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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에 맨발? "경건한 공간, 자제를" vs "시민이 걷겠다는데"

입력 2023-09-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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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말 들어보셨죠. 그런데 이 '맨발 걷기' 때문에 곤란해진 곳도 있습니다. 바로 조선 왕릉인데요,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서울 정릉 입구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경건한 공간이라 맨발보행은 엄격히 금지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산책길에 들어서자마자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신발은 벤치 앞에 둔 채로 한동안 맨발 산책을 이어갑니다. 방문객 이야기 들어보시죠.

['맨발 걷기' 방문객 : 잠시 걷고 지금 가려고요. {꽤 오래 걸으시던데요, 선생님. (안 되는 것) 알고는 계셨어요?} 네, 알고 있어요. 다 쓰여 있어요, 앞에.]

['맨발 걷기' 방문객 : 건강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있는 거잖아요. 무덤 속에 계신 분도 여길 통해서 많은 분들이 나으면, 치유를 받으면 오히려 더 좋아하지 않으시겠냐.]

[앵커]

원래 왕릉 앞에 안내판이 없었는데, 맨발 걷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찾아오면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선 왕릉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인데요, 여러 조선 왕릉이 맨발 걷기 명소가 돼버렸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직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홍순남/서울 선릉과 정릉 안전관리 담당 : 도리어 저희한테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면서 '네가 뭔데 그러느냐. 그 규정이 어디 있느냐.']

[앵커]

왕릉 측은 경건한 공간이니 맨발로 걷는건 자제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은 공원에서 맨발로 걷겠다는데 왜 안되느냐 라고 따지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맨발걷기를 홍보하는 한 단체는 조선왕릉 관리사무소에 "금지 조치를 해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맨발 걷기 국민운동본부 : 도심에서 사시는 주민들이 내 집 앞에서, 가까운 데서 맨발로 걷고싶다(는 취지죠.)]

하지만 이와 반대로 맨발 걷기도 장소를 가려서 하자는 시민도 많습니다.

이것도 들어보시죠.

[박미학/'맨발 걷기' 등산객 : 다른 곳 걸을 데가 굉장히 많고, 굳이 하지 말라는 데서 가서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되는건 맨발걷기가 끝난 뒤에도 있는데요, 정릉의 물품보관함을 보면 맨발 걷기를 하려고 흙 묻은 신발을 사물함에 넣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경고문까지 붙여뒀습니다.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분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박지희/서울 선릉과 정릉 환경미화 담당 : 오늘 아침만 해도 선릉에서 맨발로 화장실에서 발을 씻고 핸드 드라이기, 거기에다 발을 올려놓고 발을 또 말렸어요. 세면대가 막히고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요.]

[앵커]

해변이라든지, 흙을 밟을 때 그 느낌이 좋아서 누구든 맨발로 걷고 싶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곳은 왕의 능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렸으면 좋겠단 의견도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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