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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횡령·배임 범죄 땐 수익 환수에 주주 배상 책임까지…"경제범죄 '남는 장사' 현실 변해야"

입력 2024-02-28 15:53 수정 2024-02-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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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금융 범죄는 아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횡령·배임은 자본주의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중범죄임.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 나라 자본주의에는 미래가 없는 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다" - 유튜브 사용자 'mankind300'

김영준 이그룹(옛 이화그룹) 회장 추적 보도 영상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 중 일부. 누리꾼들은 김 회장이 보석 석방 이후 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에 분노했다.

김영준 이그룹(옛 이화그룹) 회장 추적 보도 영상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 중 일부. 누리꾼들은 김 회장이 보석 석방 이후 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에 분노했다.

JTBC는 김영준 이그룹(옛 이화그룹) 회장을 추적 보도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수백억 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취재진은 김 회장이 회삿돈 변상은커녕 슈퍼카를 타고 특급호텔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는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수천 개의 댓글 가운데 유독 '미국'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국이었다면 김 회장이 달랐을 것이란 취지입니다.

취재진과 만난 법률 전문가들도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한국이 유독 경제사범에 대해 처벌을 약하게 한다는 겁니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제범죄로 처벌받았으며, 심지어 2018년엔 이그룹 관련 횡령·배임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았다.

검사 출신 공일규 변호사는 "주식회사라는 시스템이 우회적으로 재산을 취득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탈법적인 통로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그동안 이런 범죄에 대해 법원의 형량이 많이 약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분석을 합니다.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배경에 기업 경영진의 반복되는 횡령·배임 범죄와 약한 처벌이 있다는 겁니다.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작전하고 장난치고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적발돼 토해내는 금액이라든지, 실형 처벌이라든지 이런 게 너무 미약하다"며 "그래서 그들은 처벌이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금융 범죄에 대해 왜 이렇게 관대한지 의문"이라며 "정부여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를 부양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다른 것보다도 경제범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기업 경영진의 횡령·배임 범죄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합니다. 임태훈 샘휴스턴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은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횡령 금액이 수백만 원만 넘어도 중범죄로 다룬다"며 "최대 징역 99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횡령·배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기업에서 횡령·배임 범죄가 발생하면 해당 금액 환수는 물론 횡령 금액에 소득세도 물리고, 여기에 더해 주주 등 범죄 피해자들에게 배상 책임도 발생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실제 2000년대 초 미국 케이블TV 업체 아델피아 창업자 존 리가스는 회삿돈 수백만 달러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 형을 받았습니다. 부당 취득 재산은 모두 몰수당했고,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7억1500만 달러(현재 한화 약 9600억 원)를 배상해야 했습니다. 범죄로 얻은 이익보다 훨씬 더 큰돈을 물어낸 셈입니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범죄가 속칭 '처벌받아도 남는 장사'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생성형AI DALLE로 만든 이미지)

경영진의 횡령·배임 범죄가 속칭 '처벌받아도 남는 장사'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생성형AI DALLE로 만든 이미지)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소위 말해 몸으로 때우고 나왔을 때도 경제적 이득이 훨씬 더 크니까 그들에게는 현실적인 법이 우스운 것"이라며 "이그룹 사건엔 자본주의 시장을 교란하는 모든 안 좋은 것들은 다 들어가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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