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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지하 1만 5100가구는 '침수 예상지역'에 있다

입력 2023-07-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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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3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 전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고, 수도권에선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는 시간당 30~8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한 비가 내리면 침수피해에 가장 취약한 곳, 반지하입니다.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서울 동작구 상도동과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반지하 침수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걱정입니다. 올해는 특히 엘니뇨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전히 침수 위험 지역에 있는 반지하 주택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침수 참사가 발생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주택.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침수 참사가 발생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주택. 〈사진=연합뉴스〉


서울특별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 중 '침수예상지역'에 위치한 곳은 총 1만5102호입니다. 서울 전체 반지하 수(21년 말 기준 20만 2741호)의 7.4%죠.

침수예상지역이란 시간당 100mm 강우가 내릴 때 침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말합니다. 시간당 100mm의 강우량은 서울시가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비의 양입니다.

그러니까 서울시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폭우가 쏟아지면 침수될 위험이 있는 지역에 1만5100호 넘는 반지하 주택이 있는 겁니다.

침수예상지역 중 반지하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관악구(1374호)였고, 이어 강북구(1367호), 동작구(1308호) 순이었습니다.

또 서울 반지하 주택 10곳 중 1곳(9.7%)은 과거 한 번 이상 침수됐던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은 2010~2014년 침수흔적도를 이용해 과거 침수 이력을 파악했습니다.

특히 2번 이상 침수됐던 지역 중 반지하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동작구(621호)였으며, 이어 양천구(427호), 관악구(420호) 순서였습니다.

서울 시내 반지하 10곳 중 2곳(19.4%)은 하천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저지대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계획홍수위란 홍수가 났을 때 하천의 높이를 말합니다.

2010년에도 "반지하 신축 제한"…되풀이되는 대책


이렇게 침수 위험이 큰 지역에 있는 반지하 주택에 대해 정부는 수년 전부터 대책을 발표해왔습니다. 특히 침수 위험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대책들을 꾸준히 발표해왔죠.

13년 전인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제한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건축법 11조 '상습 침수지역 또는 침수 우려지역 건축물 지하에 주거용 공간이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을 건축위원회 심의로 불허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죠.

하지만 법이 만들어진 뒤에도 신축 반지하 주택은 계속 늘었습니다. 지하층 건축을 심의할 수는 있어도 강제로 금지할 수는 없는 데다, 건축 허가는 각 자치구의 권한이어서 시가 인허가를 전부 관리할 수 없었던 겁니다.

침수피해를 입은 반지하. 〈사진=연합뉴스〉

침수피해를 입은 반지하. 〈사진=연합뉴스〉


대책은 최근에도 되풀이됐습니다.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에서 반지하에 살던 주민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서울시는 이후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을 불허하는 건축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하는 지침을 각 지자체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아직까지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반지하 퇴출 대책의 하나로 주민들의 이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까지 반지하에서 나와 지상층으로 이주한 가구 수는 2250가구에 그쳤습니다. 전체 반지하 가구의 1%도 채 안 되는 수치입니다.

"침수위험도, 노후도 따라 구분해 대책 마련해야"


반지하 주택을 없애고,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하는 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반지하 주택 유형과 침수위험 해소방안' 보고서에서 “반지하 주택을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저소득 가구의 주거기회를 박탈하고 옥탑방, 고시원 등 또 다른 열악하고 위험한 주거유형으로의 전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지하 주택의 특성에 따라 규제, 지원, 정비 등을 적절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지하 주택을 침수위험도와 노후도에 따라 구분한 뒤, 각 유형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연구원 측은 “침수위험이 높은 1등급 지역은 반지하를 주거 외 용도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SH공사 빈집매입사업 등을 통해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비주거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침수위험 1등급 지역은 원칙적으로 지하층에 주거를 비롯한 거실용도 설치를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반지하 주택이 밀집되어있고 노후된 지역은 정비구역 또는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반지하 주택 밀집지역이면서 침수위험이 높은 곳은 방재지구로 지정해 건축허가 시 지하층을 규제하고 침수방지를 위한 지원사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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