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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책값입니다" 교보문고에 100만원 두고 사라진 손님

입력 2024-03-21 11:33 수정 2024-03-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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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출연 : 송혜수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기자]

마지막은 15년 전 책값을 갚은 한 남성의 사연입니다.

[앵커]

15년 전 책값을 갚았다.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함께 사진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 카운터에는 한 남성이 사진 속 저 돈 봉투를 말없이 내밀고는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직원은 이 남성이 누군가의 분실물을 카운터에 맡겼다고 생각하고 봉투를 보관했었다고 해요. 하지만 해가 바뀌고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직원은 지난 6일 이 봉투를 열어봤다고 합니다.

봉투에는 현금 100만원과 함께 한 통의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요. 제가 지금 이 편지를 직접 읽어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교보문고에 오면 늘 책 향기가 나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책 향기가 마음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네요. 사실 저는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습니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15년여 전 고등학생 시절, 저는 이곳 광화문 교보문고에 꽤나 자주 왔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려는 의도로 왔지만 이내 내 것이 아닌 책과 각종 학용품류에 손을 댔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하고 반복하던 중 직원에게 딱 걸려 마지막 훔치려던 책들을 아버지께서 지불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 도둑질을 걸리기 전까지 훔쳤던 책들과 학용품, 그것이 기억났습니다. 가족과 아이들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못은 이해해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교보문고에 신세 졌던 만큼 돕고 베풀며 용서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왜 저렇게 큰돈을 갑자기 그냥 놓고 갔을까. 근데 이 편지를 읽어보니까 아빠가 두 자녀를 키워보니 자기도 이제 뭔가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짓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셨나 보네요.

그래서 학창시절에 훔쳤던 그 비용보다 아마 더 주신 것 같은데.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는 건 뭘까요? 부끄러움을 아는 게 정말 중요한데요. 시끄러운 정치권 얘기도 말씀드렸지만, 또 이렇게 투영되면서 이런 분이 정말 대단하다. 이런 느낌도 드네요. 이 돈은 어떻게 쓸까도 궁금합니다.

[기자]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참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으로서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돈 액수를 떠나 그 마음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또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 취급하며 절대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좋은 말로 타이르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 듯하다"며 "보내주신 돈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말했는데요.

교보문고 측은 남성이 보내준 돈에 100만원을 더해 200만원을 아동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앵커]

남성이 남긴 100만원에 교보문고 측이 100만원을 더해서 총 200만원을 아동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이게 결말까지 완벽한데요. 남성분 편지도 대단하고 저는 또 약간 대단하다고 느낀 게 이걸 분실물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보관한 직원도 대단한 것 같아요. 함부로 열지 않고 일단은 혹시나 손님이 찾아오지 않을까 해서 직원이 계속 보관하고 있었다는 거. 그리고 끝까지 마지못해 확인한 것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책 훔치는 건 도둑질이에요. 큰일 납니다.

[화면 출처 교보문고 제공]
 
 
"15년 전 책값입니다" 교보문고에 100만원 두고 사라진 손님
〈뉴스들어가혁!〉은 JTBC news 유튜브를 통해 평일 아침 8시 생방송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핵심 이슈를 이가혁 기자가 더 쉽게, 더 친숙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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