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폭염에도 거리로…'살기 위해' 전단지 돌리는 노인들

입력 2023-08-09 21:0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폭염 속에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한 장에 60원 하는 전단지를 돌리기 위해섭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매일 전단지 뭉치를 들고 거리로 나가는 노인들을,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아침 8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전단지를 나눠주는 노인들입니다.

오늘(9일) 낮에도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예상되는데요.

이 뜨거운 날씨에도 거리 위를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누가 받을지 몰라 전단지를 쥔 손을 연신 흔듭니다.

아침 7시부터 꼬박 두 시간을 돌리고 두유 한 팩으로 아침을 때웁니다.

[노인들 자식들한테 손 벌리기가 좀 그렇잖아요. 용돈이라도 벌어 쓰려고…]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받아주면 고맙습니다.

[황모 할머니 : (강남역) 7번은 사람이 별로 없고 잘 안 받아. 9번은 잘 받아. 척척척척 잘 받아. 얼마나 고마워. 재밌어. 잘 받으면 재밌어.]

이 일을 30년 넘게 한 베테랑 할머니가 있단 얘기도 들었습니다.

[황모 할머니 : 왕언니는 을지로 입구에서 해요. 아흔이야. 이름은 모르고 연세가 들었으니까 '왕언니'로 통해.]

점심시간, 시청역 뒷골목에도 전단지를 돌리는 손이 바빠집니다.

30년 베테랑 왕언니입니다.

내년에 아흔이지만 누구보다 열심입니다.

[이모 할머니 : 원래 가게를 운영했는데 전자제품. IMF가 터지는 바람에… 올해 같은 해는 처음이야. 이렇게 더운거.]

집에서 얼려온 주스와 차가운 얼음 스카프는 금세 녹아버렸습니다.

[이모 할머니 : 이거 엄청 시원하거든. 이거 하면 등이 시원해. 손녀딸이 주문해주더라고.]

퇴근길이 북적이는 저녁 시간, 한낮에 달아오른 빌딩 숲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건물 1층에 들어가는 게 유일한 휴식입니다.

[정모 할머니 : 꼴랑 돈 벌려고…내 청춘을 이걸로 다 늙었다고…]

보통 2시간 동안 400장을 돌리는데 2만 4천원 정도를 받습니다.

전단지 한 장 당 60원입니다.

400장을 다 돌리기 전까진 땡볕에서 한 번도 쉬지 못하는 할머니도 많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슬프다 할까. 나이를 먹어서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거 같달까. 그래요.]

다른 일자리를 찾고 싶어도 노인들에게 쉽지 않습니다.

[{구청에서 해주는 다른 일자리도?} 다른 일자리 없어. 거기 가면 나이 많다고 안 해주더라고. 75세 때 가도 나이 많다고 그래.]

전단지 돌리는 일엔 정년이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노인들은 말합니다.

숨 막히는 더위에도 노인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한 가지,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신유정)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