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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고혈압 환자 수준"…지구 건강이 심상치 않다

입력 2023-09-14 17:31 수정 2023-09-1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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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있었던 시위.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있었던 시위. 〈사진=AP/연합뉴스〉



"심각한 고혈압 환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심장마비가 일어날 위험이 크게 높아진 상태죠." (캐서린 리차드슨 코펜하겐 대학교수)

건강검진 결과입니다. 사람이 아닌, 우리가 사는 '지구'의 건강 상태죠.

13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건강 지표 9개 중 6개가 위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이 너무 많이 손상돼 회복력을 잃고 있으며, 인류에게 안전한 공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럽 연구협의회 재정 지원을 받은 다국적 연구팀이 진행했습니다.

 

생물 다양성·기후변화 등 6가지 지표 '위험'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위험한계선' 9개 지표 중 6가지가 안전 경계선을 넘어 위험 수준을 보였다.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스드 홈페이지〉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위험한계선' 9개 지표 중 6가지가 안전 경계선을 넘어 위험 수준을 보였다.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스드 홈페이지〉


연구진은 인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환경기준인 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9가지 중 6개가 이미 기준선을 넘어 위험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악화한 지표는 ① 생물 다양성 ② 토지 담수 기후변화 질소와 인의 영향 합성 오염물질(미세플라스틱이나 핵폐기물 등) 등입니다.

생물 다양성 지표는 이미 19세기 말부터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 파괴로 야생동물이 멸종하면서 생태계의 건강한 기능을 포함하는 생물 다양성 지표가 나빠진 겁니다.

숲이 파괴되면서 토지 이용 지표는 20세기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호수나 강 또는 토양의 물을 포함하는 담수 이용 항목도 20세기 초부터 위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후 변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안전 경계선을 넘어섰죠.

질소와 인은 생명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인류가 비료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물이 질소와 인에 심각하게 오염됐습니다. 이는 녹조 현상이나 바닷물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야기합니다.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이나 살충제, 산업용 화합물 등 합성 오염물질 역시 지구의 건강 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회복력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학물질 생산은 1950년 이후 50배 증가했습니다.

이런 지표들이 경계선을 넘어 위험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건, 1만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부터 산업혁명 전까지 존재했던 '안전한' 지구 상태에서 멀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지구위험한계선 개념을 만들었던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공동소장은 "더 우려스러운 점은 지구의 회복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라면서 "회복력이 줄면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이지 않겠다는 목표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기 오존'은 안전 수준…"토지이용 지표 개선해야"

파괴된 아마존 산림. 〈사진=AFP/연합뉴스〉

파괴된 아마존 산림. 〈사진=AFP/연합뉴스〉


아직 안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세 가지 지표는 ▲해양 산성화 ▲대기오염 ▲대기 오존입니다.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곳이 많은데 대기오염이 아직 안전하다고 하면 선뜻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서 말하는 '대기오염'은 정확히는 '대기 에어로졸'입니다. 대기 중에 떠 있는 액체 또는 고체 상태의 작은 입자를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황산염(SO4), 화석 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오는 그을음, 유기물질, 초미세먼지 등을 말하죠. 사막의 먼지나 산불로 인한 그을음과 같은 천연 에어로졸도 있습니다.

이런 대기오염이 아직 안전 범위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기 중 에어로졸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안전 경계선을 넘은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대기오염과 해양 산성화 지표는 아직 안전 범위에 있지만 곧 한계선을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다고 연구진은 밝혔죠.

위협받지 않는 안전 범위에 있는 건 대기 오존 항목 뿐입니다. 오존층 파괴도 1990년대까지는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존 파괴 물질을 금지하는 등 인류의 공동 노력 이후 지표가 점차 좋아졌고, 지금은 안전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지구의 건강 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지구 환경이 갑자기 심각하게 악화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구의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위험이 따를 수 있죠. 그래서 지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는 토지 이용과 관련한 지표를 안전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전 세계 산림 면적을 20세기 후반 수준으로 되돌리면 210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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