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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부르자 "응"…학생들과 반말로 대화하는 교수님 왜?

입력 2023-10-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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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교수와 학생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평어로 대화하는 수업이 있습니다.

학생과 교수가 서로에게 반말을 쓰는 수업, 언어가 가로막는 동등과 존중의 가치를 실험하기 위해서 라고 하는데요,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메신저) 톡방 만들고 있어.]

[{차이가 있어?} 아니, 똑같은 것 같아. 같은 건데 순서대로 1, 2, 3, 4 만들어진 순서이거든.]

교수님이란 호칭이 없는 대학 강의실, 여기선 서로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씁니다.

서른 살의 차이도 뛰어넘는 반말이 어색한 듯 하지만 재밌기도 합니다. 학생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선민/경희대 학생 : 출석 부르실 때도 '네'가 아니라 '어' '응'으로 대답해야 했고. 막상 써보니까 좀 재밌기도 하고 색다르게 느껴져서…]

[송이전/중국 유학생 : '합니다' '습니다' 그런 게 되게 헷갈렸고 그런데 한국에 5년 있다 보니까 존댓말이 편해진 것 같아요. 지금은 (평어가) 많이 익숙해졌어요.]

[앵커]

그러니까 누군가를 높이거나 낮추는 게 아닌 모두가 동등하다는 의미로 평어를 쓰는 거군요.

[기자]

그런데, 이게 평등함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좋게도 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높임말을 쓰는 것에 익숙해졌잖아요. 실제로 그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왜 반말 수업을 하게 된건가요?

반말로 수업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교수는 "말의 틀을 깨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고 답했습니다. 들어보시죠.

[김진해/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약속이나 규칙을 조금만 바꾸기만 한다면 다른 문화나 다른 어떤 태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존댓말은 2층짜리 집 같은 느낌이 드는데, 평어는 2층집을 1층집으로 바꾸는, 그 속에서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고…]

[앵커]

이유를 들어보니까, 그렇다면 이재승 기자한테, 재승아! 라고 부르게 되면 생각의 틀을 깨뜨릴 수 있다는 취지인거죠?

[기자]

네, 다만 여기엔 규칙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수업에서 사용하는 반말을 '예의 있는 반말', 평어(平語)라고 부릅니다. 반말이 상대를 낮춰부르는 의미가 있기에 서로를 부를 땐 이름만 부르는 겁니다. 재승아! 대신에 "재승" 라고만 부르는 식입니다. "야" "너"도 안 됩니다. 김 교수는 "평어는 기존의 반말과는 다른 새로운 언어체계"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재승 이라고만 불러야 한다는 건데, 우리가 한번쯤은 해봤던 야자타임과는 다른 개념이군요?

네, 오늘 제 이름이 자주 들리는데요,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를 바꿔보자는 취지가 야자타임이죠. 야자타임은 처음엔 좋은 취지로 시작했더라도 끝날 땐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회사에서 00님으로 호칭을 통일하는 것도 있는데, 이는 평등사상을 받아들인 거라고 볼 수 있지만, 여기선 평어가 아니라 높임말로 서로를 높여주는게 다릅니다.

[앵커]

그래서일까요, 한 철학자는 말을 놓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든 얘기를 했는데, 인터뷰로 들어보시죠.

[이성민/책 '말 놓을 용기' 저자 : 평어를 성인들의 우정의 언어라고… 자기 앞에 있는 사람한테 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앵커]

언어 속에서 위계를 허무는 실험을 하고 있는건데, 이는 결국 동등과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수평적인 언어를 써보자는 이들의 도전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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