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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잘 하면 '휴지' 되는데…종이팩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

입력 2024-01-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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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수거하고 있는 우유팩.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의 한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수거하고 있는 우유팩. 〈사진=이지현 기자〉

혹시 우유팩과 두유 등이 담긴 멸균팩, 어떻게 처리하고 계신가요? 깨끗하게 씻어 말린 뒤 종이류와 함께 분리배출 하시나요?

그렇게 내놓는 우유팩은 아쉽지만 재활용이 거의 안 됩니다.

일반 종이와 달리 우유팩과 멸균팩은 액체를 담기 위해 종이 안팎으로 폴리에틸렌(PE)을 코팅하는데요. 이 코팅 때문에 일반 종이보다 몇 단계 공정을 더 거쳐야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종이류와 별도로 '종이팩류'로 분리배출 해야 합니다.

문제는 종이팩 분리배출이 어렵단 겁니다. 페트류나 캔류처럼 집 앞에서 분리배출 하는 곳이 거의 없죠.

게다가 제대로 배출한다고 해도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이팩 재활용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35%에 이르던 재활용률은 2019년 19%, 2020년 15.8%, 2021년 13.9%, 2022년 13.7%가 됐죠.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곳만 우유팩·멸균팩 수거

다 마신 멸균팩은 펼쳐서 깨끗하게 씻은 뒤 말려서 배출하면 된다. 〈사진=이지현 기자〉

다 마신 멸균팩은 펼쳐서 깨끗하게 씻은 뒤 말려서 배출하면 된다. 〈사진=이지현 기자〉


재활용률이 높아지려면 일단 잘 분류해야 합니다. 하지만 종이팩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캔이나 페트처럼 별도 분리배출 의무가 없기 때문인데요. 집 앞에서 종이팩류를 분리배출 할 수 있는 건 극소수 지자체에 불과합니다.

우유팩이나 멸균팩은 펼쳐서 깨끗하게 씻어 말린 뒤 배출하면 되는데요.

일정량을 모아 제로웨이스트 숍이나 생활협동조합 등 종이팩을 따로 수거하는 곳에 가져다주면 됩니다.

주민센터나 지역에 따라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센터라고 해도 모두 종이팩을 수거하는 건 아닙니다.

서울환경연합이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유팩과 멸균팩을 모두 수거하는 자치구는 14곳이었습니다.

6곳은 우유팩만 수거하고 있었고, 5곳은 아예 종이팩을 별도 수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유팩·멸균팩 선별해 수거하는 지자체는 3곳뿐

종이팩은 종이와 별도 공정을 거쳐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종이팩은 종이와 별도 공정을 거쳐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수거가 어려우니 대부분의 시민들은 종이팩을 종이류와 함께 분리배출 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종이류 쓰레기 중에서 종이팩을 잘 선별해 재활용할 수는 없는 걸까.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우유팩과 멸균팩을 각각 선별해 수거하는 곳은 3곳(동작·성동·영등포구)에 불과했습니다.

6곳은 우유팩, 멸균팩 구분 없이 그냥 '종이팩'으로 선별해 재활용하고 있었죠. 우유팩과 멸균팩은 다른 과정을 거쳐 재활용됩니다. 멸균팩에는 알루미늄 코팅이 더 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두 가지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려워집니다.

지자체 4곳(강서·노원·동대문·성북구)은 종이팩 자체를 선별하지 않고 그냥 종이류로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1곳은 종이팩을 가져가 재활용하는 업체의 요청에 따라 선별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11곳은 확인이 불가했습니다. 자체 선별장이 없는 곳들도 있었고, 선별 여부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한 곳들입니다.

결국 종이팩은 수거와 선별 체계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재활용 해도 안 팔려"…재활용 업체들도 난색

멸균팩을 재활용한 종이타올(왼쪽)과 우유팩을 재활용한 두루마리 휴지. 〈사진=이지현 기자〉

멸균팩을 재활용한 종이타올(왼쪽)과 우유팩을 재활용한 두루마리 휴지. 〈사진=이지현 기자〉


종이팩은 식품을 담는 포장재이기에 고급 펄프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잘 재활용된다면 쓸 수 있는 곳이 많죠.

우유팩은 두루마리 휴지로, 멸균팩은 종이 타월 등으로 보통 재활용 되는데요.

문제는 재활용 업체들도 종이팩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일단 종이팩 수거 자체가 잘 안 되고, 수거가 안 되다 보니 그걸로 재활용 휴지를 만들기도 어렵다"면서 "더군다나 만든 재활용 휴지가 잘 팔리지 않아 재활용 업체들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활용 휴지는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할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많이 구매합니다.

종이팩을 모아 주민센터에 가져다주면 주민센터에서는 종이팩으로 만든 재활용 휴지를 주는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잘 분리배출한 종이팩이 재활용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개념이죠.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수거보상제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17곳. 그중 재활용 휴지를 제공하는 곳은 강북·마포·서초구 3곳에 불과했습니다.

14개 지자체는 재활용 휴지가 아닌 일반 휴지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박정음 팀장은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종이팩도 캔과 병처럼 집 앞에서 배출하고, 선별 및 재활용이 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주민센터에서도 재활용 휴지 공공구매를 확대해 종이팩이 잘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한 정부…"그래도 분리배출 해야"

지난 2021년 서울환경연합이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지난 2021년 서울환경연합이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부터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이란 표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재활용이 수월하지 않은 포장재에 하는 표기인데요.

일각에서는 이 표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멸균팩을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 재활용률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환경부는 이 표기를 하게 된 데 대해 "멸균팩을 포장재로 사용하는 업체들이 종이팩 사용을 두고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재활용이 잘 안 되고 있고, 업체들의 재활용 노력도 부족해 이 점을 지적하려 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활용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은 기존처럼 종이팩을 분리배출 하는 것이 좋고 업체들도 재활용률을 계속해서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환경부는 종이팩을 캔이나 페트병처럼 집 앞에서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공동주택에서 종이팩을 분리배출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국민들에게 분리배출 의무를 하나 더 부여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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