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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하버드 총장 '희생양'?…불붙은 'PC 전쟁'

입력 2024-01-04 18:41 수정 2024-01-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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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6년 하버드 개교 이래 첫 흑인 총장, 386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장.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은 여기에 더해 하버드 역대 최단 기간 총장의 기록까지 안게 됐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임해 반년 만인 지난 2일 자리에서 물러나면 섭니다.

그는 공개서한을 통해 자신의 사임 결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면서도 “학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취임 반년 만에 사임한 이유?

결정적인 이유는 논문 표절 의혹처럼 보였습니다.

게이 전 총장은 자신이 저술한 저작물 17개 중 7개에 대해 표절 관련 혐의로 피소된 바 있습니다.

하버드 측은 당초 “인용부호 추가 등을 통해 수정본을 제출했다”며 문제없다고 대응했지만,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결국 사임으로 마무리 짓게 됐습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단순 학계 스캔들이 원인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임 배경엔 반유대주의 논란?

논문 표절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초 하원 청문회 직후입니다.

클로딘 게이/당시 하버드 대학 총장(지난해 12월 5일)
“(반유대 시위가 하버드 대학의 행동 강령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없습니까?) 하버드 대학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합니다. 불쾌하고 공격적이고 증오스러운 표현이라고 할 지라도요.”

즉답을 피한 게이 전 총장을 두고 반유대주의를 용인한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곧바로 사퇴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유대계 동문은 기부금을 철회하겠다고 압박했고, 일부 대형 로펌은 하버드 출신 대졸자 채용을 거부하는 등 보이콧이 잇따랐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엘리자베스 매길 전 펜실베니아대 총장도 나흘 만에 자진 사퇴한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두 명의 아이비리그 총장이 퇴출당한 겁니다.

캠퍼스로 번진 PC 전쟁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국 대학가에서는 친 팔레스타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이에 대학 측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반유대주의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정치적 올바름, 즉 PC(Political Correctness)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청문회는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겁니다.

대학 총장들을 맹공한 엘리스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은 “두 명이 나가떨어졌다”며 환영했습니다.

반면 하버드대 교수들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치적인 압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라이언 에노스 / 하버드대 교수
"클로딘 게이에게 일어난 일은 그녀의 사임을 강요하는 군중 압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그녀에게 소리 질렀고, 그녀는 받지 않아도 되는 공격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학계와 언론의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메리베스 게스맨 / 럿거스대 석좌교수
“게이 전 총장의 사임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등 교육에 대한 외부의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두고 '캠퍼스 정치를 둘러싼 대리전'이라 했고, 영국 BBC는 게이 전 총장에 대해 '캠퍼스 문화 전쟁의 희생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살해 위협에 흑인 비하 당해”

게이 총장은 3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사임 이후 심경을 밝혔습니다.

“나를 겨냥한 퇴진 운동은 총장 한 명을 넘어서는 일이었다”면서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흑인 비하까지 당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선 인용표기를 제대로 못 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고, 반유대 논란에 대해선 “함정에 빠져들어 표현에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명했습니다.

하버드 임시 총장직은 하마스의 테러를 강도 높게 규탄했던 앨런 가버 최고학술책임자가 맡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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