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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故이선균, 본질 흐린 녹취록·유서 공개에 쏠린 비판

입력 2023-12-28 18:19 수정 2023-12-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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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선균의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수원장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故 이선균의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수원장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배우 故이선균의 황망한 비보 이틀째, 지극히 사적인 녹취록과 유족들이 원하지 않았던 유서까지 잇따라 공개되자 과도한 폭로를 두고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이선균은 사망 하루 전날인 26일 "억울함이 많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 그랬던 그였기에 갑작스러운 사망은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일각에서는 마약 투약 혐의 보다 유흥업소 실장 A씨와의 관계 등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져 고인이 더 큰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모든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 물증 없이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만약 투약이 밝혀지더라도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마약 혐의만 놓고 봤을 땐 유리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고인의 사망 이후, 각종 유튜브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정보들이 더욱 문제로 지적됐다.

故 이선균의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수원장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故 이선균의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수원장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KBS는 이선균이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뒤 이선균과 A씨의 녹취록을 단독 보도했다. 해당 내용에는 마약 투약 의혹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가 포함돼 논란이 됐다. 이후 마약 투약 여부보다는 A씨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해당 KBS 보도는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접수됐다.

고인의 사망 하루 전날엔 한 유튜브 채널에 이선균과 A씨의 녹취록이 추가로 올라왔다. 16분여 가량의 녹취록은 순식간에 300만 조회수를 넘길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주고 받은 통화 내용이 여과없이 세상에 공개됐다.

사적 녹취록 유출은 법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화자간 녹취에 대해선 불법은 아니다. 다만 해당 녹취가 제3자에게 넘어가고 제3자가 공개했을 때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녹취의 출처와 수집 방법에 따라 법적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 내용에 따라서는 명예훼손도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녹취 방법과 유출 경위에 따라 형사 처벌은 어려울 수 있지만, 유족이 문제를 삼을 시 명예훼손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는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故 이선균의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故 이선균의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여야 의원들도 사적 통화 내용을 공개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언론이) 범죄 사실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내용을 방송해서 고인이 생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라며 "분명히 국가가 문제제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이선균 관련 보도가 석 달간 20872건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언론이 이선균의 사생활을 무차별하게 폭로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마약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적인 대화가 나왔는데 이게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KBS도 선정적 보도를 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상가상 27일 TV조선은 유족들이 원치 않는데 유서 내용 일부를 단독 보도했다. 앞서 유족 측은 '유서의 내용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명확하게 의사를 밝혔지만, TV조선은 공개해버렸다. 결국 고인이 소속사 대표와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까지 세상에 알려졌다. 어떤 경로로 TV조선이 입수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족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소속사와 유족들은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고통 받고 있다. 사전에 협의 되지 않는 장례식 취재와 막무가내로 빈소에 들어오려는 유튜버들 때문에 27일 장례식장은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28일 "배우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애도해 주시는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발인을 포함해 이후 진행되는 모든 장례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오니 마음으로만 애도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자택과 소속사, 장례식장까지 기습적으로 방문하는 일부 언론과 유튜버의 상황을 전하면서 "고통이 매우 크다. 부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유가족과 동료, 지인 모두가 원하는 만큼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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