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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짜리 잔디 돌려놔!"…정부 복구 약속에도 '원성' [보니보니]

입력 2023-08-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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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 오후의 가보고 들어보고 만나보는 코너, 2대 보니 최규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17일)은 어떤걸 준비해왔나요?

[기자]

오늘은 '깔아보니' 입니다. 아주 급하게 깔고 왔습니다.

[앵커]

깔아보니. 도대체 뭘 깐다는 얘기죠?

[기자]

새만금 잼버리 폐막식이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면서, 경기장 잔디 훼손 논란이 불거졌죠. 저희가 어제 이슈언박싱에서도 다뤘는데요. 잔디를 까는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제대로 복구가 되고 있는건지 확인해 보고 왔습니다.

[앵커]

저도 되게 궁금했는데요. 직접 한번 보겠습니다.

+++

저는 지금 지난주 잼버리 폐막식 콘서트가 열렸던 상암동 서울월드컵 경기장에 나와 있습니다.

이번주말 K-리그 경기에 앞서서 경기장 잔디를 긴급 복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데요,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월드컵 경기장 그라운드가 가위로 자른 듯 드러났습니다.

기존 잔디를 톱으로 썰고 들어낸 곳엔 흙바닥이 보입니다.

인부들이 땅을 고르고 돌돌 말린 새로운 잔디를 펴고 심습니다.

이곳 상암동 경기장에는 복원 작업이 4일째 진행 중입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라서 잠깐 작업을 중단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복원 작업을 한 곳이랑 기존에 잔디가 남아있는 곳이랑 색깔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새로 잔디를 깐 곳이 더 밝은데요.

저곳이 바로 중앙 무대가 있었던 곳인데 훼손 정도가 심해 전부 교체한 겁니다.

대형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잔디 위에 보호막까지 깔았지만 손상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패널티박스와 골대 주변이라 교체가 시급한 상황.

4만여 명의 잼버리 대원들이 앉았던 자리는 얼마나 손상됐는지 가늠되지 않습니다.

경기장 바깥에는 교체된 잔디들을 이렇게 모아뒀습니다.

자세히 보면 잔디가 색깔이 변해있거나 전부 눌려있는데요.

교체된 잔디들은 재활용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한다고 합니다.

당장 교체해야 할 잔디가 필요하다 보니, 인근 예비포지에서도 끌어옵니다.

[이건 찌꺼기인데? {경기장 안의 찌꺼기라고 해서 다 버리는 거죠?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는 뭐 하시는 거예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 있는 걸 (경기장) 안에다 옮기는 거예요?} 네. {이거 언제쯤 끝나요?} 오늘 끝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시설관리공단은 2년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천연잔디와 인조잔디가 섞인 '하이브리드 잔디'를 깔았습니다.

2017년 이 경기장에서 한국과 시리아 경기가 열렸을 당시, 손흥민 등 선수들이 '경기장 잔디 관리가 부실하다'는 식의 지적을 내놓은 게 원인이었습니다.

[손흥민 (2017년 8월 : 일단은 공격을 풀 수 있는 잔디 상태가 안됐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일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잔디가 이런 상태에서 누가 어떤 모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고.]

이 과정에서 예산 10억 원이 투입됐고, 이후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각종 대형 콘서트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잼버리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이 경기장에서 열리면서 축구 팬들의 비판이 거세진 겁니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어느정도 복구가 가능하지만 정확한 비용을 당장 추정하긴 어렵다"는 입장.

다만 업계 관계자는 10%의 잔디가 손상된걸로 추정되는 데다, 그라운드 전체가 아닌 긴급한 부위만 손을 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모든 경비를 지원하는 것을 포함해 잔디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 : 전체적인, 얼마 추산하고 하는 것은 공단에서 자료를 나중에 정리를 해서 받아봐야 하는 단계입니다. 경기를 또 이번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29일도 또 있고, A매치도 2개 더 있고, 끝난 게 아니라…]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앞서 잔디 상태를 점검했고 K리그 경기 개최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잔디를 저렇게 까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들어보니 얼마나 손상됐는지 아직도 피해 규모는 미지수인 거 같네요. 복구 작업은 다 마무리가 된 건가요?

[기자]

어제저녁까지 긴급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고 들었습니다. 손상이 됐다고 무조건 다 버리는 건 아니고, 재생이 가능한 건 일부 남겨둔 상황입니다. 물론 이번 주말 경기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전반적인 손상 부위 교체 여부 등 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앵커]

이번 주말 축구 경기를 눈여겨서 보실 것 같고, 축구 팬들의 마음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소중하게 해왔던 잔디이기 때문에, 얼마 전에 가수 임영웅 씨도 가서 공연할 때 축구화 신고 공연을 했단 말이죠. 축구 팬들의 원성이 좀 많은 상황이에요.

[기자]

앞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도 갑작스런 잼버리 행사 일정이 잡히면서 9일 예정됐던 FA컵 4강전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전이 취소돼 축구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K팝 콘서트 및 폐영식 개최 장소가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면서, 결국 축구 팬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우왕좌왕 행정으로 피해 키웠다는 주장 나오는 겁니다.

[앵커]

오늘 깔아보니 잘 들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 / 영상그래픽 :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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