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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에 묻힌 '징글벨'…가자·우크라 '피의 크리스마스'

입력 2023-12-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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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크리스마스 이브,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에 아기 예수가 등장했는데, 이렇게 인큐베이터 안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누운 자리엔 가시 돋힌 선인장이 깔려 있고, 인큐베이터는 전기 코드가 뽑혀져 있죠. 한 팔레스타인 예술가가 만든 작품입니다. 이스라엘의 병원 폭격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인큐베이터 밖으로 나와야 했던 가자지구 아기들을 상징하고 있죠. 실제 1kg이 채 될까말까한 미숙아들,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경우도 있습니다. 마취도 없이 수술을 받은 엄마들도 상당수 숨을 거뒀죠.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만명을 넘었고, 이중 8천명은 어린이라는게 가자지구 발표입니다. 성탄절이란 게 무색하게도, 예수의 땅이라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전쟁의 포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소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자지구 중부의 한 병원 앞에 흰 천에 쌓인 시신 수십구가 놓여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폭격 속에 수많은 가자 시민들이 순교자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의료진들이 흰 먼지를 뒤집어쓴 채 핏자국이 선명한 아이들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봅니다.

현지시간 24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난민촌에서 최소 7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도 군인 1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에서 멀지 않은 가자지구에서 성탄 전야에도 포격이 이어진 겁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을 쉽게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사들과 국민 그리고 정부가 하나로 뭉쳤고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전쟁 이후 두 번째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에서도 포성이 계속됐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포격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습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항전 의지를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하루하루 어둠은 질 것이며 악은 패배할 것입니다.]

이맘쯤이면 캐롤 소리가 울려퍼지던 베들레헴에도 전쟁의 그림자가 내려앉았습니다.

순례자의 발길이 이어지던 도심 곳곳에는 전쟁에 신음하는 아기 예수를 재현한 성탄 구유가 놓여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전야 미사에서 평화의 왕은 헛된 전쟁 논리 앞에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프란치스코/교황 : 오늘 밤 우리의 마음은 평화의 왕이 헛된 전쟁 논리에 거부당하는 베들레헴에 있습니다.]

교황은 정의가 힘의 과시에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평화를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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