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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인터뷰] '세미답게'…임세미가 밝힌 부국제·'딸에 대하여'·비건의 삶

입력 2023-10-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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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인터뷰] '세미답게'…임세미가 밝힌 부국제·'딸에 대하여'·비건의 삶

'임세미답다. 임세미스럽다.' 이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 임세미를 부산에서 만났다.

지난 2021년 tvN '여신강림' 종영 인터뷰로 만난 후 2년이 흘렀다. 그 사이 드라마부터 OTT작품까지 여러 도전에 나섰고, 영화 '딸에 대하여(이미랑 감독)'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국제)를 찾았다. 데뷔 첫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이기도.

임세미의 또 다른 출연작인 디즈니+ '최악의 악'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흥행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임세미는 지창욱, 위하준과 함께 열연을 펼쳤다.

'딸에 대하여'에서는 180도 다른 매력의 그린으로 분했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당찬 인물이다. 극 중 하윤경(그린)과의 워맨스도 눈에 띈다. '딸에 대하여'는 단순히 퀴어물로만 바라보기엔, 남녀노소 누가 보더라도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극 중 그린과 닮은 듯 다른 임세미 역시 자신의 인생을 결코 허루투 보내지 않는다. 배우로서의 본업에 충실하는 것은 물론, 비건의 삶부터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까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배우 임세미'로서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또 노력한다.

이러한 삶이 버겁고 힘들다기보다는 더욱 편안해 보이는 임세미다.

[BIFF 인터뷰] '세미답게'…임세미가 밝힌 부국제·'딸에 대하여'·비건의 삶

-부산은 충분히 즐겼나.
"개막식날 참석했다가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 다시 왔다. 우리 팀과 좋아하는 비건 식당을 갈 예정이다. 디즈니+ '무빙'을 보고서 튀긴류가 먹고 싶어지더라. 콩가스가 맛있는 식당이라 부산에 온 김에 꼭 가보려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소감은.
"어릴 때 데뷔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 초청 받았다. 그래서 너무 의미있다. 20대 초반엔 금방 잘될 줄 알고 부산국제영화제도 빨리 오게될 줄 알았다. 그러지 못했고 여행으로만 즐겼던 부산에 영화제로 오게 되니 남다르다."

-관객에서 게스트로 찾은 부국제는 어떤지.
"대한민국, 그리고 배우라면 오고 싶을 국제적인 영화제다. 신기하고, 많이 들떴다. 아는 배우들도 같이 축하해주고, 나도 축하해주고 서로 그랬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딸에 대하여'라는 작품이 너무 좋고, 그 영화로 같이 왔다는 거 자체가 의미있는 거 같다."

-영화제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주윤발 님과 홍사빈이 악수하는 거 보면서 부러웠다. 사빈이랑 '방과 후 전쟁활동'을 같이 했다. 나도 함께 그 마음에 동요돼 들떴다. 단막극 인연인 한예리 배우와도 부국제에서 만나 뭉클했다."

[BIFF 인터뷰] '세미답게'…임세미가 밝힌 부국제·'딸에 대하여'·비건의 삶
-'딸에 대하여'는 몰입감이 대단한 영화였다. 어떻게 만난 작품인가.
"새 소속사인 눈컴퍼니에 오면서 장편 독립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 작품 하고 싶어서 눈컴퍼니에 왔던 거다. 오니까 너무나 운이 좋게 이 영화를 만나게 됐다. 감독님, 제작사 PD님을 만났는데 너무 좋았고 평소에 아토 작품도 좋아한다. 주변 배우들도 '기대돼, 응원해' 하면서 축하를 해준 작품이다. 소설이 원작인데 영화로 나와서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가족드라마인 것처럼 나오지만, 소수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장애가 될 수도 있고 노인도 나오고 차별, 여성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디에 서있든 나는 재밌게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예산이 적고 시간도 짧고,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작업이라 생각해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신선함까진 아니어도 이런 작업을 원했고, 작은 인원으로 큰 마음을 가져가는 느낌이었다."

-똘똘 뭉쳤을 팀워크가 그려진다. 호흡은 어땠나.
"열악한 환경이 없지 않아 있었던 거 같고, 짧은 시간에 긴 글을 담아내야 하니까 진득하게 대화를 나눴던 시간들 있었다. 딸에 대한 이야기, 엄마에 대한 이야기,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도 여성이고 굳이 성별을 구분할 필요 없지만 공감대가 가까이 붙어 있었다. 촬영 중에도 눈물을 훔치시기도 하고,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을 받은 거 같다. 매 신마다 '삶이 이래' 하면서 작업해 나갔다. 촬영 현장은 너무 좋았다."

-그린 역할에 대해 해석하거나 중점을 둔 부분은.
"감독님이 원작에 대한 훼손을 최대한 하지 않으시려 한 듯 하다. 이 작품을 있는 그대로 찰랑찰랑하게 보여주고 싶으신 건가 싶었다. 누구나 어떤 주제를 갖고 봐도 공감할 수 있고, 질문하고 답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해석했다. 촬영할 때 그린보다는 레인한테 공감을 많이 했다. 내 성향 자체가 레인과 비슷함이 있고, 세 여성, 다 나오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했는데 내 어머니, 부모한텐 금쪽이 같은 부분도 있지만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연기를 하면서 이해하면서 했던거 같다. 그린은 촬영을 하면서 점점 더 이해했던 거 같다. 어떤 성을 가졌어도 이 작품의 어떤 인물이든 이해가 됐겠다 싶었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다 공감할 이야기다. 누구나 안맞는 지점이 있으니까. 그거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순응하고 살아가는 것도 그 안에서는 방어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디서나 표현되는 거라 생각한다."

-작품을 하고 달라진 점이 있을까.
"더 그린같아 진 거 같다. 이전까진 '잔잔하게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 영화 작업을 하고 나서는 불편하면 말해도 되겠다 싶었다. '이 부분이 불편한데 말해줄수 있어?' 할 수 있는 삶이랄까. 그런 지점이 바뀐 부분인 거 같다."

[BIFF 인터뷰] '세미답게'…임세미가 밝힌 부국제·'딸에 대하여'·비건의 삶
-퀴어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는데.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자갈 같이 굴러다니는 걱정이 있긴 했다. 촬영을 들어가고 관심이 가고 애정을 갖기 시작하니까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무조건 작품으로 봐주실 부분이 많을 거고, 소수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거라 궁금증도 많고 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당당하게 해도 되겠다 싶었고, 그들도 나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간 필모그래피 중 가장 작은 규모지만, 남긴 건 가장 큰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린의 엄마 나이가 되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거 같다. 늙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혼자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맞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의 소울메이트나 반려자가 옆에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일까, 부러움까지 생긴다. 이처럼 다양한 고민과 나의 삶에 돌을 날려준 거 같아서 좋다. 그간 팬시한 드라마나, 상업적이고 예쁘고 화려한 작품을 꽤나 했다 생각하는데 '딸에 대하여'를 하면서 다른 시야도 생겼다. 영화 '다음 소희'나 '한공주' 같은 작품을 좋아했는데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좋아했던 거 같다. 물론 화려한 작품도 필요하지만, 이런 소소한 이야기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대에 일어난 일들을 배우로서 연기로 남길 수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상대역 하윤경과 호흡은.
"저의 레인은 '봄날의 햇살'로 불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할 때 만났다. 밥먹으러 가면 '윤경이다' 하고 신기했고, 점점 작품이 잘되어 가고 있던 찰나였다. 난 참 파트너 복이 많구나 싶었다. 레인이라는 존재가 내게는 굉장한 위로가 되는 존재였다. 윤경이가 레인과 워낙 잘 어울렸다. 여리여리한 몸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시크함이 있다. 강인하고 그 안에서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인물이 딱 윤경 배우였다.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

[BIFF 인터뷰] '세미답게'…임세미가 밝힌 부국제·'딸에 대하여'·비건의 삶
-오민애와 현실 모녀 호흡도 인상 깊었다.
"엄마 민애 쌤은 지금도 엄마라고 부른다. 원래 선배님이 갖고 계시는 성향은 엄청 밝고 사랑스러우시다. 쾌활하고 흥도 많다. '딸에 대하여'에 나온 엄마와는 정반대다. 오히려 촬영장에서 느린 호흡, 참아가는 말투, 견뎌내는 무게감의 텐션을 유지하시기 위해 노력하셨다. 부국제 레드카펫 때도 엄마가 멋지게 파워워킹 하시는 걸 보고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최악의 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OTT에 반응에 대해서는 아직 낯섦이 있지만 주변 분들이 '야, 재밌어.' 딱 이 한마디 해주실때 체감됐다. 그간 누아르 장르가 많았지만 고퀄리티라고 자부한다. 완성본을 보니 무드도 많이 신경써 주신 거 같다. 최고의 팀이 붙었으니까 믿고 가는 맛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액션에 대한 니즈는.
"이번엔 한신 했는데 제대로 된 액션도 해보고 싶다. '최악의 악'에선 창욱 배우랑 하준 씨가 많이 고생했다. 고생한만큼 사랑을 받을거라 생각한다. 너무 멋있다."

-'최악의 악'은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
"'젊은 세대가 하는 누아르도 보실래요?' 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그런 신선함으로 보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악' 현장은 엉망진창 코미디쇼였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작품은 무거움도 있지만 현장은 진짜 재밌었다. 혼자하는 연기가 꽤 많아서 외롭긴 했지만, 그들의 현장에 자주 찾아갔다."

[BIFF 인터뷰] '세미답게'…임세미가 밝힌 부국제·'딸에 대하여'·비건의 삶
-삶을 살아가면서 관심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동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크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도 그렇고 관련해서는 유튜브 '세미의 절기'도 하고 있다. 그런 생활이 불편하지 않고, 즐겁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나를 드러내는 걸 연기 빼곤 좋아하지 않는데 비건이 되고 나서는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MBTI '파워 E'처럼 생활하고 있다(웃음). 여전히 동물과 자연과 인간과 '딸에 대하여'에 있는 평화, 인권, 성차별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많이 공감하고 누군가 고통받고 있다면 그걸 고통받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사람인 걸 알아가는 중인 거 같다. 날씨 변화도 그렇고, 나한테 체감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한예리, 이연과 함께 '리플래닛' 프로젝트도 실천했다.
"예리배우, 이연 배우와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리플래닛 브랜드에서 티셔츠를 만들어서 전액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다 판매됐다. 나도 언니에게 영향을 받고, 서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삶을 이어가다 보니 내 주변 분들도 비건이나 환경 관련해 내가 생각난다 하더라."

-앞으로의 목표는.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정신건강과 몸 건강을 지키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다 내 삶의 그 때 그때를 이야기하고 싶다. '동안을 유지해서 젊은 연기를 하고 싶어' 보다는 내 얼굴, 내 살아가는 모습이 삶에 잘 녹아나길, 작품에 잘 녹아들길 바란다. 어떤 삶을 즐길 줄 알고 즐기고 누리면서 그 세월을 연기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란 걸 20대 친구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많이 느낀다. '방과 후 전쟁활동' 때 특히 느꼈다. 전체적으로 인생을 바라봤을 때 한순간을 살아가고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 생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행복하게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다."

-2004년 데뷔 후 어느덧 20년차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본다면.
"잘 못느끼다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비로소 체감된다. 나라는 존재가 이만큼 살아냄에 대해 스스로 칭찬도 하고 싶다. 과거엔 왜 더 잘하지 못했냐고 자책하고 질책했다.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을 지향했던 거 같다. 지금은 온전히 잘 바라봐야 하지 않나 싶다. 질책은 디폴트로 하니까, 다독여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레드카펫을 걸을 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재밌는 일이 일어났네'라고 생각하는 지금인 거 같다. '최악의 악'이 오픈됐을 때도 나를 평가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된 듯 하다. 오늘의 나에게 잘 집중하면서 가게된 거 같다. 그런 시간들을 쌓아가는 거 같다. 계속 처음 도전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귀여울 거 같다. 처음이었고, 그 모든 순간에 설렜던 나, 그 때의 걸음 등 모든 게 귀여움으로 남을 듯 싶다."

부산=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눈컴퍼니·영화 '딸에 대하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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