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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관 지시잖아요" "예"…유재은 법정 증언 집중 분석

입력 2024-06-15 18:17 수정 2024-06-15 18:17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 유재은 법무관리관 증인 채택
유재은, 재판에서 '누구누구 수사 언급 안됨' 관련 증언
'정종범 메모' 속 '휴가'에 대해선 "기억에 전혀 없다"
'이시원 통화'뿐 아니라 '국방부 조사본부' 증언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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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청문회에 유재은 법무관리관 증인 채택
유재은, 재판에서 '누구누구 수사 언급 안됨' 관련 증언
'정종범 메모' 속 '휴가'에 대해선 "기억에 전혀 없다"
'이시원 통화'뿐 아니라 '국방부 조사본부' 증언도 '거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4월 29일, 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4월 29일, 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1일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열고, 증인 12명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그리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입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많은 조사를 받은 증인 가운데 한 명이 유 법무관리관입니다.

·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혐의 수사(군검찰, 참고인)
·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혐의 재판(군사법원, 증인)
·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피의자)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달 17일 박 전 단장 항명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 관련 증언을 거부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JTBC가 해당 재판 녹취서를 입수해 분석했는데, 일부 증언 거부 외에도 청문회 전 되짚어봐야 할 증언이 많았습니다.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의 자필 메모. 5번에 '누구누구 수사 언동(언급)하면 안 됨'이라고 적혀 있다. 〈출처=JTBC〉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의 자필 메모. 5번에 '누구누구 수사 언동(언급)하면 안 됨'이라고 적혀 있다. 〈출처=JTBC〉

장면1. "결국 장관 지시잖아요." "예, 뭐."

박 전 단장의 변호인단은 이날 유 법무관리관에게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의 메모를 두고 집요하게 질문했습니다. 직접 답변이 나온 두 부분만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변호인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에 나온) '누구누구 수사 언동(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 조치 혐의는 안 됨' '경찰에 필요한 수사 자료만 주면 됨' 이 내용들은 장관과 증인(유 법무관리관) 중에 누가 얘기한 것인가요."
유재은 "일단 저 어구로 봤을 때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아닌데, 정 부사령관님한테 다시 한 번 설명해드릴 때 제 기억으로는 장관님께 제가 무슨 설명을 하면 중간중간에 본인(이종섭 장관) 말로 설명을 같이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부사령관을 이해시킬 목적으로, 그런 것들에 대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호인 "증인의 어투는 아니고 장관일 거라고 추정된다는 말씀인가요."
유재은 "예, 그럴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사용하는 그 멘트는 아닙니다."

변호인 "정 부사령관 메모에 보면 '누구누구 조치 안 됨. 우리가 송치하는 것으로 비추어짐' 이런 게 적혀있지 않습니까."
유재은 "그때 제가 배석해서 그 자리에서 군사법원법을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같이 상통한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변호인 "그런데 아까 증인은 그 부분은 증인이 말한 게 아닌 것 같다고."
유재은 "예, 제가 말한 것은 아닙니다."
변호인 "그러면 장관이 말한 것 아닌가요."
유재은 "예, 뭐. 그렇겠지요."

이 문답 앞뒤로도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었는데, 그 내용까지 포함해서 유 법무관리관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내가 군사법원법상 '혐의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내용만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적은 있다.
· 나는 혐의 사실을 적어서 보내도 되고, 적지 않고 보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을 뿐 '누구누구 수사 언동(언급) 하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은 없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내가 이런 설명을 할 때 중간에 추임새처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정리해도 복잡한 답변입니다. 결국 재판장이 나서서 마지막으로 정리했습니다.

유재은 "장관님이 지시형으로 말했던 것은 기억나지 않고 결국은 제가 설명해드리는 것에 장관님이 설명을 같이 했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재판장 "(이 전 장관이) 부언해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취지이지요."
유재은 "예."
재판장 "결국에는 장관의 지시인 것이잖아요."
유재은 "예, 뭐."

정종범 전 부사령관은 자신의 군검찰 진술을 스스로 뒤집어가면서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이란 말은 "이 전 장관이 아닌 유 법무관리관이 한 것"이라고 했는데(정 전 부사령관의 진술 번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JTBC 뉴스룸 3월 19일 보도 〈[단독] "장관님 지시사항"이라더니…'묘한 시점' 진술 번복〉(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70582) 참고), 유 법무관리관은 군사법원에서 "이 전 장관 지시"라고 인정한 겁니다.

유 법무관리관 증언과 진술이 엇갈린 정 전 부사령관은 박 전 단장 항명 혐의 재판에 일찌감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두 번 연속 불출석해 군사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한 상태입니다.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의 자필 메모. 6번에 '보고 이후 휴가 처리'라고 적혀 있다. 〈출처=JTBC〉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의 자필 메모. 6번에 '보고 이후 휴가 처리'라고 적혀 있다. 〈출처=JTBC〉

장면2. "정종범 메모, 일부만 기억난다"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는 '이 전 장관의 지시'를 그대로 옮겨 적은 직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에, 이날 재판에선 메모의 다른 부분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유 법무관리관은 일부는 명확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고, 일부는 기억은 나지만 의미는 모른다고 했고, 일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명확히 기억한다'고 한 건,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 1번 '최종정리(법무)' 부분입니다.

변호인 "최종정리 수사서류를 정리할 권한이 법무관리관실에 있나요."
유재은 "없습니다. 이건 명확히 기억나는데, 장관님이 출발하시려고 하고 제가 정 부사령관님과 같이 장관실 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계속 부사령관님이 저한테 "법무가 최종정리를 하는데"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부사령관님께 "법무가 최종정리를 하는 건 없다. 왜 법무가 최종정리를 한다고 자꾸 말씀하시냐"라고 하는데, 제 말씀을 안 들으시고 그냥 쭉 나가셨는데, 제가 그때는 그것을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간과한게."

채 상병 순직 사건 이첩 보류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이 '법무관리관실이 최종 정리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지만(최소한 정 전 부사령관은 그런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했지만) 자신은 '내가 할 수 없다, 내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일부만 기억난다고 한 건, 메모 3번 '잠정 8월 9일'입니다.

변호인 "잠정 8월 9일, 이런 표현이 있는데 기억하나요."
유재은 "8월 9일만 기억납니다."
변호인 "8월 9일 의미에 관해서 설명되거나 한 것이 있나요."
유재은 "저는 모릅니다."

'8월 9일'이란 메모를 두고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 휴가 복귀 예정일(8월 8일) 이후에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사건을 이첩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유 법무관리관은 '그 날짜를 들은 기억은 있지만, 이 전 장관이 왜 그 날을 찍어서 말했는지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아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건 메모 6번 '보고 이후 휴가 처리'입니다.

변호인 "누군가의 휴가가 언급된 기억이 있나요."
유재은 "아닙니다, 없습니다."
변호인 "전혀 없나요."
유재은 "예."

이 '휴가'를 두고는, 해병대수사단이 애초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던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이후 혐의자에서 제외되면서 휴가 처리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전 장관이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휴가를 직접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에 정확히 적혀있는 이 '휴가'를 두고는 이 전 장관도, 유 법무관리관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도, 그 어떤 사람도 "들었거나 언급했다"고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유 법무관리관은 재판에서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적은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에 대해,

· '최종 정리를 법무가 한다'는 말은 정 전 부사령관에게 들었지만 내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8월 9일'이라는 말은 듣긴 했지만 의미를 몰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 '보고 이후 휴가 처리'라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고 진술했습니다. 스스로 선서를 하고 기억나는 내용만 진술했으니 진실이겠지만 공교롭게도 자신의 책임을 면하는 부분의 기억만 명확하고,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선 '의미를 모른다' '기억에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작성한 채 상병 순직사건 재검토 결과 최종 보고서의 참고 6.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2명만 혐의자로 넘기자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따로 적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JTBC〉

국방부 조사본부가 작성한 채 상병 순직사건 재검토 결과 최종 보고서의 참고 6.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2명만 혐의자로 넘기자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따로 적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JTBC〉

장면3. "관련 없는 부분,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렸다"

재판이 끝난 뒤, 유 법무관리관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부분에 대해선 증언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재판 녹취서를 분석한 결과, 유 법무관리관이 증언을 거부한 건 그 부분만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인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회수한 다음에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해서 임의로 혐의자 6명을 삭제했습니다."
유재은 "이 부분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진술조서와 관련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변호인 "그러면 이 부분에 관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인가요."
유재은 "예."
변호인 "그 이유는 뭔가요."
유재은 "제가 수사기관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변호인 "지난해 8월 2일 경찰에서 회수한 기록은 조사본부로 내려서 재검토지시를 국방부 장관이 하지 않았습니까. 누구 지시였나요."
유재은 "이 부분도 진술조서와 관련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변호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최초 사단장 혐의를 유지하는 쪽으로 했다가 추후 대통령실, 국방부 장관, 증인 등의 개입으로 인해 결국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빠진 것 아닙니까."
유재은 "수사기관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변호인 "수사기관에서 진술거부권 행사하지 않고 다 진술했나요."
유재은 "예."

변호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수차례 통화를 했습니까."
유재은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변호인 "이시원 외에 대통령실의 누군가와 소통한 사실이 있습니까."
유재은 "그것도 수사기관에서 다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유 법무관리관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 여부와 내용'뿐만이 아니라 '(군검찰이 회수해온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게 된 과정과 재검토 과정에서 임성근 전 1사단장의 혐의가 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이 최근 공수처에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뺀 건 우리 뜻이 아니었다'고 진술하고, 최종 보고서에 '그건 우리 뜻이 아니었다는 흔적을 남겼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JTBC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의 진술 내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JTBC 뉴스룸 지난 10일 자 보도 〈[단독] '임성근 혐의 빠진' 최종 보고서…"우리 뜻 아니란 흔적 남겼다"〉(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0179) 참고)

 

청문회에서, 또 수사기관에서 답변할 것은…

의혹 1. 유 법무관리관은 경찰로 넘어간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군검찰이 회수해온 지난해 8월 2일,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습니다.

의혹 2. 이날 오후 1시 50분, 유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 수사부장과 통화하면서 실질적인 '사건 회수'가 시작됐습니다.

의혹 3.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은 공수처에 "우리 뜻과 다르게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최종 보고서에 빼면서 우리 뜻이 아니라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2명만 혐의를 적용해 넘기라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군검찰의 의견을 '참고 6'에 남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3가지 의혹에 대해서, 아니 이 가운데 한 가지 의혹만이라도 오는 21일 청문회에서 혹은 앞으로 공수처 수사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특검 수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질 수 있다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을 둘러싼 의혹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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