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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5명 살리고 떠난 이하진 씨

입력 2024-02-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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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이하진 씨(오른쪽)와 남편 김동인 씨.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이하진 씨(오른쪽)와 남편 김동인 씨.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엄마는)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주말에 (엄마랑) 차 타고 마트 많이 가고, 공원 같은 데 가고 그랬어요. 차 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나요.)"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소중한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42세 이하진 씨의 사연이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이씨는 2020년 양측 뇌혈관의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일정한 부위가 막히는 질환인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증상이 점점 악화하자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이씨는 출산 후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둘째의 첫돌을 치르고 난 뒤인 지난해 12월, 이씨의 수술이 진행됐습니다.

수술 후 2주간 요양병원에 머무른 이씨는 이후 집으로 돌아와 회복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심한 독감을 앓았고 지난달 17일 새벽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상이 나타나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습니다.

남편 김동인 씨는 이씨가 살아있을 당시 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했습니다.

이씨는 좌·우 신장과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해 모두 5명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둘째의 첫돌을 축하하며.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둘째의 첫돌을 축하하며.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서울 종로구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활발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운전과 영화를 좋아했고,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자라는 동안에는 언니를 늘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동생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젊은 나이에 두 아이를 두고 떠난 이씨에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김씨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기증을 받게 될 이들에게는 "(아내가) 뜻깊은 일을 한 만큼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습니다.

10살 아들 김민재 군도 "엄마와 함께 마트랑 공원에 자주 놀러 갔던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차 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나요.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숭고한 결정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준 기증자와 유가족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증자를 통해 새 삶을 받은 5명의 이식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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