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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진형 전 병원장 "34년차도 당직...의사부족 심각"

입력 2023-11-05 09:01 수정 2023-11-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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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강원대병원장)가 지난 3일 JT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주진형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강원대병원장)가 지난 3일 JT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윤 기자〉


"대동맥혈관이 찢어져 사망한 80대 환자는 지역 병원 의사 부족 상황의 비극을 보여줍니다"(주진형 전 강원대병원장·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주진형 전 강원대병원장(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지난 3일 "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지역 종합병원은 병원장이었고 내후년 환갑인 저도 대기당직을 서야 할 정도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주 전 원장은 강원고와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전임의 과정을 거친 후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강원대병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주 전 원장은 "필수 의료과 의사는 더 부족하다"며 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대동맥 파열 환자, 수술 의사 없어 서울 소재 병원 이송 중 사망"


주 전 원장은 "두 달 전 강원대병원 응급실에 80대 환자가 왔다. 검사 결과 대동맥혈관이 찢어진 상태였지만, 수술 담당 흉부외과 교수가 개업해서 수술할 의사가 없었다. 병원 측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했지만, 도중에 심장정지로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필수 의료과는 응급의학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과입니다.

주 전 원장은 "살 수 있는 사람이 죽고, 장애가 남지 않을 사람이 장애를 갖게 되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떠나는 지역 의사들,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만 문제 아냐...장비·시설마저 열악해 보람 상실


주 전 원장은 지역 필수 진료과 의사 부족의 원인으로 개업의의 절반 수준의 보수와 열악한 장비와 시설 등을 꼽았습니다.

그는 "중증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지역 종합병원의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치료가 힘든 중증 환자를 대하지 않으면서도 돈도 더 버는 개업의가 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연봉 4억을 제시했는데도 3달만에 응급실 의사들을 겨우 구한 속초의료원 사례를 들며 "연봉만이 문제는 아니다"고 피력했습니다.
 
주진형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강원대병원〉

주진형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강원대병원〉


주 전 원장은 의사가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좋은 장비가 필요한데 예산 부족으로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또 병원 내부 시설이 수도권 종합병원에 비해 미흡한 점을 아쉬워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간호사들도 수도권을 선호하며 이직이 잦아 의사들이 손발을 맞출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이 적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에 대한 아쉬움 뿐만 아니라 보람도 느끼지 못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력과 장비 등이 좋은 수도권에서 가능한 것들이 지역에서는 어렵다는 것이 지역 의사들의 불만이라는 겁니다.


이처럼 지역 종합병원이 부실해지면서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환자들은 서울 소재 종합병원을 선호하고, 중산층과 서민들 중심으로 지역 종합병원을 이용하면서 병원 수익이 악화돼 현재 강원대병원은 700억 정도 부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 전 원장은 "수익이 악화되면서 인력과 장비,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 해 악순환은 반복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지역 필수 진료과 의사 확보 위해 비급여 치료 통제 필요...필수과 의료진 혜택 줘야"


주 전 원장은 정부가 필수 진료과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치료를 통제하고, 필수 진료과에 대한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 비급여 치료가 많은 진료과는 노력 대비 큰 돈을 벌기 때문에 의사들이 몰린다"며 "반면 필수 진료과는 중증을 치료하며 고생하는데도 수익이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는 비급여 진료의 가격을 정해 그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일본은 건강보험환자 진료 시 비급여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 전 원장은 필수 진료과 수가는 올려도 많이 인상할 순 없기 때문에 정부나 병원에서 대신에 필수의료과에 대해 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간호사 수도 늘리고 성능이 좋은 검사 장비를 지급해 의사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 전 원장은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해 지역 인재 전형 확대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수도권에서 지역 소재 의대에 유학을 온 학생들보다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 더 많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인재 전형 확대하면 학생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의대에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성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지적 능력에 성실성과 좋은 품성을 갖춘 사람을 의사로 뽑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주 전 원장은 "서울대의대 나왔다고 다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 인재 전형 확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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