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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초대형 컵라면에 햄버거까지…과열 리셀테크 왜?

입력 2023-07-02 09:01 수정 2023-07-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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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GS25 편의점에서 '점보 도시락'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장연제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GS25 편의점에서 '점보 도시락'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장연제 기자〉

요즘 2030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리셀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리셀테크'는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을 구입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재테크 방식입니다. 되판다는 영어 단어 리셀(Resell)과 재테크를 합쳐 줄인 신조어입니다. 초기엔 한정판 명품이나 운동화가 주였지만 최근엔 컵라면과 햄버거 등 식품까지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식품 리셀은 초기 투입 비용이 적어 MZ 세대들의 용돈 벌이 수단으로 인기입니다.

GS25가 최근 출시한 한정판 '점보 도시락'은 리셀 붐을 일으켰습니다.

'점보 도시락'은 기존 '팔도 도시락'을 8.5배 키워 만든 초대형 컵라면입니다. 출시 직후 유튜브 '먹방(먹는 방송)'과 '점보 도시락 챌린지' 등 콘텐트가 인기를 끌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공덕동 일대 GS25 편의점 열 곳 중 '점보 도시락' 재고가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사진=장연제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공덕동 일대 GS25 편의점 열 곳 중 '점보 도시락' 재고가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사진=장연제 기자〉

'점보 도시락'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사진=장연제 기자〉

'점보 도시락'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사진=장연제 기자〉


JTBC 취재진이 그제와 어제(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공덕동 일대 GS25 편의점 열 곳과 강남 대치 GS 편의점 네 곳을 둘러본 결과, '점보 도시락'은 전부 품절 상태였습니다.

점주들은 '더 팔고 싶어도 못 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A 점장은 "'점보 도시락'은 매주 금요일 새벽 두 개씩 들어오는데 금방 금방 나간다"며 "본사에 발주를 해도 안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점보 도시락' 거래 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에 올라온 '점보 도시락' 거래 글. 〈사진=당근마켓 캡처〉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점보 도시락'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거래 가격대는 1만5000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형성돼 있었습니다. 점보 도시락의 정가는 8500원인데 최대 세 배 넘게 오른 겁니다.

최근 당근마켓에서 '점보 도시락' 두 개를 각각 1만8500원에 되판 대학생 최모(22)씨는 "명품이나 유명 운동화는 처음 살 때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시작할 엄두가 안 났는데 '점보 도시락'은 그런 부담이 없었다"며 "용돈 벌이로 적당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점보 도시락'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선 "우리동네GS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변에 재고가 있는지 살펴보거나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며 "어떤 점장님은 현장에서 예약을 받아 연락처를 적어 놓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파이브가이즈 버거 10만원에 팝니다" 거래 글 등장

지난달 26일 한국 첫 매장을 개점한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앞에서 시민들이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한국 첫 매장을 개점한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앞에서 시민들이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부 판매자들은 도 넘은 웃돈을 붙여 팔다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지난달 26일 4만원어치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10만원에 판다는 거래 글이 당근마켓에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해당 판매자는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이 문을 연 날, 사람들이 몰리자 자신이 구입한 기본 치즈버거 두 개 올 토핑과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를 10만원에 내놨습니다.

파이브가이즈가 책정한 가격에 따르면 치즈버거 한 개는 1만4900원,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는 1만900원입니다. 정가는 4만700원인데 웃돈이 5만9300원 얹어진 셈입니다.

일각에선 "다른 사람이 만지작거린 햄버거를 누가 10만원 주고 먹느냐" "다 식은 게 10만원? 혼자 많이 드세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또 식중독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현행법상 식품을 중고로 되파는 행위는 불법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라면 등과 같이 개봉하지 않은 가공식품 신제품과 달리, 현장에서 산 식품을 되파는 것은 중고거래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는 제조·가공(수입품 포함)해 최소 판매 단위로 포장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허가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고 판매의 목적으로 포장을 뜯어 분할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근마켓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 "해당 햄버거는 허가받은 식품업체에서 만든 것"이라며 "포장 등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한 것은 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래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리셀은 희소성 원리가 적용된 것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며 "법을 어기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면 리셀 자체를 비난하거나 제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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