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리뷰] '여행자의 필요' 막걸리 글로벌 홍보 노렸다면 제대로

입력 2024-04-21 13:00

24일 개봉하는 '여행자의 필요' 리뷰
정해진 서사 줄기 없는 주인공의 일상 기록한 다큐멘터리
홍상수 감독 특유의 연출 기법으로 리얼리티 묘미 극대화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24일 개봉하는 '여행자의 필요' 리뷰
정해진 서사 줄기 없는 주인공의 일상 기록한 다큐멘터리
홍상수 감독 특유의 연출 기법으로 리얼리티 묘미 극대화

[리뷰] '여행자의 필요' 막걸리 글로벌 홍보 노렸다면 제대로
출연: 이자벨 위페르·이혜영·권해효·하성국 등
감독: 홍상수
장르: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 드라마
러닝타임: 90분
한줄평: 프랑스어 과외 선생님의 빛나는 '막걸리 사랑'
팝콘지수: ●●◐○○
개봉: 4월 24일
줄거리: 한국인 남자친구 인국(하성국)의 자취방에 얹혀사는 외국인 이리스(이자벨 위페르)가 월세 마련을 위해 이송(김승윤)과 원주(이혜영), 해순(권해효) 부부에게 프랑스어 과외를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린 드라마.
[리뷰] '여행자의 필요' 막걸리 글로벌 홍보 노렸다면 제대로
전개가 복잡하지 않고 구성도 간단하다. 한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러닝타임 동안 기억에 남는 건 오직 이리스(이자벨 위페르)의 술먹방이지만 주인공에게 별다른 서사를 부여하지 않아 러닝타임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 가능했던 '여행자의 필요'다.

'여행자의 필요'는 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장편 영화이자 9년째 열애 중인 배우 김민희가 제작 실장으로 홍상수 감독과 14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은 전작 '우리의 하루'(2023) '소설가의 영화'(2022)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제작, 연출은 물론 각본, 촬영, 편집, 음악 등 전 과정을 직접 도맡았다.

출연진도 익숙하다. 프랑스 국적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다른나라에서'(2012) '클레어의 카메라'(2018)에 이어 또 한 번 홍상수 감독 작품의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고, 홍상수 감독과 다수의 영화를 작업했던 배우 권해효, 이혜영, 하성국, 김승윤이 재차 부름을 받았다.

특히 '여행자의 필요'는 개봉 전부터 낭보를 전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이 해당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지난 2022년 '소설가의 영화'(2022)로 수상 이후 두 번째다.

주인공은 막걸리
[리뷰] '여행자의 필요' 막걸리 글로벌 홍보 노렸다면 제대로
'여행자의 필요'는 주인공 이리스의 하루 일상을 90분의 러닝타임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한국인 남자친구 인국 자취방에 얹혀사는 게 미안해 처음으로 프랑스어 과외를 시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내용이 작품의 핵심이다.

제한된 카메라 구도, 상당 부분 겹치는 오디오, 대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는 실사 리얼리티를 방불케 한다. 또 주인공이 왜 한국으로 왔는지, 막걸리에 빠지게 된 배경, 남자친구와 만나게 된 구체적인 이유 등 서사가 설명되지 않아 한 외국인의 일상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짙다.

무엇보다 막걸리에 진심이다. 배우들은 리얼함을 살리고자 제조한 음료가 아닌 실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음주 장면을 연기한다. 이와 더불어 과외하러 가거나, 남자친구와 만나거나 주인공 이리스 곁에서 막걸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극 말미 동네 뒷산에 오르는 장면도 막걸리와 함께한다. 유튜브에서 한 외국인이 지인들과 술먹방을 진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끝나고 기억에 남는 건 막걸리 뿐이다.

저예산 독립 영화의 단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황적인 제약이 많은 탓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여럿 포함됐다. 이리스가 뜬금없이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윤동주의 대표작 '새로운 길'과 '서시'로 마주하는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가 하면, 이리스와 동거 중인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 인국 모친의 감정선이 급발진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줌 인(zoom in), 식사 장면에 배우 뒷모습만 나오는 홍상수 감독의 엉뚱미는 소소한 웃음을 안겼다.

'국민 불륜남'이란 오명을 쓴 탓에 홍상수 감독 작품은 호평 속 유수의 시상식에 초청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홍상수 사단이 의기투합한 2024년 첫 작품은 관객들에게 이전과 비슷한 평가를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영화제작전원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