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그룹이 한국의 사무실, 주택 등에 설치된 프린터를 해킹해 김일성 사진 등 북한 체제 선전물을 출력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주최 〈북한발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를 선전하고 국방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가짜 정보를 만들어 퍼뜨리는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박동휘 육군 3사관학교 교수팀이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그룹 '스키드섹'(SkidSec)은 지난 달 말 자신들의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한국의 프린터를 공격해 북한 선전물을 유포하려는 계획을 퍼뜨렸습니다.
북한 배후 추정 해커그룹 '스키드섹'의 텔레그램 계정에 지난 달 말, 한국의 프린터를 공격해 북한 선전물을 유포하자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스키드섹'은 텔레그렘에 올린 공지 글에서 "남한에 있는 오픈된 인터넷 인쇄 프로토콜의 HP 프린터를 찾아 연결하고 북한 선전 포스터를 출력할 것"이라면서 "가능한 많은 포스터를 남쪽에서 인쇄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인증을 하지 않고 바로 출력이 가능한 공공장소의 프린터나 개인 가정 프린터 IP주소를 공유하며 해킹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얼굴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함께 올리면서 실제로 남측 프린터에서 북한 선전물을 출력한 사람에게는 가상화폐를 지급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프린터에서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 담긴 북한 선전물이 출력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배후 추정 해커그룹 '스키드섹'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북한 김일성 주석 사진이 담긴 선전물.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북한의 무인 정찰기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위성의 정찰감시 능력 등 북한의 전력이나 무기체계에 대한 허위 조작 정보도 상당 부분 유포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사례에서 나타났듯 AI 기술로 만든 '딥페이크'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 허위·조작 정보 유포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연설하는 동영상을 생성형 AI로 만들어서 유포한다면 평소에도 북한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외부에서는 해당 영상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