

약 40년 경력의 김동식, 임완호 감독은 '고래와 나'의 주축이 돼 특별한 자연 다큐를 완성했다. 대한민국에서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의 1인자 자리를 함께 나누어가지고 있는 두 감독의 내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고래와 나'를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가진 한계를 넘어 더 진한 울림을 선사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감독님들이시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완호 촬영감독(이하 임)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을 잠깐 다녔어요. 그리고 나서 한겨레 신문에서 사진 기자 생활을 했었고요. 종군 기자가 원래 제 꿈이었거든요. 근데 종군 기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몰랐어요. 당시엔 '라이프'는 잡지 같은 매체가 우리 주변에 많았을 때고, 사진이 보여주는 힘들이 있었어요. 그런 걸 보면서, 사진 기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에 일주일 출근하고 바로 한겨레로 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재직 중이던 삼성에) 좀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고요.(웃음) 사진기자 생활을 한 5년 하고 나서는 '새로운 일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왜냐하면 나보다 잘 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종군 기자란 게 목숨을 바쳐야 하는 일이고, 쉽지 않다는 걸 깨달으니 좀 허망했어요.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 당시 생태 사진을 찍던 선배가 자연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자꾸 하는 거예요."

김동식 촬영감독(이하 김) "저는 원래 이제 군에 가기 전에는 마라톤 선수였어요. 실업팀에 있다가 특전사를 가게 됐어요. 거기서 특수 교육을 받은 게 스쿠버에요. 근데 수중 촬영하려면 일단 스쿠버 교육이 기본으로 돼야 하고 그걸 엄청 잘 해야 돼요. 군대에서 스쿠버다이빙 잘하기로 유명했어요. 그리고 방송사에서 군대 촬영을 오면 제가 많이 연출을 해주기도 했는데, 당시 MBC 카메라 감독 형이 그러는 거예요. '사회에 나와서 뭐할 거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운동만 하다가 사회에 나가니까 막상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리고 스카이다이빙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까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제대를 좀 늦게 했어요. 사회에 나가서 뭘 할까 하다가, 물에 관계된 걸 하겠다고 잠수 기능사 2급을 땄어요. 스쿠버 강사 면허도 땄고요. 하여튼 저는 유별난 사람이었어요. 카메라 감독 형이 '그러지 말고 사회 나가서 수중 촬영을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운명처럼 다큐멘터리와 만나게 된 거군요.
임 "그래서 '이런 거 한번 해볼까' 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방송에 나오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처음엔 그냥 카메라 사가지고 찍으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웃음) 잘 몰라서 시작해서 그나마 계속 했던 건데, 알았으면 못했을 거예요. 몰랐기 때문에 했어요. 하다 보니 이제 마지 못해서 계속했고, 돈이 없어도 이거 외에는 다른 거 할 방법이 없어서 계속했고, 그러니 하다 보니까 조금씩 조금씩 이제 알게 되고 익숙하게 되고. 이러다 보니까 지금까지 왔어요. 스틸을 찍다 보니까 방송 쪽 앵글 잡는 거하고는 많이 다르거든요. 방송 쪽 앵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좀 독특해 보였대요. 운도 좋았어요. 일본 NHK 스페셜을 본 KBS 부장님이 '이런 전문적인 촬영 감독들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을 한 거죠. KBS PD와 같이 '느티나무 둥지 100일의 기록'을 만들었어요. 이후에 KBS 스페셜을 1년에 한 편씩 제작했고요. 돈을 많이 못 버니까, 제대로 못 먹고 다녔어요. 그렇지만 돌아다니면서 자연 생태를 바라보는 것이, 호기심이 너무 즐거웠어요."

김 "저는 처음엔 다이빙숍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수중 촬영 카메라를 사고 그렇게 시작했어요. 처음엔 재연 프로그램 같은 걸 되게 많이 했어요. 연예 오락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요. 그러나 KBS에서 환경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땐 잘 모를 때라 무식하게 찍었어요. 밤을 새우고 그랬는데, 그게 KBS에서 좋게 소문이 난 거죠. 그렇게 14년 동안 한 60편 정도 참여했어요. 제가 연출한 것도 5편 정도 있고요.

-그러다 IMF가 터졌죠.
임 "서른 중반 넘어서까지 재미있게 찍었어요. 환경 다큐멘터리가 많이 제작될 때여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그래서 일들을 계속 할 수가 있었어요. 그러다 IMF가 터지면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하던 일들이 다 취소가 되는 거예요. 그때는 기름값이 없어서 집에서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하는 날도 있었어요. 사진 아르바이트로 몇십만 원 벌면 또 일을 나가고 그랬고요. 집사람한테 손을 내밀어서 미안한 날도 있었어요."

-그렇게 힘들어도 계속해온 거군요.
임 "한 길을 내가 걸어온 게 나도 신기해요. 다른 걸 할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돈은 못 벌어도 재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애를 쓰면 결과가 나오잖아요. 그렇게 올해 29년째더라고요."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두 분의 협업은 언제부터인가요.
임 "둘이 작업한 거는 한 7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 둘이 같이 '한강'이라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MBC에서 '한강'이라는 다큐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해서, 함께 하게 됐죠. 그 전에는 서로 알기만 했지, 일은 같이 해본 적 없어요. 저는 주로 혼자 일하던 스타일이었고, 동식이 형은 KBS 사람들이랑 주로 일했었거든요. 나도 혼자 일을 하다 보면 수중 빼고서 얘기하기 힘든 것들이 많아요. 생태계라는 거는 어디 하나만 딱 이렇게 돼 있는 게 아니거든. 생명 그 자체가 바다에서 오고 물에서 나온 거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연관성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수중이 굉장히 또 중요하게 다뤄지잖아요. 그래서 수중촬영을 하는 동식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거죠."

-다큐멘터리 촬영감독님들이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건 드문 일입니다.
임 "꾸준하게 열심히 했다라는 거를 심사위원들이 높이 평가해 줬다는 생각에 고맙죠. 내가 나 스스로를 너무 스스로 저평가했나 이런 생각을 했고요. 저는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고 동식이 형은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웃음)"
김 "처음에 기대 많이 했었지. 그랬는데 인터넷에는 우리가 유력하지 않더라고요. 하하하."

-'고래와 나'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임 "제가 남극에서 고래를 굉장히 가까이에서 봤어요. 동식이 형한테 막 자랑을 했죠. '내가 한 두 가지 아이템을 생각하는 게 있으니까 한번 해봅시다' 한 거예요. IMF 때문에 하다가 멈췄다가, IMF 끝나고 나서 다시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때 SBS가 하고 싶다고 한 거예요. 우리가 오랫동안 해온 작업들이 있어서, 1년 안에 '고래와 나'가 완성될 수 있었어요.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두 분의 관계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김 "톰과 제리?"
임 "계약서 상으론 갑과 을이요.(웃음) 근데 일하는 거는 각자 알아서 해요.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관여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큰 돈을 벌기가 힘들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한길을 가는 이유는 '재미' 때문인가요.
김 "물속에 들어가면 나는 좀 편안해요.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그러니까 편해져요.
임 "돈이 되기도 해요. HD 시절에 해외에 내보낼 목적으로 자연 다큐멘터리 10편을 판매한 적이 있어요. 유럽은 한국보다 단가가 몇 배는 더 높거든요. 그래서 한 해에 한 1억 원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좀 여유가 생기잖아요. 그러면 좋은 카메라를 사는 거예요. 국내에서 최초로 4K 카메라를 쓴 게 저예요."

-거대한 고래를 눈앞에 두면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더라고요.
임 "비현실적이라는 그 느낌이에요. 눈으로 화면으로 봤던 거하고는 좀 더 실감나고 좀 더 크게 보여요. 고래가 다 나를 둘러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그리고 멀리 있는데 엄청나게 큰 게 있어요. 조금만 가면 손에 닿을 듯한 느낌인데, 실제로 가도 그대로 있어요. 만지고 싶은데 만질 수 없이 멀리 항상 그대로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쉽게는 경이롭다고 표현하는데, 경이로움 그 자체에요."
김 "물속에서는 우리가 수경을 끼고 있기 때문에 25% 가깝고 크게 보여요. 처음 2006년도에 하와이에서 봤을 때 숨이 막힐 듯이 경이롭더라고요."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자연 다큐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임 "우리는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직업이에요. 근데 사람들이 취향은 계속 바뀌고요. 다큐멘터리의 필요성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근데 그러면서도 자연 다큐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거 마저 없어지면, 우리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이랄까 이런 것들은 이제 없어져버리는 거예요. 아주 작은 소명 의식이 있어요. 우리가 우리 자연을 잘 표현해서 외국 사람들한테 소개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김 "자연다큐는 누군가 영원히 해야 돼요. 이 지구는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모든 자연이 같이 사는 공동체잖아요. 그 공동체를 알아야만 우리가 보호도 할 수 있고 공존할 수도 있고 더불어 살 수 있어요. 한쪽이 무너지면, 톱니바퀴가 빠져버리면, 이 지구는 곧 무너지는 거거든요. 그런 변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데에 자연 다큐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생태도 중요하지만 큰 목적은 이런 거예요. 자연을 알아야 우리가 공존할 수 있고 더불어 살 수 있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지구는 곧 멸망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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