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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은 최악의 상황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벽을 넘어야”

입력 2023-12-11 08:00 수정 2023-12-11 08:13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13)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10)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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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13)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10)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계절이 뚜렷해 쉽지 않다.”, “국토가 좁아 어렵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한계점'입니다. 우리와 동일한 위도의 세계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로 4계절을 보내고 있고, 우리와 국토 면적이 엇비슷한 나라들마저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으며, 정작 해외 에너지 기업들은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선입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죠.

1998년, 정부 차원의 첫 범정부 대책기구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선 것은 어느덧 25년이 지났습니다. 이후 2008년 녹색성장, 2020년 탄소중립 선언에서도 청정에너지의 확대는 언제나 '앞부분'을 차지한 키워드였고요. 그럼에도 왜 이런 선입견은 여전한 것일까요. 어째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재생에너지 비중은 글로벌 트렌드와 딴판인 것일까요. 다른 나라들은 모두 '뜬구름 잡는, 꿈같은 일'을 좇는 것일까요. 기후변화 대응의 각 분야별 전문가 11명과의 연속 인터뷰, 10번째 인터뷰이는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에너지전환포럼)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에너지전환포럼)

Q) 오랜 기간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고민과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 갖고 집중하게 된 시기와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당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 여건이나 사회 전반의 관심도는 해외와 비교해 어땠나요?


A) 저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참여와 합의형성 시점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어민들과의 갈등해결방안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지역 내의 합의 형성 프로세스 개발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치와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아직 에너지전환에 대한 일반 국민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주로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생에너지 문제는 환경정책의 일환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환경부 이외의 부서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일본 출장을 가면 TV에서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공익광고를 하고 있었으며,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광고도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관심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기후변화정책을 단순히 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Q) 이후로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지금, 보기에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아니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은 최악의 상황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벽을 넘어야”
A) 지금은 기후변화정책이 환경정책만이 아닌 경제정책, 통상정책, 산업정책, 복지정책 등 기재부, 산자부, 국토부, 외교부 등 거의 모든 부처에 걸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전환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음을 실감합니다. 또,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문제는 환경 분야 등 특정 분야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 또한 전문가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실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며 돌아보면, 참으로 답답한 부분도 큽니다. 작년과 올해,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의 극한 홍수 피해를 직접 겪어보고서 우리도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높아졌음을 체감하게 됩니다. 언론에서도 기후위기, 탄소중립에 대한 기사가 거의 매일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민 중에탄소중립,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따져봅니다. 우리는 얼마나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기후위기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얼마나 심각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요? 과연 공감대가 있을까요? 저는 매우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탄소중립,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대는 매우 낮은 수준의 공감대라고 봅니다. 아주 쉽게, '민주주의'라는 용어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선진국 정부도, 개발도상국 정부도. 진보정권도, 보수정권도. 심지어 우리가 독재국가라고 생각하는 나라도. 모두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민주주의를 추구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의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모두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식이 다양하기에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만, 민주주의를 통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도 보여집니다.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그 자체를 부정하는 국민은 거의 없겠지만,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시급함, 절박함은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말로만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자기 스스로는 하나도 변하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저는 오히려 절망감을 많이 느낍니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각각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해상풍력에 반대하던 어민들도 해상풍력의 질서있는 추진을 위해서는 특별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안 자체에 대해서 대놓고 반대하는 그룹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탄소중립에 대한 시급함과 절박함이 있다면, 이렇게 제도정비가 늦어질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아직도 에너지전환,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충분한 논의와 정보제공과 학습의 기회가 이제라도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말로만 에너지전환, 탄소중립이 아닌, 이대로 가면 어떠한 현상이 벌어지는지 왜 우리가 에너지전환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닌 나 스스로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 나 스스로부터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기존의 관행과 이익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KEI 환경정책교육원)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KEI 환경정책교육원)

Q) 국제사회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약속한 약속한 시간인 2030년은 속절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보시기에 지금 시점의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가장 결여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무엇이 가장 부족하고, 그 부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 문제를 논의할 때, 원자력 문제가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생에너지 문제도 정치 문제로 논하는 국민이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비하여 이번 정부의 감축목표가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감축목표도 실제로 달성하기에는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에너지전환을 여전히 정치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은 에너지전환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보입니다. 에너지전환은 시대적 사명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보수 정부나 진보 정부 관계없이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Q) 2050년 탄소중립의 달성 여부를 두고 볼 때, 여러 면에서 현재 다른 선진국들보다 열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진 강점,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이를 통해, 그저 '안 될 일'이라고 낙담하기보다, 작게나마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까요?

A)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높은 국민의식입니다. 충분히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제도 정비 및 사업추진에 급속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방적인 추진이 아닌, 협력형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에서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서 어민과 지자체가 함께 타당성 조사를 합니다. 입지 선정 시에 어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단순한 설명회가 아닌 협의회를 구성합니다. 이는 말 그대로 혁신입니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에너지전환포럼)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에너지전환포럼)

Q)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서 일반 시민 독자와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 관계자, 입법을 하는 국회 관계자, 각종 활동의 주체인 산업계 관계자 각각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결코 아름답고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아니 많은 희생과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도 변화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벽을 넘자”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분야의 벽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토의를 하다 보면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양보하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환경 분야 내부에서도 생태 분야를 전공하는 연구자와 재생에너지를 전공하는 연구자 사이의 벽이 매우 높습니다. 생태 분야 전공자는 풍력발전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주장하며, 재생에너지 전공자는 생태계 피해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합니다. 두 주장 중에 어느 한쪽만이 정답인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런데 서로 타협할 소통창구는 만들어져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소통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부처의 벽입니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은 범부처, 다부처 과제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부처 간에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발전 종합계획을 산자부, 농림부, 환경부, 산림청이 공동으로 수립하는 것입니다. 해상풍력발전 종합계획은 산자부, 해수부, 환경부, 국방부가 공동으로 수립합니다. 이렇게 부처의 벽을 뛰어넘는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를 당부합니다.

세 번째는 정치의 벽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탄소중립은 정치의 벽을 넘어서서 정치권 전체가 리더십을 가지고 한국사회의 에너지전환을 이끌어주기를 당부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은 최악의 상황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벽을 넘어야”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릴레이 인터뷰는 조명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성창모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특임교수(녹색기술센터 초대 소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리서치센터장,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 등 11명의 전문가와 함께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은 최악의 상황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벽을 넘어야”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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