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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인터뷰] "의대 광풍과 필수의료 붕괴...비급여 진료 과잉이 문제"

입력 2023-10-09 15:58 수정 2023-10-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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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김윤 서울대 의대교수 / 의료관리학
일시 - 2023. 10. 9
 

인터뷰 요약

◇"의대 해당 지역 출신 뽑으면 지역에 남아 진료할 가능성 높아"
◇"수련 과정, 대학병원 대신 작은 2차 병원이나 시골 의원서도 담당해야"
◇"공공의대 몇 개 세운다고 필수 의료 분야 수요 못 맞춰"
◇"대학ㆍ종합병원 의사, 개원의로 몰리는 문제 해결이 난맥상 푸는 급선무"
◇"우리처럼 검증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 판치는 나라 전세계에 없을 것"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외과수술 할 의사가 동네 개원하는 것 정책으로 막아야"

 

인터뷰 전문

 
의대 입시 열풍 의대 입시 광풍은 가장 큰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의사가 수입이 높고 또 정년의 영향을 적게 받으니까요 아무래도 젊은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 중에 하나가 됐기 때문이겠죠.”
 
이른바 SKY 의대 입학생에서 고소득 가구 출신 비율 비중이 급증 추세로 나타났어요. 한 분석에 따르면 6년 전에는 59%였는데 올해는 74%로 크게 올랐거든요


 
“잘 사는 집안 교육 수준이 높은 집 아이들이 그만큼 학원도 지원을 해주고 교육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고 그러다 보니 입시 경쟁력이 높아서 좋은 대학에 의과대학에 가고 그래서 부가 세습되는 측면 하나가 있는 것 같고요. 고소득 계층의 학생이라고 하면 대부분 지역으로 보면 수도권 출신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의과대학 학생의 40% 가량이 수도권 출신이라고 하니까 결국은 지방의대를 다니는 수도권 출신 학생이 졸업 후에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서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의대 지역인재 전형 비율 높여야”...수도권-지역 의료 격차 해법될까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의사가 도시에 몰리고 시골에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제일 중요한 정책 중에 하나가 지역 출신을 뽑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역 출신을 뽑으면 그걸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자기 출신 지역에서 진료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산 의대는 부산 출신, 전남 의대는 전남 출신을 뽑으라는 얘기인가요
 
“우리가 실력 있는 의사도 중요하지만 그 실력 있는 의사가 내 옆에 없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공부 잘하는 수도권 학생을 뽑는 게 지역 주민들의 의료에 대한 접근성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해주지는 않거든요.”



 
지역 인재들이 결국은 또 자기 지역을 버리고 서울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잖아요


 
“굉장히 많은 여러 가지 해결책이 다 어우러져야 지역에 의사가 남게 되는데요. 첫 번째는 지역 출신을 뽑아라. 두 번째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 그러니까 성적으로만 뽑지 말고 가난한 집 아이도 뽑고 그러니까 부모가 교수, 의사, 변호사 이런 사람들만 뽑지 말고 부모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사람도 뽑고 농부인 사람들도 뽑고 그렇게 하라는 것이고요.“
 
수련 과정에 수도권 집중화 현상도 있는데요
 
“인턴 레지던트 수련 과정에서 대학병원에서만 수련시키지 말고 지방에 있는 작은 2차 병원, 시골에 있는 의원에 가서도 수련을 하면서 내가 의사로 이렇게 생활하는 것도 해볼 만하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지역의 작은 병원이나 의원에 가서 근무를 하더라도 의학 발전의 최신 경향들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 같은 걸 주는 것 이런 다양한 정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공공의대 신설해야"...의료 격차 해소에 충분히 역할할까요
 
“(공공의대는) 주로 지금 의사들이 많이 부족하고 잘 안 하려고 하는 영역에 의사를 양성하는 정부가 운영하는 의과 대학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전국 100여 개 응급의료센터에 응급의학과 의사도 있고 내과 의사도 있고 외과 의사도 있어서 24시간 365일 환자를 볼 수 있는 상태가 돼야 되는데 거기에 필요한 의사를 공공의대에서 배출할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결국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고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에 더 많이 종사하도록 하는 의료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가 있어야 문제가 해결되지 공공의대 몇 개 세운다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의대정원 늘린다고 '의대광풍' 진정되고 치솟는 고임금 완화될까요
 
“상당히 많이 늘려야 되겠죠. 몇 백 명 수준이 아니라 적어도 천 명 이상으로 늘려야 앞으로 의사가 어느 정도 늘어날 거라고 하는 인식을 국민들도 갖고 의사들도 갖게 될 것 같고요. 또 의사가 배출되는 데는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 와야 되고 그렇게 하면 12~1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지금 나타나는 의사 임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필수 의료의 인력 부족한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지금 개원가(개원의)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이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훨씬 더 중요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서 배출을 늘리는 정책이...“
 
"대형 병원 의사들 개원 열풍"...핵심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학병원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개원한 의사 사이의 임금 격차가 거의 2배 가까이 금액으로는 2억원 가까이 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고요. 오히려 지방에 있는 의사의 임금이 수도권에 있는 의사의 임금보다 더 높습니다. 왜냐하면 지방에 잘 안 가려고 하니까 월급을 더 줘서라도 지방에 있게 하려고 하거든요.“
 
공공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던 의사들이 동네 개원 열풍이 지금 강하잖아요. 보수가 수익이 2배 이상 치솟기 때문에 어쩔 수없는 현실적인 선택인가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개원가로 가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의사들을 개인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는 거죠. 근데 의사의 분포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어떤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사 인력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필요한 만큼 있어야 되는데 지금 정책이 의사의 분포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만큼 잘못돼 있다는 게 문제겠죠.”
 
“동네 병의원 비급여 진료 과잉”...타당한 지적인가요
 
“개원의들이 비급여 진료에서 얻는 수익은 1억원 가까이 될 거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올해 개원의 수입이 평균 3억5천~4억원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치면 전체 수입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사이가 비급여 진료니까요. 굉장히 큰 거죠.“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월급 인상”...의료진 분포 정상화에 영향줄까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의사의 월급을 올려주면 되지 않느냐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우리나라 의사 수입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습니다. 수입 비교를 할 때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의사 수입이 얼마쯤 되느냐를 갖고 비교하는데 우리나라가 7배쯤 되거든요. 미국 의사보다 더 수입이 높은 수준이라 (개원 의사와) 격차를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의 의사의 수입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사회적인 불평등이나 위화감 이런 것들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줄여서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수입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하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 당국, 비급여 진료 엄격하게 대응해야"...현실적 판단은
 
“비급여 진료는 그냥 환자한테 돈을 전액 받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 심사를 하거나 제어를 할 그런 권한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처럼 비급여 진료가 만연해 있고 비급여 진료가 정부와 건강보험에 아무런 통제를 받고 있지 않은 나라는 사실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검증되지 않은 의료가 비급여 진료라는 이름으로 판치는 나라는 아마 전 세계에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장의 의료진들은 비급여 진료를 환자들이 원하는 거고 효과를 인정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하는 측면에서 비급여 진료 항목이 있다고 주장 하잖아요
 
“개원가에서 하는 미용 주사 통증 치료 관절 주사 이런 것들은 사실 선진국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그냥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하는 진료들이 대부분입니다. 주수입원이라 개원의들이 그게 '환자들이 좋아한다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이렇게 주장하실 수는 있지만 그게 타당하고 객관적인 주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의료 격차 문제는 진료 과목에 편중에서도 드러나잖아요. 성형외과 피부과 등에는 학생들이 몰리고요. 감염이나 응급 이런 데는 지원자가 전무한 상황이고요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봤자 다 피부과, 성형외과 할 거다 이런 이제 주장을 하시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의사가 10만 명쯤 되는데요. 그중에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는 4천 명밖에 안 되거든요. 그리고 피부과, 성형외과를 하고 싶다고 해도 레지던트 전공의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1년에 배출되는 피부과, 성형외과 의사는 그 숫자를 넘지 못합니다. 물론 가정의학과 전공했는데 실제로 개원해서는 피부과 성형외과 하고 이렇게 하는 경우들이 있긴 하죠. 근데 문제는 외과를 했는데 큰 대학병원, 종합병원에서 외과 수술을 해야 될 의사인데 병원이 외과를 안 뽑아주고 개원하면 경증 환자 진료,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대학병원에서 교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그냥 외과(전공)하고 나가서 개원하는 이런 것을 막는 게 정책적으로 막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죠 지금은...“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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