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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택시 급발진 주장 사고 반복…"순간 가속도 제한해야" 주장도

입력 2024-07-11 16:34 수정 2024-07-11 17:25

전기차 '초반 급가속' 및 '원페달 드라이빙'에 따른 사고 가능성
차량 제조사, 기능 제한 필요 주장에 "고성능이 문제는 아냐"
차량 급발진 사고 논란 해결 위해선 제도적 변화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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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초반 급가속' 및 '원페달 드라이빙'에 따른 사고 가능성
차량 제조사, 기능 제한 필요 주장에 "고성능이 문제는 아냐"
차량 급발진 사고 논란 해결 위해선 제도적 변화도 필요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에서 아이오닉6 전기차 택시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우회전 중 갑자기 급가속이 시작됐고, 약 120미터를 질주한 끝에 주택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였습니다. 20년 경력 베테랑 택시운전사 A씨는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했습니다.

때마침 A씨는 급발진을 우려해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해 놨었습니다. JTBC가 단독 입수해 공개한 영상엔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A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만 반복적으로 밟았던 겁니다. 심지어 추돌 직전엔 아예 액셀만 꽉 누르고 있었습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착각하는 전형적인 '페달 오인 사고'였습니다.

해당 뉴스 리포트는 11일 기준 유튜브에서 140만회 넘는 조회수와 댓글 약 1만 개를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액셀을 끝까지 브레이크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밟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거나 “인간의 뇌가 얼마나 잘 속을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9일 JTBC가 보도한 서울 이태원 전기차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 블랙박스 화면. 20년 경력 베테랑 택시운전사 A씨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은 '페달 오인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JTBC가 보도한 서울 이태원 전기차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 블랙박스 화면. 20년 경력 베테랑 택시운전사 A씨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은 '페달 오인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차 택시 급발진 주장 사고 반복 “전기차 특수성 영향 있을 것”

전문가들은 최근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전기차 택시운전사가 많다는 데 주목합니다. ▲2023년 10월, 광주, 60대 택시운전사 급발진 주장 사고 ▲2023년 9월, 대구, 60대 택시운전사 급발진 주장 사고 ▲2023년 6월, 수원, 60대 택시운전사 급발진 주장 사고 ▲2022년 12월, 대구, 70대 택시운전사 급발진 주장 사고 ▲2022년 10월, 순천, 60대 택시운전사 급발진 주장 사고 등 전기차 택시 급발진 주장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운전사들은 수십년 무사고 경력을 강조하는 등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를 주장했지만, 대부분 '페달 오인 사고'로 결론 난 상태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6 소개 화면. 최고 출력 239kw(321마력)의 강력한 힘을 광고하고 있다. 소나타 LP가스 모델은 150마력 수준이다.

현대차 아이오닉6 소개 화면. 최고 출력 239kw(321마력)의 강력한 힘을 광고하고 있다. 소나타 LP가스 모델은 150마력 수준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여러 특수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초반 급가속입니다. 전기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제로백이 웬만한 내연기관 스포츠카 수준입니다. 아이오닉6의 경우 최고 5초~8초 수준인데, 소나타 일반 모델이 11초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빠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의 최고 출력이 239kw(321마력)란 점을 핵심 기능으로 광고하고 있기도 합니다. LP가스를 사용하는 소나타가 150마력 수준임을 고려하면, 성능 차이가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는 “전기차는 가속 페달 밟을 때 튀어 나가는 게 운전자가 깜짝 놀랄 정도”라며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만 운전한 고령 운전자들은 운동신경 등 감각이 젊은 층보다 느려서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른바 '원 페달 드라이빙'입니다. 전기차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운전이 가능합니다. 액셀을 밟았다가 떼면 회생 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이때 자동차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면서 자연스레 감속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절약 등 여러 장점이 있는 방식인 건 분명합니다. 문제는 기존 내연기관차 운전에 익숙해진 운전자들에겐 혼선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특히 갑작스런 '페달 오인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전 위해 기능 제한해야” vs “고성능이 문제는 아냐”

김필수 교수는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람 10명 중에 9명 이상은 페달 오인으로 본다”며 “특히 원 페달 드라이빙에 적응한 사람은 긴급한 상황에 브레이크를 잡는 게 습관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기차의 초반 급가속이나 페달 오인 방지를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고 제안했습니다. 인간의 실수를 막기 위한 기술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최근 전기차 택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 택시 급발진 주장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기차 택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 택시 급발진 주장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차량 제조사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런 상황을 알고는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실수하는 것 때문에 (차량 성능이나 기능에) 제한을 두면 대다수 운전자에게는 안 좋을 수 있다”며 “같은 논리로 고성능 차들이 다 문제라고 할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적 해결 위해 사고기록장치 범위 확대 등 필요

급발진 주장 사고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급발진이 인정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대다수 급발진 주장 사고가 '페달 오인 사고'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엑셀 페달 파손이나 차량 매트 페달 끼임에 의한 급발진도 여럿 있었는데, 기존에 알려진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급발진 주장 사고들을 분석한 결과 '액셀 페달 파손'이나 '차량 매트 페달 끼임'에 의한 사고도 여럿이었다. 평소 차량 관리와 매트 구매 시 페달 간섭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급발진 주장 사고들을 분석한 결과 '액셀 페달 파손'이나 '차량 매트 페달 끼임'에 의한 사고도 여럿이었다. 평소 차량 관리와 매트 구매 시 페달 간섭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차량 급발진 논란이 해결되기 위해선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원용 변호사(교통사고 전문) “차량 급발진 사고는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규명이 돼야 할 문제는 맞지만, 일부 운전자들이 급발진이 아님에도 착각하고 급발진을 주장하는 건 오히려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EDR(사고기록장치) 범위 확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현행 5초 정도 EDR 데이터로는 검증이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정책적으로 기록 범위 확대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량 제조사들도 '문제 없다'는 말만 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VJ 한재혁 이지환 허재훈 / 인턴기자 허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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