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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대중교통도 두렵다"…성폭력 걱정 많은 여성들

입력 2023-06-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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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이사 간 수험생 이모 씨(31). 이 씨는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을 택한 건 '안전' 때문이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늦게 돌아갈 때마다 어두운 골목길을 다녀야 해 비교적 안전하고, 여러 사람이 같이 지내는 집을 고른 겁니다.

이 씨는 "예전에 혼자 자취할 때에도 절대 후미진 곳에 있는 집은 계약하지 않았다"면서 "월세를 좀 더 주더라도 무조건 큰 길가나 밝은 곳에 있는 집을 구해서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사는 여성이 많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63.4%는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겪을까 봐 두렵다'고 답했습니다.

밤길 안전 귀가를 도와주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 〈사진=연합뉴스〉

밤길 안전 귀가를 도와주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 〈사진=연합뉴스〉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이 무섭다'(52.9%), '택시나 공중화장실 등을 혼자 이용할 때 성폭력을 겪을까 봐 걱정한다'(51.0%)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하철, 버스 등에서 성추행을 겪을까 봐 두렵다'는 문항에 여성 10명 중 4명(39.7%)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장소 중 가장 많은 곳이 버스·기차·지하철·택시·항공기 등 교통시설 내부(45.1%)였고, 술집,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나 그 주변(20.1%)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성 10명 중 4~5명은 일상생활 중이나 일상공간 속에서 성폭력 피해를 걱정하며 지내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같은 문항을 남성에게 물어봤을 땐 10명 중 한 명 정도만 두려움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진은 “(여성의 경우) 막연한 두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피해를 경험하고 있고, 이러한 피해 경험이 다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성폭력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 수요 조사결과에서도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이 높은 순위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성폭력, 노출 심한 옷 때문'…왜곡된 통념도 여전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 46.1% (남성 52.1%, 여성 39.7%)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32.1% (남성 36.2%, 여성 27.9%)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잘못된 인식은 여전했습니다.

직전 조사인 지난 2019년 조사에서는 위의 같은 문항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각각 52.3%, 37.0%였습니다. 즉, 3년 전에 비하면 인식이 조금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10명 중 3~4명은 왜곡된 통념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또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 중 하나인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피해 후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에도 52.6%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 문항은 남성(53.2%)과 여성(52.0%) 모두 응답률이 높았습니다.

성별을 불문하고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8명은 3일 이내에, 10명 중 1명은 10일 이내에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2022년 조사결과는 전반적으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피해자다움에 대한 인식, 피해자에게 성폭력 피해의 책임을 돌리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성폭력 무고, 피해자다움, 동의 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하고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는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로,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64세 이상 성인 남녀 1만 20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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