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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코믹' 강하늘·엄정화에 '느와르' 송중기…복병의 10월

입력 2023-10-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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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코믹' 강하늘·엄정화에 '느와르' 송중기…복병의 10월


이제 정해진 비수기는 없다. 정신없이 치열했던 스크린 대표 성수기 여름 시장을 보내고 추석 시즌을 맞이했지만 흥행 만족도가 100% 채워지지는 못했다. '좋은 영화가 있다면 관객은 극장으로 향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공식이 보다 냉철하게 현실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결국 0순위 목표는 '관객 마음 사로잡기'가 된 셈. 긴 연휴를 통해 만끽한 휴식과 선선해진 날씨까지 불쾌지수도 가라앉은 시기, 관객들을 극장에 발걸음 하게 만들 그 '좋은 영화'들이 10월 스크린에 가득 걸린다. 코미디·로맨스 장르 포진에 느와르·스릴러까지 알짜배기 작은 영화들의 힘이 빛을 발할, 복병의 달이다.

영화 '30일' 스틸

영화 '30일' 스틸


연휴의 끝자락이자 10월의 시작, 3일 개천절에는 국내 로코 '30일(남대중 감독)'과 외화 '크리에이터(가렛 에드워즈 감독)'가 나란히 관객들을 맞이한다. 일찌감치 개봉작 예매율 1위에 오른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기승전 '관객을 웃기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이뤄냈다. 시사회 후 텍스트로 쓰인 후기에서도 '박장대소'가 읽힐 정도. 강하늘 정소민의 지지 않는 찰떡 호흡은 물론, 조민수의 반전 활약이 눈에 띄게 돋보인다. 김선영 윤경호 송해나 엄지윤 등 탄탄한 조연진들이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크리에이터' 스틸

영화 '크리에이터' 스틸


반면 '크리에이터'는 당장 코 앞으로 닥친 현실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과 고도화된 AI가 함께하는 세상이다. '크리에이터'는 고도화된 AI들에 의해 핵공격이 시작된 후,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가 인류를 위협할 무기인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를 발견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전쟁을 그린 AI 블록버스터 영화다. AI를 적대시하는 서구의 국가들과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뉴아시아 국가들의 모습이 대비되는 분열된 세계를 통해 '우리는 AI를 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파괴해야 하는가?'라는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이자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국가와 국가, 인류와 인류, 인류와 AI의 바탕엔 '가족'이 있다.

영화 '화란' 스틸

영화 '화란' 스틸


11일에도 극과 극 장르가 경합 한다. 송중기의 느와르 '화란(김창훈 감독)'과 엄정화의 범죄 오락 영화 '화사한 그녀(이승준 감독)'다. 공교롭게도 영화의 분위기와 사이즈를 설명하듯 (영화를 보면 알게 될) 300만 원과 600억 원의 대결이 됐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그야말로 '주목 받고' 있는 작품이다. 송중기의 첫 느와르 도전, 김창훈 감독과 홍사빈 김형서(비비) 각각의 데뷔 신고식까지 스크린 안팎으로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영화 '화사한 그녀' 스틸

영화 '화사한 그녀' 스틸


'화사한 그녀'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엄정화)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로 소개된다.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코믹 케이퍼'를 표방하며, '만년 전성기' 엄정화가 히트작 JTBC '닥터 차정숙' 이후 선보이는 차기작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릴지 기대를 모은다. 엄정화가 말아주는 '변장술의 달인, 전설적인 꾼' 설정만으로도 벌써 재미있다. 방민아와는 모녀 케미를 전하고, 관종꾼 완규 송새벽과는 작전꾼과 작전 타겟으로 유쾌한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오른팔 갑덕 박진우, 집사 쿠미코 김재화, 그리고 손병호 박호산 등도 힘을 더했다.

영화 '봉태리' 스틸'

영화 '봉태리' 스틸'


로맨스도 있다. 한국의 '봉태리(박정례 감독)' 대만의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당가휘 감독)'이다. 계절에 딱 걸 맞는, 풋풋한 청춘의 싱그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 '봉태리'는 서로 다른 가짜가 만나 진짜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코믹 로맨스다. 오승훈이 가짜 자연인을 연기하는 일우, 오윤혜가 가짜 농부 봉숙으로 함께 했다. 또한 '천하무림기행'으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박정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첫 장편 데뷔작이자,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 세상에 진짜 행복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라는 물음표가 공감대를 높이며 인생막장 무공해 청정 로맨스의 맛을 선사한다.

영화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스틸

영화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스틸


'상견니' '여름날 우리'를 잇는 대만 배우 허광한의 '청춘 로맨스 3부작'으로 묶일 만 하다.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남자친구로부터 도착한 카세트테이프 한 장을 단서로 그를 찾아 나서는 여자친구의 이야기. 두 사람이 멀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리플레이 로맨스'라는 설정이 신선하다. '청춘 로맨스' 장르가 대만 영화계의 정체성일 정도로 '대만 청춘 로맨스'는 꾸준히 보기 좋은 결과물과 함께 글로벌 팬덤을 이끌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허광한은 이번 영화에서 훈훈한 외모를 지닌 대학 선배 천샤오밍으로 분해 끊임없이 직진, 대학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마음에 품었을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영화 '용감한 시민' 스틸

영화 '용감한 시민' 스틸


25일 마지막 주에도 빈집은 없다. 시의 적절하게 통쾌한 '용감한 시민(박진표 감독)'과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 '너와 나' 채운다. 평점 9.8점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의 악행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학교 폭력과 교사 이슈 등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소재를 아주 어둡지 않게 담아내면서 '잘못한 놈은 죗값을 치러야지'라는 명확한 뜻과 외침이 함성이 되는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스크린 열일 행보 신혜선과 '마스크 걸'에 이어 빌런 방점을 찍을 이준영이 손 잡았다.

영화 '너와 나' 스틸

영화 '너와 나' 스틸

'너와 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출신으로 숱한 단편을 연출하며 각종 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던 조현철의 감독 데뷔보다, 여전히 학폭 꼬리표를 달고 있는 박혜수에 대한 관심을 더 높게 받고 있다. 지난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으로 공식 석상에 한 번 모습을 드러냈던 박혜수는 1년 만에 다시 같은 영화로 관객 앞에 서게 됐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세월호를 소재로, 퀴어 장르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박혜수와 함께 '다음 소희'로 각종 신인상을 휩쓴 라이징 김시은이 투톱으로 나섰고, 박정민의 카메오 출연도 눈길을 끈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아직 개봉일을 확정 짓지 않은 '오픈 더 도어'는 대한민국 대표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과 첫 영화 제작에 나선 컨텐츠랩 비보의 송은이, 그리고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로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과거 미국 교민 사회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모티브로,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호평 받았다. 이순원 서영주 김수진 강애심 등 내공 넘치는 베테랑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것도 흥미롭다. 러닝타임 72분에 담아낸 욕망의 파국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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