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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전두광 된 황정민? 빙의 능력 대단"

입력 2023-12-1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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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전두광 된 황정민? 빙의 능력 대단"
김성수 감독의 꿈이 이루어졌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은 웰메이드 호평 속 무서운 속도로 관객몰이에 성공, 단숨에 700만을 넘어섰다.

하지만 '서울의 봄'은 제작 단계부터 고초의 연속이었다. 뼈아픈 역사인 12·12 사태를 모티브 삼은 작품이란 이유에서다. 김성수 감독 역시 "시나리오부터 재밌었다. 하지만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생각할수록 안하면 안되겠더라"고 용기 있게 메가폰을 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어린 시절 한남동에 살았어서 그날 실제로 총성을 들었었다. 그땐 이유를 몰랐는데 성인이 되고 한참 뒤에 알게 됐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다. 이 영화를 만들고 이제서야 인생의 숙제가 끝난 거 같은 느낌"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심이 통했을까. 배우 황정민, 정우성 등이 합심했고 그 결과 '서울의 봄'은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키며 1000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전두광 된 황정민? 빙의 능력 대단"
-'인생의 숙제가 끝난 기분'이라는 소감이 인상적이다.
"엔딩 편집하고 나서, 편집감독님께서도 '김감독이 하고 싶은거 다 했네'라고 말씀하시더라."

-호평에 대해 '그 정도 작품은 아닌 거 같다'고 반응했는데.
"이 소재가 내게 왔을 때 처음에 거절한 것도 '너무 좋아서, 꿈꾸던 거라서'였다. 시나리오 원안도 좋았다. 그만큼 소망했던 거라서 '앗 뜨거워' 하는 게 있었다. 주변에서도 '김 감독이 악당을 잘 그리잖아'라고 했다. 악당이 영화 속에서 매력적이지만 다루다보면 인물이 전복되는 순간이 있다. 나쁘지만 좋아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큰일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안하면 안되겠더라. 그래서 시작했다. 하면서는 준비 기간은 길었지만, 나랑 같이 일하는 메인 스태프들, 음악, 편집, 사운드 등 최강의 팀들이 모였기 때문에 배우들까지 붙어 주셨다. 굉장히 작은 역할이고, 지방에서 찍을 수밖에 없는 촬영이었다. 조연도 다 유명한 분들인데, 황정민, 박해준 씨 대사만 있는 장면에도 서울에서 오고 그러셨다. 미안하다 했더니 본인이 좋아서 한다고 하더라. 이야기의 한 축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고, 자기 재능으로 참여하는 느낌이 있었다. 이런 배우들, 이런 스태프들과 함께 찍는다는 건 감독이 누릴 수 있는 인생의 호사다. 제작사에서도 전폭적으로 도와줬다."

-2019년부터 꿈 꾼 작품이 이제야 완성됐다.
"12·12 내막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사람들이 저지른 만행을 5·18 민주화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고 박 대통령 돌아가시고 그 사람이 대통령 취임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중심이 5·18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12·12는 감춰져있었다. 공교롭게 우리 동네에서 그런 일이 있었고, 직접 총소리를 들어서인지 관심이 많았다. 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건, 전두광과 노태건이 이끄는 역사가 악당들로 탄생한 하루라고 생각했다. 그 날에 집중하는 게 전체적인 264일을 압축하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전두광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신경쓴 부분은.
"그 당시 그 분의 모습을 다각도로 찍은 사진을 가지고 머리 형태를 여러번 만들었다. 모형도 5~6번 만들고 정민씨 가발도 6번인가 만들었다. 미세하게 조금씩 다르다. 실존 인물을 다루지만 그 사람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전두광은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공격수가 전두광이라면 수비수가 이태신인 느낌이랄까. 그 사람의 형상화가 그 말투를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싶었다. 외국은 아예 자신의 모습 지우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이 그사람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황정민 씨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그랬다. 고맙다고 했다. 용감하게 하셨다. 분장이 처음엔 4시간 걸리고 나중엔 3시간 30분까지 줄어들었다. 그래도 미안해서 분장하는데 들어가서 빨리 해달라 하니 황정민 씨가 분장팀에 '자기 힘들게 하고 있는데 빨리 하지 말고 완벽하게 하라'고 했다. 세종로에서 찍을 땐 전투 상황이니까, 철모를 써서 가발을 안해도 됐다. 정민 씨도 그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분장 안하니까 불편하다고 다시 분장을 했다. 황정민은 연기에 관해서는 천재인 거 같다. 기운과 힘이 세고, 연기자로서의 어떤 것에 몰입하는 힘이 워낙 좋다. 단숨에 자기 배역으로 달려 들어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희한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탑 배우인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전두광 된 황정민? 빙의 능력 대단"
-황정민은 '아수라' 때도 두 얼굴을 가진 정치인을 맡았다. '아수라' 때 인상이 이번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을까.
"'아수라' 장례식 장면 찍을 때, 그 안에서 폭주하는 신을 찍었다. 황정민 씨가 순간 너무 몰입해서 진짜 사람을 해칠 거 같더라. 정민 씨한테 '이거 영화라고 조심하라'고 했더니 '다 안다'고 하더라. 그만큼 그 캐릭터가 된 듯 연기한다. '곡성'에서 빙의할 때 무서운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정민씨의 빙의 능력은 최고다. 그런 점이 이번에 전두광이라는 캐릭터를 캐스팅 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정우성은 허구성이 가미됐지만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어떤 부분을 맡기고 싶었나.
"정우성 씨는 실제로도 호랑이 같은 사람이다.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 우리를 지켜줄 사람은 마초나 고함치는 사람 보다는, 정민씨가 활화산 같은 사람이니까, 이 쪽은 깊은 호수 같고 바다 같은 고요한 대비되는 사람이 있길 바랐다. 이 인물이 기를 쓰는 것보다는 그런 지조 있는 선비 같고, 옛날 아버지처럼 점잖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겠다 싶었다. 정우성은 사적으로도 그런 모습이 있다. 자기 신념이 있고, 누가 뭐라 해도 감독님 나는 이거 맞다고 생각하니 됐다 하는 사람이다. 우성 씨가 갖고 있는 어떤 면을 넣으면 좋겠다 싶었다."

-실존 인물과는 이름도 다르고 역할도 사뭇 달라졌다.
"원래 그 분도 훌륭한 분이고, 대단한 일을 하셨지만, 마지막까지 버틴 분이다. 영화 속 이태신은 실제보다 경복궁도 가고 부대도 가고 어떻게 보면 능동적이고 마지막까지 버티는 인물이다. 너희들이 아무리 힘이 세고 그래도 너희들은 옳지 않아, 끝까지 너희들과 싸우겠다 하는 사람이다. 그 분에 대한 예우가 아닌가 싶어서 이름을 바꾸게 됐다."

-황정민 화장실신에 대한 여운이 크다. 촬영 땐 어떤 분위기였나.
"정민 씨는 내 생각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연출자다. 연극이나 뮤지컬 하는 것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훌륭한 배우이고 연출자다. 그래서 정민 씨는 성격도 그렇고 거침 없이 연기한다. 그 덕분에 연기에 힘이 있다. 우리 영화에서 화장실 신 찍을 땐 이 사람이 승리했지만, 진짜 승리가 아니고 부끄럽고 창피한 승리 아닌가. 그런데 그 사람이 화장실에 와서 거기서 난 승리했지만 자랑스럽지 않고, 꼴보기 싫고 합리화 시키는 모습이길 바랐다. 그거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시나리오에서 비워놨었다. 정민 씨가 그 영화가 다 끝나고 나면 그 인물이 되어있기 때문에, 괜찮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본인도 모르겠다 하더라. 서로 오래 이야기했다. 촬영 중단하고 못하고 3시간 정도 모두 대기했다. 그 결과 그로데스크한 장면을 찍었다. 나도 만족스럽고 정민 씨도 만족스러웠다. 찍는 건 금방 찍었다. 두어번 했는데 다 좋아서 바로 오케이 했다."

[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전두광 된 황정민? 빙의 능력 대단"
-캐스팅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 영화 나오는 배우들 정도는 어떤 역할을 주든, 선함이든 악함이든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가 선입견이 있으니 이쪽(이태신쪽) 사람들은 선하고 강직하고, 저쪽(전두광쪽) 사람들은 능구렁이 같은 표현을 하고 싶었다. 신군부 집단이 우리나라 육사는 최고 엘리트 모인 집단 아닌가. 전쟁이 끝나고 바로 들어간 사람들이다. 뛰어난 젊은이들이 거기 몰렸었다. 대단한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고, 키도 크고 근사하게 생겼을 거라 생각했다. 그 사람들이 꼴보기 싫은 추한 모습이 아니라, 빛나는 멋진 사내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생각해서 미와 추로 생각하면 추로 생각하진 않았다. 멀쑥하고 듬직하게 했는데 그 배우들에게 주문한 건, 사진을 하나 보내줬는데 늑대 무리 사진을 보여줬었다. 당신들이 모여 있을 땐, 으르렁 대면서도 늑대들은 서로 동료고 한패거리지만 먹을 게 있으면 뺏어먹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길 바랐다. 워낙 연기를 잘하시니까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더라. 제일 공을 들인 건 하나회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 행태를 제일 찍고 싶었다. 정민 씨나 해준 씨도 연극 베이스가 있지만 선배님들은 훨씬 경험이 많을 거다. 알아서 보이지 않는 관계의 드라마를 형성해 내더라. 편집할 때도 절실히 느꼈다. 1년 동안 편집했으니까 화면 뒤에서도 치열하게 성실하게 연기를 해주고 계셨구나 싶어서 너무 감사했다."

-이준혁, 정해인, 정만식 등 특별 출연도 대단하다. 캐스팅 배경은.
"정해인 씨가 맡은 오진호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분량은 짧아도 상징성을 보여줄 만한 멋진 배우가 나오길 바랐다. 내 생각이지만, 원래 그분과 이미지도 비슷한 강직한, 곱고 바른 이미지가 있어서 부탁했다. 한준희 감독이 도와줬다. 'DP1' 보고 너무 좋았다. 넷플릭스가 만든 것 중에 최고인 거 같다. 정해인 배우를 보고 완전 흠뻑 빠졌다. 이준혁이 맡은 경호원은 잠깐 나오는 인물이지만, 같이 총격전을 하는 장면이다. 어느날 준혁씨가 한다고 연락왔다. 진짜 할거냐고 되물었다. 왜 하냐고 되물었다. 그 사람을 데려다가 가볍게 쓰기 좀 그랬다. 그런데 우리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과 함께 하는게 좋다고 하더라. 그 말이 진짜처럼 다가왔다. 액션을 잘하더라. 그래서 늘어난 총격신이 있다. 잘했다. 편집도 됐는데 전혀 괜찮다 하더라. 흔쾌하게 해줬다."

[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전두광 된 황정민? 빙의 능력 대단"
-정우성과 어느덧 5번째 작품이다. 페르소나인가.
"절대 아니다(웃음). 우성씨는 어릴 때부터 바왔다. 사석에서는 호형호제 하면서 자주 보니까 그 분이 나이들어 가는 얼굴을 못느꼈다. 새로운 얼굴이라기엔 너무 잘생겼으니까. 그 얼굴을 망가뜨려서 새로운 걸 하려고 하는데, 그 사람은 늘 빛난다. 세월이 지나도 탈색되지 않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바리게이트 넘어오는 신, 철조망도 쳐있고 해서 굉장히 힘들어하더라. 긴 카메라로 그 사람이 넘어가는 행동에 용맹함, 그걸 넘어가다 보면, 동작이 초라해지고, 이런 게 보이길 바라서 많이 촬영 하게 했다.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 했다. 마지막에 넘어와서 딱 서는 장면을 찍을 때 이 사람 참 멋있게 나이들었다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상관 없이 옛날 얼굴과 다르더라."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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