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직 해군 대령이 현역 시절 부하들에게 자신의 부인과 90번 넘게 휴일마다 골프를 치라고 강요했습니다. 현역만 이용할 수 있는 군 골프장 때문입니다. 부하들을 협박해 고가의 선물과 금품을 뜯어낸 사실도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022년 9월, 해군본부 차장이던 A씨가 부하 장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공휴일을 앞두고 "선수가 없을 듯하니 이틀 다 시간 비우고 대기하라"고 합니다.
부하 장교가 "저도 바쁘긴 하다"며 에둘러 거절하자 "죽고싶냐"고 답합니다.
"아들 생일이라 골프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부하 장교의 말에도 A씨는 "아들 생일이랑 골프 치는 게 무슨 상관이냐"며 참석을 강요했습니다.
군 골프장을 예약하려면 현역 군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우자의 주말 골프에 후배들을 동원한 겁니다.
이렇게 부하 장교 6명이 번갈아 가며 동원된 횟수만 90차례에 이릅니다.
주말 골프를 마치고 한 식사 비용을 평일에 업무추진비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300만원이 넘는 해군 예산을 엉뚱하게 썼습니다.
후배장교들에게 선물과 현금도 뜯어냈습니다.
진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하며 100만원이 넘는 구두를 받아냈고, 수년 전 자신이 추천한 주식이 올랐다는 이유로 50만원이 넘는 운동화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집무실에 수족관을 둬야 한다며 부대원들에게 현금 36만원을 걷어가기도 했습니다.
부하들로부터 받은 금품은 모두 239만원에 달했습니다.
대령 직급으로 전역했던 A씨는 군무원 신분으로 다시 보급창장에 임명돼 지난달 말 직위 해제되기 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습니다.
해군은 "현재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징계절차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해군에 A씨를 해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영상디자인 유정배 조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