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일.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 재판이 진행된 날짜입니다. 그동안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만 7곳이 사임했습니다. 변호인과 의뢰인이 다투는 이례적인 장면과 법정에서 부부가 싸우는 모습도 나왔습니다. 오래 걸리고 꼬여 가는 이 재판. 오늘도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019년 5월 12일 쌍방울과 북한 협약식 모습 [독자제공]
필적 감정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 북한 송명철 조선 아태위 부실장이 쌍방울 측에 써준 송금 확인 영수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명이 있는데 진짜 송 부실장 글씨가 맞느냐고 따졌습니다.
이미 검찰은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의 필적 감정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우리가 따로 감정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변호인 요청이 나오자마자 검찰은 예상했다는 듯 새 감정 신청서를 바로 제출했습니다. 서류 작성 시간조차 아끼려고 미리 준비해 온 겁니다. 이 전 부지사 측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희토류와 광산 개발과 관련된 쌍방울과 북한 계약서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했습니다. 북한 인사를 특정해 구체적으로 증명하라는 겁니다. 검찰은 "북한 측이 작성한 것인데 특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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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이라 하지 마라"…법관 인사 불가피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지연'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송 지연이라는 말을 반복하는데 이러면 이 전 부지사가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16일)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인의 모습.
충분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무작정 빨리 끝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제대로 보장받고도 또 보장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 측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건 맞습니다. 재판 도중 부부끼리 싸우고, 변호인과 의뢰인이 다투고, 이런 돌발 행위로 재판이 중단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했던 변론을 반복하거나 새로운 증인을 계속 신청하거나, 결심이 다가오는데 법관 기피 신청을 하는 것까지 재판 지연 행위로 보이게 된 것 아닐까요. 지난 12일 하루 이 전 부지사 측이 신청한 사실조회 신청서만 6개입니다. 이러다 보니 법원 안팎에선 사실을 조회하려는 건지 시간을 끌려는 건지 의심하는 시선이 생기는 겁니다. 검찰이 필적 감정 신청서까지 미리 준비해 온 건 심증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459일째 진행되어온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의 재판, 다음 달이면 법관 인사가 예정되어있습니다. 또 재판은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JTBC는 계속해서 꼼꼼히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