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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빙' 박인제 감독 "아쉬운 차태현? 끝까지 지켜봐 주길"

입력 2023-09-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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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박인제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 박인제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까지, 박인제 감독이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 2를 흥행시킨 박 감독은 최근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무빙'으로 다시 한번 대박을 터뜨렸다. 다른 장르, 다른 플랫폼, 다른 배우들로 같은 성공을 이뤄냈다.

지난 8월 9일부터 순차 공개되고 있는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이 출연한다.

미국 Hulu에서 공개 첫 주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하고,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디즈니+ 아태지역에서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에 랭크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킹덤 시즌2'로 전 세계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박인제 감독은 원작 웹툰 '무빙'의 강풀 작가와 손잡고 '무빙'으로 다시 한번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무빙'

'무빙'

-'킹덤' 시즌 2 공개 때보다 기쁠 것 같다.
"(마음은) 똑같다. 팬데믹을 지나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떨린다."

-처음엔 '무빙' 연출을 거절했다던데.
"거절하진 않았다.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그때 제작사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이 시나리오를 줬다. 거절이라면, 제 영화 시나리오가 거절당했다."

-연출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저는 출판 세대다. 어렸을 적부터 만화 가게에서 만화를 봤다. 웹툰을 챙겨보기가 어색하더라. 여전히 어색하다. 그래서 사실은 '무빙'을 몰랐다. (연출을 제안받았을 당시)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하늘을 날고, 달달하고, 이런 이야기가 취향에 맞나 싶었다. 그런데 부모가 되다 보니 대본이 마음을 울렸다."

-강풀 작가의 대본이 일반적이지는 않았다던데.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 아니었으면 ('무빙' 연출이) 힘들었을 것 같다. 강풀 작가님은 대본 작업이 처음이어서, 여러 다른 것들이 있었다. 웹툰을 그렸던 방식이 여전히 (대본에도) 남아있는 게 있었다. 힘들었다기보다는 현장에서, 프로덕션 단계에서 영상화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지는 않았나.
"아이디어보단 저희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만화라는 매체는 말풍선 안 텍스트를 독자가 인지해 소화한다. 이건 만화와 다르다. 직접 대사를 하고, 바로 꽂히는 거다. 다른 차원이다. 저희는 실제 찍어야 하니까, 그런 데서 오는 것들이 많았다. 액션도 작가님이 디테일하게 써주지 않으니까, 만들어나갔다. '킹덤2'를 보면 기왓장 위에서 주지훈이 싸우는 장면이 대본에는 한줄로 돼 있다. 그걸 긴 장면으로 만드는 게 저희가 하는 거다."
'무빙' 박인제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 박인제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수위가 꽤 높았다.
"다분히 내 연출 취향이다. 재생 능력이 있는 주원은 상처가 나아야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날것 같은 장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10부에선 가급적 액션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주원이 들어가고 다음 장면에서 다 쓰러져 있는 식이다. 그러다 11부 엔딩 20여분을 액션으로 쭉 간다. 10, 11부가 마치 한 편의 범죄와의 전쟁 시대의 영화처럼 보여주려고 했다."

-공개까지 오래 걸렸다. 그 사이 디즈니+의 한국 철수설이 돌기도 했는데.
"나는 3년간 만드는 역할일 뿐이다. 운명 아닐까. 플랫폼에 관해 알고 만들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서 만들면 제가 아마 신이 아닐까."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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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가 개인적으로 배우들에게 연락해 캐스팅하기도 했다고.
"저야 '땡큐'다. 무 대단한 배우들이 나왔는데. 그걸 작가가 직접 전화해서 해주면 저야 너무 감사하다. 구상한 이미지와 잘 맞았다."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캐스팅이 있었나.
"프랭크 역할은 처음엔 외국인이었다. 진짜 서양인. 프랭크는 암살자라서, 숙련된 액션을 해야 했다. 어설픈 한국말도 해야 했다. 복잡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를 할리우드에서 캐스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여러 고민을 했다."

-연출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관객들은 이미 마블, 엑스맨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걸 따라 할 만한 자본력이 있지도 않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쪽은 편당 1000억씩 쓰는데, 저희는 그걸 할 수 없다. 영리하게 할 수 있도록, 독창적인 방법을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근데 저는 아직도 미숙하다. 저도 준비하면서, '마블이 왜 저렇게 했지? 저 동작을 저렇게 하지?' 생각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더라. 저도 준비를 하면서 배웠다. 그러면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조인성은 너무 멋있다. 조인성이 처음 나는 장면을 찍은 데가 과수원이었다. 민차장을 피해서 숨어 사는 도망자 입장인데, 조인성이 너무 멋있는 거다. 문제가 사실 있다. 욕도 조금 더 더럽게 하고, 머리도 지저분하게 했다. 시골에 조인성같이 생긴 사람이 살았으면 몇정 거장 멀리 할머니도 알았을 거다. 감독으로서 그건 안 되는 거다.(웃음) 처음 나는 동작을 찍을 때 우리도 웃겼다. 조인성은 '나는 연기 인생 여기서 끝나는 거 아니냐'고 했다. CG가 없을 땐 진짜 웃기다."
'무빙'

'무빙'


-멜로가 처음이라 자신이 없다더니, 결과물은 잘 나왔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이전에도 멜로 시나리오를 써야 되겠다고 생각한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킹덤' 때도 제 인생에 사극은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하게 됐다."

-어린 역할 배우들도 캐스팅이 찰떡이었다.
"캐스팅이 끝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엔 어린 배우들과 작업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최민식, 황정민 이런 배우들과만 해봤다.
제가 아는 젊은 배우들이 많지가 않더라. 20대 배우들은 다 (오디션으로) 본 것 같다. 최대한 봉석과 비슷한, 희수와 비슷한, 강훈과 비슷한 배우를 보려고 했다."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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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부분이 아쉽다는 평도 있는데.
"그건 끝까지 보시면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할 거다. 아직 안 풀린 것이 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
"북한도 초능력자들이 있는데, 다른 결의 초능력자도 나오게 된다. 원작에 있는 초능력자 이외에 오리지널 캐릭터도 나온다. (오리지널 캐릭터가) 예고편을 보면 1초 정도 나온다."

-한국형 히어로란 뭘까.
"제가 그걸 정의할 수 있을까. 그냥 제가 하던 대로 한 거다. 영화학교를 나왔는데, 거기서 단편영화를 찍으면 장르 영화를 만드는 게 큰 어려움이었다. 돈도 없고, 대부분 영화제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그때도 저는 '날고 이런 게 영화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나는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없는 걸 좀 하고 싶다. '무빙'도 그런 부분의 하나다. 시도해보지 않은 것들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나는 것을 한국형 히어로로 정의한다기보다, 어떤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정의해줄 것이다. 저는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
'무빙' 스틸

'무빙' 스틸


-'무빙'의 의미는.
"'무빙'은 저에게 고마운 작품이다. 미숙한 점이 많은데도, 배울 수 있었다. 저도 이걸 찍으면서 관객분들이 웃고 울었던 부분에서 저도 모니터 앞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현장에서 느꼈던 부분을 관객이 같은 감정을 느꼈을 때 희열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좋은 작업이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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