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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물러나지 않으면 대량 학살"…무장 갱단이 점령한 아이티

입력 2024-03-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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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무장한 갱단이 수도를 점령하면서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됐습니다. 갱단은 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대량 학살이 벌어질 거라 위협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아이티 수도에 있는 국제공항을 접수하고, 최대 규모의 국립교도소를 습격한 주동자.

갱단 연합체인 G9의 두목 지미 셰리지에입니다.

이번엔 아리엘 앙리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대량 학살로 끝날 내전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지미 셰리지에/갱단 두목 : 아리엘 앙리 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아이티는 대량 학살을 겪게 될 것입니다.]

현재 아이티는 무장 갱단이 수도 80%를 장악했습니다.

셰리지에는 자신의 행동이 '혁명'이라며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앙리 총리가 과도정부 수반으로 새 정부 구성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겁니다. 

앙리 총리는 지난 3년 동안 선거를 치르지 않으며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셰리지에는 이를 놓고 총리 리더십에 정당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갱단은 민간인에게도 악행을 일삼고 있는데 정부는 제지할 힘이 없습니다. 

인구는 1100만 명이지만 경찰 병력은 약 9000명에 불과합니다.

결국 앙리 총리가 지난 2일 다국적군 파견 요청을 위해 케냐로 날아갔습니다.

그러나 갱단의 공항 점령으로 귀국길이 막혔고 총리는 현재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머물고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앙리 총리가 아이티로 돌아올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아이티는 갱단의 나라가 돼가고 있습니다.

14살 어린 소년은 11살 때부터 갱단에 가입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불태우도록 강요받았다고 실토했습니다. 

국민들도 갱단의 횡포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주민 : 무장 갱단은 우리를 강제로 집에서 쫓아냈습니다. 갱단은 우리집을 파괴했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여성은 강간을 당했다며 몸에 남은 상처를 공개했고 또 다른 여성은 갱단이 쏜 총에 맞아 여동생이 죽었다고 호소했습니다. 

권력에 눈먼 관료 '갱단 정치'

갱단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키워나간 건 1986년, 29년 동안의 독재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입니다. 

정부 고위 관료들은 서로 권력을 잡으려 갱단의 힘을 빌렸습니다.

이들의 비호 아래 갱단은 세력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이제는 갱단을 잠재울 정치적 리더십이 보이질 않은 상황입니다. 

아이티가 갱단에 국가 권력까지 넘길지 중대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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