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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일어나서 한숨만"…강릉 산불 6개월, 주민들 찾아가보니

입력 2023-11-0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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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오늘(1일)부터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이 시작됩니다. 6개월 전 강릉 경포동 주민들은 산불로 집과 일터를 잃었는데요.

산불이 한 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신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멀리 파란 바다가 보이는 이 길 물 맑기로 유명한 경포 호수 옆 길입니다.

호수를 끼고 마을로 들어서니 새까맣게 탄 건물부터 보입니다.

산등성이에 단풍이 한창이어야 하는데 죽은 나무 밑동만 남은 민둥산이 됐습니다.

산불로 강릉의 나무 8만 7000그루가 불에 탔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벌채 작업이 한창입니다.

지난 4월 전신주에서 일어난 불티는, 큰 불로 번졌습니다.

산을 태운 뒤 아래 모인 펜션들을 덮쳤습니다.

[최양훈/강릉 산불 피해 주민 : 하늘에서 불똥이 비처럼 떨어집니다. 여기 있을 수가 없어요. 연기에 질식하고…]

주민들은 생업과 집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최양훈/강릉 산불 피해 주민 : (아이가) 집 앞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저도 아이 안고 울었습니다.]

내 몸 하나 챙겨 나오기 바빴습니다.

[최군자/강릉 산불 피해 주민 : 아무것도 없어요. 반지도 목걸이도 다 버렸어. 겨울옷을 입어야 하는데 어떡하나…]

펜션 세 동을 잃은 최양훈씨.

원상 복구는 엄두도 못 냅니다.

성금과 지자체 지원금은 먹고 사는 데 써야 했습니다.

[최양훈/강릉 산불 피해 주민 : 대부분 그 돈으로 이자 내고 생활비 썼습니다. 저희는 직업이 없으니까.]

주민들 대부분 비슷한 처지입니다.

늘어난 이자와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최군자/강릉 산불 피해 주민 : (펜션 건물을) 지을 수가 없어. 돈이 어느 정도여야지. 10억을 어떻게 투자해요.]

피해 입은 펜션은 200여 곳, 복구 작업에 들어간 곳은 다섯 곳입니다.

주민들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최군자/강릉 산불 피해 주민 : 밤에 잠자면 불만 보여 불만. 불이 여기서 확 그냥…]

[최양훈/강릉 산불 피해 주민 : 새벽에도 자다가 일어나서,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한전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시작했지만 결론이 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최양훈/강릉 산불 피해 주민 : 저희가 잘못한 것이나, 과실 여부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러는 사이, 다시 또 바람은 불고 건조한 날씨가 시작됐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또 다른 아픔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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