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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조류독감' 왜?…전문가 "사료가 주된 원인 가능성 커"

입력 2023-08-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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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경기 반려마루 여주'에서 수의사가 고양이 코와 입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경기 반려마루 여주'에서 수의사가 고양이 코와 입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시 용산구와 관악구 동물 보호시설에서 고양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원인을 조사 중이던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설에서 사용하던 사료의 시료검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사료에서 조류인플루엔자(H5형) 항원이 확인됐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항원이 고병원성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지난 5월 25일~ 8월 1일 사이에 생산된 토실토실레스토랑 브랜드의 반려동물 사료 '밸런스드 덕'과 '밸런스드 치킨' 제품입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사료를 만든 제조업체 '네이처스로우'는 지난 5월 25일부터 멸균, 살균 공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반려동물용 사료를 만들었습니다. 이 업체에서는 6개월 전 국내에서 AI가 유행할 때 만들어진 국산 오리고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식품부는 이 기간에 제조된 해당 사료를 모두 회수해 폐기할 예정입니다.

만약 이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제품이 회수될 때까지 제품을 비닐봉지에 넣어 밀봉하고 손 소독제 등을 활용해 소독 후 별도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이 사료를 먹인 고양이가 발열, 식욕 부진, 호흡 곤란과 마른기침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즉시 가축방역기관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전문가들 “사료가 원인일 수 있어”


고양이 AI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료에서 AI 항원이 검출된 건 맞고, 이 사료를 확진된 고양이가 먹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아직까지는 이 사료가 주된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용산 동물 보호시설에서도 이 사료를 먹였는지, 사료를 먹은 것과 AI 발생과의 관계가 있는지 등 다양한 변수를 두고 추적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료가 주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운성 전남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포유류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려면 고농도의 바이러스에 접촉되거나 섭식을 해야 한다”며 “다른 야생동물을 통한 감염보다는 동물 내부로 오염체가 직접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료에서 AI 항원이 확인됐다고 하면 예상했던 대로 사료를 통해 고양이 체내로 바이러스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연 질병관리청신종감염병대응과 이수연 연구관도 “고양이가 AI에 확진될 가능성을 살펴보면 두 가지”라면서 “하나는 날것의 닭고기 등을 먹어서 감염됐을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테라스 등에서 조류의 분변에 접촉했을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관은 “그런데 지금은 절기 중간이 아니고 철새 도래 기간도 아니어서 조류의 분변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작다”며 “사료에서 H5형 바이러스가 나왔고 그걸 고양이가 먹었다면 고양이 AI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25일~ 8월 1일 사이에 생산된 토실토실레스토랑 브랜드의 반려동물 사료 '밸런스드 덕'과 '밸런스드 치킨' 제품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발견됐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 5월 25일~ 8월 1일 사이에 생산된 토실토실레스토랑 브랜드의 반려동물 사료 '밸런스드 덕'과 '밸런스드 치킨' 제품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발견됐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만약 사료를 통해 고양이가 AI에 감염된 것이 맞다면 치명률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나 교수는 “고병원성 바이러스라고 해도 포유류가 AI에 감염되려면 하부 호흡기까지 바이러스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만약 사료를 먹어서 감염됐다면 장기로 바이러스가 들어간 거라, 호흡기를 통한 감염보다 폐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농식품부는 닭고기, 오리고기 등의 원료를 사용한 생식 사료를 전수조사할 계획입니다. 또 사료 제조업체들이 멸균과 살균 처리 기준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도 조사해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입니다.

고양이 AI, 사람도 감염?…“가능성 작지만 배제할 수 없어”


고양이 AI가 사람에게 미치는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아직까지는 많습니다. 고양이의 AI가 사람에게 옮겨간 사례도 없죠.

세계보건기구(WHO)는 “AI에 감염된 고양이와 접촉한다고 해도 일반인이 감염될 가능성은 '낮음'으로 평가된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나 수의사가 보호 장비 없이 감염된 고양이와 접촉한다고 하면 감염 위험은 '낮음~중간'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개, 바다사자, 고양이 등 포유류에서 AI에 감염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WHO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는 보통 조류 사이에서 퍼지지만, 최근엔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 사이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수연 질병청 연구관은 “얼마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포유류가 AI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혹시 포유류 수용체에 잘 들러붙도록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난 것은 아닌지 분석하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역 당국은 가정 내에서 고양이나 새를 키우는 경우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릴 가능성이 사실상 낮다면서도 고양이가 많은 침을 흘리고 기침, 재채기, 숨 가쁨 등의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와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접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건강 상태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야생조류와 길고양이의 사체, 분변 등은 만지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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