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도림역 1번 출구엔 황조롱이 모형이 달려 있습니다. 지하철역에 수시로 들어와 승객을 놀라게 하는 비둘기를 퇴치하기 위해 역무원들이 고심한 결과입니다. [지금 이 뉴스]에서, 비둘기 퇴치전을 진두지휘한 역장님을 만나봤습니다.하루 유동인구가 10만 명에 달하는 이곳, 방송국도 수시로 찾는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엔 사람만 모이는 게 아닙니다.
서울교통사에 따르면, 합정역 다음으로 신도림역에 비둘기 민원이 많습니다.
[강언구/서울 신도림역장 : (승객들이) 귀에 이어폰을 꺾고 휴대폰을 보시다가 비둘기가 갑자기 날아오니까 너무 놀라는 거예요.]
안 그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역장님, 사람뿐 아니라 비둘기도 신경 써야 합니다.
고심 끝에 고안해낸 비둘기 퇴치법, 이겁니다.
[강언구/서울 신도림역장 : 황조롱이가 도시에서도 서식하면서, 비둘기의 천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직원들이 회의 끝에 인터넷에서 4000원짜리 모형을 사 1시간 동안 조립했습니다.
새장도 직접 만들고, 스피커에 울음소리를 편집해 담았습니다.
[강언구/서울 신도림역장 : 과학적인 근거는 제가 봤을 때 장담할 수 없고 일시적인 건지 몰라도 하여튼 비둘기가 많이 줄었어요.]
신도림역, 입구엔 바로 빵집이 있는 데다 주변엔 고층 백화점과 아파트가 있습니다.
해안가 절벽에 살던 야생의 피를 가진 비둘기로선 높은 곳에 둥지 지을 곳이 있고, 먹잇감도 곳곳에 있으니 안 갈 이유가 없습니다.
[강언구/서울 신도림역장 : 아파트에 둥지를 만들고 지금 백화점 난간에 엄청나게 집을 짓는대요.]
사람이 조심하고 줄여나갈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강언구/서울 신도림역장 : 계도도 하고, 또 주변에 나가시면 먹이를 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분들을 많이 제어하고 있습니다.]
비둘기도 이런 삶을 원한 건 아니었을 겁니다. 퇴치하는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강언구/서울 신도림역장 : 도시에서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없앨 수는 없고 함께 상생할 수밖에 없는….]
역장은, 비둘기에게도 승객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강언구/서울 신도림역장 : 불편 사항이 있으면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하는 거죠. 민원 해결하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죄송하다, 이런 말씀 드립니다.]
영상취재 : 신승규
영상편집 : 김동준
영상디자인 : 정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