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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고 특검'에서 '피의자' 되기까지…구속기로 선 박영수

입력 2023-06-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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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오늘(2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즉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습니다. 대장동 일당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또 일부는 받은 혐의를 받고 있죠.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박 전 특검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오늘 법원에 출석했죠. 영장을 청구만 하던 검사가 어쩌다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처지가 된 걸까요?

[박영수/전 특별검사 : 먼저 여러 가지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재판부에 사실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진술하겠습니다. 진실은 곧 밝혀질 걸로 저는 확신합니다.]

박 전 특검의 혐의, 간략히 말하면 대장동 일당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았다는 건데요. 지난 2014년, 남욱 변호사 등은 박 전 특검에게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나 여신의향서 발급을 도와 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죠. 당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는데요. 일이 성사되면 박 전 특검에게 대장동 상가 부지와 빌라 등 200억원 상당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정영학/회계사 (2014년 11월 5일) : 우리은행은 정말 다행인 거가, 이 담당이 우리 사이즈가 아니고 그, 좀 큰 사이즈라서 고검장님 안 계셨으면 아우, 힘들어. 좀, 약간 좀 그러겠더라고.]

 박 전 특검은 이른바 '50억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실제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에 여러 차례 박 전 특검이 등장합니다.

[김만배 씨 (2020년 3월) : 자, 50개가 몇 개냐, 한번 세어볼게. 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선근, 권순일.]

[김만배 씨 (2020년 7월) : 00이(박영수 딸)를 돈 50억 주는 거를 자기(박영수 인척)를 달래.]

[김만배 씨 (2020년 10월) : 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되지, 00이(박영수 딸)하고 곽상도는.]

청탁을 받은 박 전 특검, 실제로 대장동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참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죠. 다만 당시 우리은행은 내부 반대로 컨소시엄에 참여하진 않았는데요. 대신 1,500억원의 대출 의향서를 발급했습니다. 최근 김만배 씨도 검찰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2015년 1월쯤 남욱 변호사에게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넘겨 받았다고 하죠. 이 때 인수인계 사항에 '박 전 특검에게 200억원을 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는 건데요.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0억 가운데 실제로 8억 상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대출의향서 발급 대가로 5억, 그리고 2015년 1월 치러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당시 선거 자금 명목으로 3억인데요. 박 전 특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박영수/전 특별검사 :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을 위해) 우리은행에 영향력 행사하신 적}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박 전 특검은 지난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었죠. 이후 1년 9개월 만인 지난 22일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요. 그리고 나흘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검찰이 영장까지 청구한 이유, 증거 인멸 우려 때문인데요. 박 전 특검은 검찰의 재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휴대전화 안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주변인을 통해 사무실 내 PC 기록을 삭제하고 서류를 폐기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박 전 특검의 과거를 한 번 살펴볼까요. 박 마커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사실 박 전 특검의 이력은 화려 그 자체였습니다. 검찰 재직 시절 강력통이자 특수통 검사로 꼽혔는데요. 서울지검 2차장검사과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이름을 알렸죠. 대우그룹 경영 비리와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같이 재계가 연루된 대형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는데요.

[박영수/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2005년 9월 2일)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가족을 위해서 설립된 퍼시픽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 투자하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009년, 박 전 특검은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7년 뒤인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로 임명되며 복귀 신고식을 치렀죠. 당시 특검에는 전국민의 이목이 쏠렸는데요.

[박영수/당시 특별검사 (2016년 11월 30일) : 국가적으로 엄중한 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심정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른 통치권자 본인과 주변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한 게 시작이었죠.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 건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당시 정권 실세들에게 잇따라 칼을 겨눴습니다.

[박영수/당시 특별검사 (2017년 3월 6일) :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을 직권남용죄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박 전 특검의 수사는 사회적 영향력과 지위고하를 막론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2월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요.

[박영수/당시 특별검사 (2017년 3월 6일) :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이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 등과 공모하여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하여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특검 수사는 이후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마저 구속시키는 토대가 됐습니다.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면서 12차례 특검 역사상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호평을 받았는데요.

[박영수/당시 특별검사 (2017년 3월 6일) :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에 힘입어 짧은 기간이지만 열과 성을 다한 하루하루였습니다. 저희 특검 팀원 전원은 국민의 명령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뜨거운 의지와 일괄된 투지로 수사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일까요?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휘말리며 명성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씨로부터 포르쉐 공짜 이용을 포함해 33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건데요.

[JTBC '뉴스룸' (2021년 7월 19일) :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로부터 수산물과 함께 포르쉐 렌터카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박 전 특검은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했지만 전달하는 과정에서 3개월 늦게 김씨에게 건네졌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전 특검은 이 일로 특검에서 물러났죠. 임명된 지 4년 7개월 여 만이었습니다.

[JTBC '뉴스룸' (2021년 7월 7일) :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한 점 사과드린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입장문을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후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사건에서까지 핵심 인물로 거론되며 몰락의 길을 걸었는데요.

[조모 씨/대장동 자금 알선 : 김만배 기자님이 그나마 그래도 법조 쪽에 관련된 기자인 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산호라는 법무법인에 박영수 특검님이 계시다는 거예요.]

최근에는 다단계 주가조작단과 연루된 사실도 알려졌죠. 박 전 특검이 라덕연 일당이 운영는 회사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던 건데요. 해당 회사는 주가조작 세력이 골프회원권을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창구로 활용된 곳이었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달 5일) : 박 전 특검은 올해 4월까지 두 회사로부터 고문료로만 각각 550만원씩 모두 6600만원을 받았습니다. 박 전 특검이 골프 회사와 계약을 맺은 지난해 9월은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입니다. 50억 클럽 명단에 올라 수사 대상에 오른 시점이기도 합니다.]

자, 오늘은 박영수 전 특검에게 '줌 인'해봤습니다. 영웅의 타락이라고 해야 할까요?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던 특별검사가 불과 7년 사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피의자 신세가 됐는데요. 심사 결과는 오늘 밤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이죠. 발부 여부를 떠나 검찰이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수사를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과거 박 전 특검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박영수/당시 특별검사 (2016년 11월 30일) : 수사는 사실을 좇고 그 사실에 법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로지 사실만을 바라보고 수사하겠습니다. 또한 결코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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