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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악성 민원에 회의감…소아과 문 닫습니다"

입력 2023-07-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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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과 문 닫겠습니다 >

[기자]

먼저 사진 한장 보시죠.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는데요, 의원 문닫겠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14세 미만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진료가 가능한데 "보호자의 악의에 찬 민원에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회의가 느껴져 결국 폐원 결정에 이르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번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9세 아이의 보호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화제가 됐는데요, 작성자는 게시글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열난다고 연락이 와서 하교 후 애플리케이션으로 진료를 예약하고 순서 맞춰 보냈다"며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하는데도 단칼에 5분 이내로 오실 수 있냐 해서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간다고 했다"며 "아이는 제 퇴근 시간 맞춰 다른 의원으로 보냈다. 절 보는 순간 아이가 너무 아프다며 펑펑 우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고 썼습니다.

[앵커]

병원 입장에서는 아이가 평소 질환이 있는지, 다른 먹는 약은 없는지 보호자한테 확인을 해야 정확한 진료가 가능하니까 보호자와 함께 오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었겠단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또 아이 혼자 병원에 보낸 그 보호자는 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진 않았을까, 무슨 일 하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자리를 못비우는 상황이었다면요.

당장 아이가 열이 39도 넘게 나는데 회사에서 나오지 못하니 보호자 상황도 답답했을 거고요. 아이가 혼자 병원에 진료 볼 때 보호자는 전화로 대신 평소 질환이나 복용약을 의사에게 알려주는 방법을 없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기자]

요즘 '오픈런'이라고 할 정도로 소아환자에 비해 소아과가 부족하다보니까 소아과 의사들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고 사명감으로 문 안닫고 버티는 경우도 실제 적지 않다고 하니까 또 소아과쪽도 이해가 되고 참 어렵네요.

[기자]

네, 소아과 전문의는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국 67개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현황을 보면 정원 207명 중 지원자는 33명, 16.4%에 그쳤습니다. 어린 아이와 보호자를 함께 상대해야 하는 감정적 소모와 의료 소송 부담이 커진 것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병원 문을 닫게 하는 이유로 지목됩니다.

[앵커]

이게, 한 소아과와 환자 보호자 사이의 감정싸움, 갈등으로만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도 안되고요. 지난 6월에 "소아청소년과 탈출을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는데, 소아과 의사들이 엄청나게 몰렸다고 하죠. 소위 말해 고생은 고생대로하는데 그만큼의 경제적이득도 다른 과에 비해 많지 않으니까 미용, 통증 클리닉 같은 쪽으로 전업하는 정보를 주는 자리였다고 해요. 소아과 의사들에게 언제까지 '소명의식으로 버텨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온라인상의 논란이 지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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