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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해병대 수사단장은 정말 항명을 한 것일까?...풀리지 않은 의문점 수두룩

입력 2023-08-14 17:45 수정 2023-08-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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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된 박정훈 대령에게
군검찰이 최종적으로 적용한 혐의는 '항명'입니다.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는
윗선의 정당한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에 섭니다.
고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어제(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고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어제(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최종적으로 정리한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방부는 국방장관이 7월 31일 정오에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사 자료 경찰 이첩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률적 검토가 추 가로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해병대 사령관은 장관의 명령을 받고
당일 오후 4시 참모회의에서 박정훈 대령에게
자료 이첩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령이 8월 2일에 경찰에 자료를 넘겼기 때문에,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를 어긴 '항명죄'에 해당한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박 대령은 '이첩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만 혐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식의
수사 결과 축소 지시만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병대 사령관은 명시적으로 지시를 내렸나?

항명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의 명령을 내렸는지'등의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합니다.

항명죄와 관련해
해병대가 주장하는 공식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병대 사령관은 31일 오후 4시 참모 회의를 열어 "8월 3일 장관 해외 출장 복귀 이후 조사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수사단장에게 지시하였음.

그런데 국방부와 해병대가 항명죄의 직접적 근거로 제시한 이 지시와 배치되는 문건이
군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문건의 제목은
[고 상병 채수근 익사 사건 관계자 변경 시 예상되는 문제점]입니다.

문건 안에는
국방부 요청대로 사단장 등에게 적용했던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 결과에서 제외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담겨있습니다.

박정훈 대령은 이 문건을 8월 1일 작성해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했습니다.

박 대령 측은 이 문건이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8월 1일 저녁 해병대 사령관은 수사단장과 방첩 부대장, 비서실장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식사 자리에서 조사 결과를 어떤 형태로 언제 이첩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박 대령은 이 자리에서도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사 결과를 미루지 말고 원안 그대로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해병대의 주장대로 해병대 사령관이 7월 31일에 명시적으로 사건 이첩 중단 명령을 내렸다면,

바로 다음날 문건 작성을 지시할 이유도, 이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저녁 식사를 할 이유도 없다는 게 박 대령 측의 설명입니다.

해병대는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에 대해선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해병대 관계자는 "오후 4시에 이첩을 중단하라는 명시적 지시가 있었다"면서도
"이후 이 문건을 작성하기까지 해병대 사령관과 박 대령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항명'논란의 시작점, 국방장관의 서명

항명 논란의 시작점은 국방장관의 '서명'입니다.

박정훈 대령은 7월 30일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조사 결과를 대면보고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이 장관은 보고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조사 자료를 경찰에 넘겨도 좋다는 뜻이 담긴 겁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서명 바로 다음 날인 7월 31일 경찰 이첩 보류를 명령했습니다.

이날 예정돼있던 국회 보고와 언론 브리핑도 모두 취소했습니다.

갑작스런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내놓은 설명은 "법률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였습니다.

그리고 논란이 계속되자 최종적으로 국방부가 정리한 입장은
"상대적으로 책임이 덜한 하급장교들도 과실치사혐의 대상자로 적시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임성근 사단장에 대한 혐의를 빼라는 것이 아니라,
하급장교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고려해 사건 이첩을 일단 멈췄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방부의 설명에도 의문점은 여전히 많습니다.

추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인물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입니다.

그런데 법무관리관은 장관이 서명을 한 30일 해병대의 국방부 보고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장관의 지시를 받고 법무검토를 한 31일에는
정작 해병대 조사 보고서도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고서 없이도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는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사건 즉시 경찰로 넘겨야"

사실 이번 사건은 고 채수근 상병이 왜 구명 조끼도 입지 않고 수색 작업에 참여했는지 그 사실관계를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넘기면 끝나면 일입니다.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해병대 수사단이 넘긴 자료를 참고하되,
자신들의 방식대로 수사를 하면 됩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 보고서에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한 8명 모두 입건될 수도 있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그 숫자는 늘어날 수도 또는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첩 과정에서 군기 문란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유로
조사 보고서를 경찰로부터 회수해옴에 따라
고 채수근 상병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정식 수사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지난 9일 해병대 수사단의 자료를 곧바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단장 등에 대한 범죄 혐의 적시 여부에 대해서도
"군사법원법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이 부대 지휘관의 범죄를 인지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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