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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슈퍼카에 고급주택까지…'거액 횡령 혐의' 회장님의 호화생활

입력 2024-02-21 20:49 수정 2024-02-21 21:16

소액주주 36만명은 '거래정지'에 발 동동
주식 1주 없이 순환출자로 회사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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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36만명은 '거래정지'에 발 동동
주식 1주 없이 순환출자로 회사 장악


[앵커]

경영진 비리로 회사 주식 거래가 정지돼 소액주주 36만 명이 수천억 원을 잃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작 재판을 받는 그룹 회장은 회삿돈으로 여유롭게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면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그룹'의 김영준 회장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정황을, 저희 취재진이 포착했습니다.

이윤석 기자가 그 현장을 추적했습니다.

[기자]

서울 남산타워 근처 특급호텔입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피트니스센터에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그룹 김영준 회장입니다.

김 회장은 회삿돈 114억 원을 횡령하는 등 1500억 원 규모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호텔 주차장에서 고급 스포츠카에 올라탄 김 회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10여 분을 달리던 차는 한남동 고급 주택가 한 아파트에서 멈춥니다.

김 회장은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곧이어 이그룹 명함을 사용하는 사람이 대신 주차를 해줬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사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의 시세는 한 채당 50억 원에 이릅니다.

이그룹은 회삿돈으로 두 채를 샀고, 내부 공사비와 관리비 명목으로 수억 원을 썼습니다.

김 회장 가족은 무상으로 거주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엔 김 회장이 타고 다니던 스포츠카와 번호가 똑같은 스포츠카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습니다.

모두 수억 원짜리 슈퍼카입니다.

취재진은 수일간 김 회장 행적을 확인했습니다.

보석으로 나온 뒤 매일 같이 특급호텔을 찾았습니다.

취재진은 김 회장에게 자신의 비리 때문에 주식 거래가 정지돼 수천억 원 피해가 예상되는 소액주주들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김영준/이그룹 회장 : {회삿돈으로 지금 이렇게 호화로운 생활 즐기고 계시는데요. 회삿돈 변상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그만 따라오시죠. 찍지 마세요. {소액주주들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회삿돈 변상 어떻게 하실 건지 계획 없으세요?} 112에 신고할 거예요. {신고하셔도 됩니다. 회장님 지금 말씀하실 책임이 있으시잖아요. 소액주주들 피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변상하실 것인지 계획은 갖고 계세요?} …]

김 회장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준/이그룹 회장 : {회장님 여기 회원권도 이화그룹 소유로 돼 있잖아요. 회장님 지금 살고 계시는 호화주택도 회삿돈으로 다 하신 거고요. 심지어 결혼식 비용까지 회삿돈으로 하셨던데요. 회장님 이거 갚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계속 질문하자 변호사를 통해 답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김영준/이그룹 회장 : 그만하자고요. {회삿돈 어떻게 변상하실 겁니까?} 그만하자고. 그만하자고요. 찍지 마세요. 그만. {회장님 이렇게 피하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저 변호사 통해서 얘기할게요. {답변 안 하실 거잖아요.} 가세요.]

하지만 일주일 넘게 연락이 없었습니다.

[이그룹 고위 관계자 : 회사 비용이거나 회사와 관련된 자산이기 때문에 (김 회장이) 그렇게 사적인 용도로 사용을 할 수가 없는 거죠.]

법률 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회삿돈을 돌려놔도 모자랄 상황에 횡령·배임을 계속하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지웅/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 횡령·배임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상황, 자본주의 사회 가장 근본은 주식회사죠. 사금고처럼 곶감 빼먹듯이 하는 사태들이 많아지면 자본주의 근간이 무너집니다.]

이그룹은 물론 김 회장의 변호를 맡은 로펌 등에 계속해서 연락했지만, "잘 모르겠다"면서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상장사 세 곳을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고 간 이그룹 김영준 회장의 행적 가운데 가장 특이한 부분은 회사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하며 회삿돈을 마음대로 쓴 정황이 포착되는데, 계속해서 이윤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그룹 김영준 회장이 주식 한 주 없이, 상장사 3곳을 장악한 수법은 순환출자입니다.

먼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동원해 A회사 주식을 삽니다.

이후 A가 B회사를, B가 C회사를 산 다음 다시 C가 A를 사, 순환출자구조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사진과 감사들을 모두 자기 사람으로 바꿔 회사를 장악하는 겁니다.

김 회장은 회사 밖에 경영전략실이란 별도 조직을 만들어 경영에 개입했습니다.

JTBC 취재진이 입수한 한국거래소 내부 문건입니다.

'김 회장이 소유 지분 없이 기형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고, 경영전략실 조직을 동원해 실사주 개인을 위해 의사결정을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A씨/이그룹 고위 관계자 : 자금, 회계, 공시, 인사, 급여 이런 업무 전체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요. 김 회장과 오래 근무했던 분들이 주로 근무하고 있고, 그 밑에 직원들은 충성심 강한 직원들 위주로 근무합니다.]

이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지금도 회사 일에 관여한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B씨/이그룹 고위 관계자 : (올해 초 김 회장 측근에게서) 주식 관련 간접적으로 어떤 메시지들이 있었습니다. 김 회장 얘기 메시지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일규/변호사 (검사 출신) : (김 회장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접촉하는 것조차 보석 조건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김 회장은 경제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바 있습니다.

심지어 2018년엔 이그룹 관련 횡령·배임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공일규/변호사 (검사 출신) : 처벌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J 한재혁 이지환 / 영상디자인 정은실 / 인턴기자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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